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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Nov 27. 2023

고민하지 말고 잘 살기 위해 일단 움직여 보자.

"움직임의 뇌과학"을 읽고. 

살아가는 모든 과정은 사실 스트레스다. 하고 싶은 걸 못하고 하기 싫은 걸 해야 할 때 우리는 압박을 받는다. 그리고 뇌는 그 짐들을 온전히 짊어지고 있다.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인생의 태도"의 저자 웨인 다이어처럼 나도 나의 감정, 나의 삶, 나의 시간, 나의 가치를 나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 그러나 머리로는 결정권이 내 손에 있다는 걸 이해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내 마음이다.

'움직임의 뇌과학'은 이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속의 짐들을 걷어 내는데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애초에 인간의 뇌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의 생활 패턴에 맞추어 진화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수십만 년 동안 인간은 생존을 위해 걷고, 위협을 피해 달리고, 몸을 써서 살아오고 그런 패턴에 뇌도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 갑자기 자리에 앉아서 손가락만 움직이고 지적인 일에만 에너지의 절반이상을 쓰는 변화가 닥쳤으니 당황할 만도 하다.


그 대신 뇌는 우리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데는 최적화되어 있다. 몇억 년의 시간 동안 쌓인 학습의 효과로 우리는 의식하지 않아도 쉽게 걷고 움직인다. 상상만 하면 근육과 뼈에 적절한 전기 신호를 보내 원하는 바를 정확히 구현해 낸다. 로봇 개를 만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회사가 1조 원에 현대차에 인수된 사례만 봐도 사람이 자연스럽게 걷는 동작을 구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거꾸로 추정할 수 있다.


로봇이 이런 동작을 하는 것이 신기한 듯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렇게 하고 있다. 


로봇을 상상해 보면, 우리의 몸은 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감각을 인지하고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연결된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 우리 마음으로 연결된 길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움직임이 지난 수십만 년보다 훨씬 결여된 현대인들은 익숙하지 않은 작업들에 지친 뇌를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한다.


걸으면 발바닥을 통해 피가 머리 위로 펌핑된다. 일어서고 코어를 강화하는 동작은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척추와 그 주변의 신경계를 환기시킨다. 스트레칭은 세포 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액체 성분들을 짜내어 노폐물을 분비하게 하고 춤은 박자에 리듬을 맞추어 몸을 흔들면 뇌는 자유로움을 느끼면서 힘든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한다. 심지어 코로 숨 쉬는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냄새를 맡는 감각 기관을 깨우고, 안정을 부른 느린 속도의 뇌파를 깨운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을 때, 리포트나 글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 일단 일어나서 호흡을 세고 스트레칭을 한다. 작업에 들어가면 책상 위에 알람 시계를 맞추어 두고 울리면 잠시 멈추고 주변을 한 바퀴 걷는다. 답답하면 20~30분 정도 달리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한다.

내 책상에 있는 알람시계. 위로 향하는 숫자만큼 알람이 알아서 맞춰진다.

그러면 고민했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막혔던 문제는 풀어 볼 여지가 보이기 시작하고, 진도가 나가지 않은 글들은 해결책이 보인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머릿속이 풀리면서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곳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나는 쉬는 시간만 되면 농구장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때는 그렇게 땀 흘리고 나면 무슨 공부가 될까 싶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그렇게 땀 흘리던 시간 덕분에 그 힘들 시간들을 수월하게 버텨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유명한 장수 마을 주민들의 공통적인 특징들이 소식과 일상의 가벼운 움직임이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니 고민하지 말고 일단 움직여 보자. 그게 우리가 만들어진 본질에 충실한 태도이고 잘 살기 위한 우선 순위 1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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