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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an 10. 2024

천천히 생각하고 자듯이 고민하기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을 읽고

2007년에 발간되었지만 최근에 더 관심을 받는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을 읽었다. 교수님은 이름만큼이나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 자체를 즐기시는 것 같았다. 하루, 사흘, 일주일, 한 달. 출근하고 밥 먹고 자기 전까지도 문제에 집중하면서 그 문제에 몰입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셨다.


그렇게 한 가지 문제에 너무 천착하게 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몰입하되 너무 집착하지 않고 천천히 생각하는 Slow Thinking을 제안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머리에서 생존을 위한 로직보다 마치 잠을 자는 듯한 느긋한 알파 뇌파가 나오도록 유도해서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경험과 생각들이 서로 조합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땀 흘리는 유산소 운동을 해서 뇌를 정리하면서 잠이 오면 자도 되고, 쉬어도 되지만 주제에 대한 생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하신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중국에서 프로젝트를 통과시켜야 하는데 품질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을 때, 출장 가서 있던 호텔에서 밥을 먹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달릴 때도 그 생각만 했었다. 그렇게 2~3일을 보내다 보니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떠올랐고 그중에 하나를 잡아서 풀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해결했던 날 좋았던 기분처럼, 교수님도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위해 몰입한다고 이야기하셨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하고, 좋아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재능이 있고 잘해야 한다. 그것이 무슨 일이든 사람이라면 모두 다 닥친 문제를 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 단지 몰입하지 못해서 100% 집중하지 못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래서 하고 있는 일이 싫어진다고 이야기하셨다. 


우리가 몰입을 못하는 이유는 주로 익숙하지 않아서다. 문제의 난이도 따라 다르지만 해결책이라는 것이 단번에 나오지 않기 마련이라 생각만 하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목적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 시간을 들이면 분명히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오래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Work Hard 하지 말고 Think Hard 해야 하고 Fast Thinking이 아니라 Slow Thinking이다. 명상하고 선잠 자듯이 계속 그 생각만 하고 하루에 1시간 정도는 운동을 하면서 Refresh를 해 주기를 여러 차례 강조하셨다. 그렇게 집중하고 몰입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천국 같다고 하셨다.  



제목이 몰입이라 그런지 읽는 동안 '아 책에 몰입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술술 읽히기도 하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몰입을 통해 삶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왔다. 오늘 수인이가 수학 문제 하나를 푸는데 30분이나 걸렸다고 이야기할 때도 교수님이 이야기하신 몰입에 들어가서 스스로 답을 찾아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보고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면 자리도 정리하고 핸드폰도 메신저도 닫아 두고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습관도 만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교수님과는 다른 사람이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면 행복한 것보다 나와 내 가족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지가 제일 큰 고민이니까... 그건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는 시간보다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밥 해 먹고 이야기하고 함께 울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쓰다 보니, 몰입이 꼭 생각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교수님은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고 몰입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되도록 생활은 단순하게 보내면서 집중하면, 자다가도 생각이 나고 자다 깨도 그 생각이 난다고 하셨다. 나도 되도록 단순하게 지내면서 내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은 지우고 그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오늘은 어떤 글을 쓰고 가족들과 어떻게 보낼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 전에도 깨고 나서도 하루를 보냈고 하루를 어떻게 보낼 생각만 나는 걸 보면 나도 나름대로의 몰입을 하고 있는 셈인가 보다. 그래서 교수님처럼 천국까진 아니라도 꽤 행복한 편이다. 그 정도 몰입이면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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