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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Oct 02. 2023

유전자는 사실 죄가 없다.

이기적 유전자는 사실 진화에 대한 이야기다. 

리처드 도킨스의 유명한 저서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있다. 사피엔스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은 확실히 남다르게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 준다. 아직 절반 밖에 읽지 않았지만, 매 챕터 읽을 때마다 진짜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책은 도발적으로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을 붙이고 마치 우리의 삶 자체가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늘리기 위한 생존 기계라고 이야기를 풀어 간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나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면서 우울해진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진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적자생존, 진화의 원리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진화의 원리에 대해 종종 착각하곤 한다. 평생 육체노동을 한 사람은 자식들도 팔힘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이 가끔 이타적으로 서로 돕는 행동을 하는 것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생존을 위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세대를 거쳐 전달되는 단위는 유전자 밖에 없고 그 마저도 생식을 통해서 자기가 가진 형질의 절반밖에 자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형질을 가진 유전자들은 끊임없이 뒤섞이면서 개체를 통해 생존을 위해 경쟁해 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는 세상은 그중에서 가장 많은 개체에 살아남은 유전자들의 집합인 셈이다. 


결국 생존을 위해 가장 적합한 유전자로 우리가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도킨스는 유전자를 의인화해서 마치 "이기적"으로 생존을 위해 개체를 이용하는 전략가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것은 유전자가 자기의 복제인 자식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상은 자식을 돌보는 성향을 가진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더 자식을 잘 살려서 다음 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난 지금은 대부분이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된 사실을 의미한다. 


이런 의인화를 통해서 도킨스는 지금 우리가 왜 이런 성향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 7장까지의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왜 우리가 존재하고, 유전자가 세포와 근육을 만들어 개체를 이루고, 뇌를 통해 반응하고 환경에 경쟁하고 생존하는 자식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1장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개체가 더 생존에 유리하다. 아니다 이타적인 행동을 포함한 집단이 더 생존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집단으로 이해하기에는 집단내로 보면 이기적 성향을 가진 유전자가 대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이기적이게 행동하는 단위를 어디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 유전자의 관점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2장 자기 복제자

분자들은 스스로를 복제하고 오래 살고 다산할수록 살아남는다.

복제가 정확하지 않음으로써 변화가 생기지만, 기본적으로는 복제가 정확해야 존재에 도움이 된다.

스스로를 보호할 만한 다른 구성들을 모아 세포를 이루기 시작한다. 이 자기 복제자를 유전자라고 칭한다.


3장 생존 기계

유전자는 스스로를 유지하고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써 단백질의 덩어리인 개체를 구성한다. (구성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

전달되는 단위는 작을수록 더 의미 있다. 경쟁력 있는 형질이 발현되는 기본 단위가 바로 유전자다.

어쩌면 같은 무리에서 유전자의 생존을 이어주는 생식 기능이 끝난 이후에는 노화되어 도태되는 것이 유전자 자체의 생존에는 유리할 수 있다. 그것이 수명을 결정짓는다.


4장 뇌가 필요한 이유

멀리 떨어져 있는 별에서 지령을 보내는 것처럼, 유전자가 가진 특징이 발현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환경의 변화에 반응하고, 학습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를 제어할 신경계와 뇌가 필요하다.

의사소통도 개체 자체뿐 아니라 집단 내에서의 생존을 위한 신경계의 연장선 상의 활동이다.


5장 ESS 진화적 안정적인 상태

공격성. 매파냐 비둘기냐 어떤 비율로 구성되느냐는 다툼으로부터 얻는 이익과 위험의 양과 회피함으로써 잃는 사소한 손해의 비율로 결정된다.

실제 사회는 공격받으면 보복하고, 일반적으로는 피하는 보복자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대체적으로 생존 점수는 다툼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높지만, 실제 세상의 비율은 최적이 아니라 변화에도 원래로 돌아오는 회복력 지점으로 수렴한다.


6장 이타주의적인 유전자

자기 복제본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가 연결되어 있는 개체를 보호하고 생존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생태계에서 더 오래 많이 살아남는다.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것은 확률도 높고 생존할 기간도 길어 효과적이다.

누가 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기에 되도록 비슷한 종에 대해 우호적인 경향을 보인다.


7장 가족계획

새들은 각자의 환경에 따라 가장 최적의 수의 알을 낳고 무리 내에 개체 수가 늘면 줄인다.

이렇게 출산율을 조절하는 것은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 입장에서는 생존하는 자식의 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역과 순위에서 밀리는 개체가 대기하는 것도 집단을 위해서 양보가 아니라 기회가 올 때까지 확률이 떨어지는 도전을 피하는 행위다.


절반 정도를 읽었지만, 납득이 가면서 진화 역사상 유례가 없는 변혁의 시대를 거치고 있는 인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난 수십억 년 동안 다양한 경쟁을 통해 생존한 인류의 "이기적인 유전자"들은 적자생존이라는 법칙이 과학의 힘과 사회적 제도들로 헝클어진 21세기에 어떻게 반응할까? 0.8도 되지 않는 출산율을 국가 주도적으로 끌어올리기에 우리는 유전자 단위에서부터 "이기적"인 건 아닐지.. 남은 절반의 책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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