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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03. 2024

규칙 없음 - NO RULES rules

자유와 책임으로 자존감을 세워 주고 성과로 돌려받기

우리 회사는 업계에서 연봉이 낮은 편이다. 시장 점유율이 낮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연봉의 차이가 커질수록 인력의 유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잘하는 후배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잘 가르치다 보면 그만큼 자신의 가치를 높여서 금세 자기 살 길을 찾아간다. 늘 허무하지만 반복되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그런 빠져나감을 계속 겪다 보면 남아 있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일이 참 어렵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자율보다는 지켜야 하는 룰들이 하나둘씩 더 늘어난다. 해외 출장 하나에도 임원 결재를 받아야 하고, 다른 부서, 다른 본부와의 협의에는 늘 조심스럽다. 회사가 경직될수록 관리에 더 힘이 실린다.

규칙 없음이라는 제목이 확 드러나는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알려주는 NO RULES rules 책은 그래서 읽는 내내 슬픈 마음이 먼저 들었다. 비디오테이프 온라인 대여 사업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 TV에서 접속이 가능한 OTT 서비스 회사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우리 회사에서 실현할 수 없는 딴 세상 이야기 같았다.


넷플릭스 이전에 벌였던 소프트웨어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전 직원의 1/3을 정리 해고를 한 후에 리드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쨌든 구성원들 중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인재의 밀도가 높아지니까 회사가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잘 돌아가는 걸 보고 깨달았다.


아. 사람이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구나.


인재의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넷플릭스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하다. 대체할 수 없는 인재라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준다. 타 회사에서 영입 제안이 오면 제안받은 연봉을 공유해 주면 그 액수에 맞추어 준다. 대신에 단순히 해야 할 일을 해 내는 수준의 인원은 두둑이 위로금을 주고 회사에서 내 보낸다.


그렇게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두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리드는 그들이 불편해하는 규칙들을 하나씩 없애 나간다. 출장도 자유롭게 하고, 불필요한 결재도 없애고, 중요한 결정도 스스로 할 수 있게 유도하고 휴가도 알아서 정하도록 한다. 다만,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하고, 나중에 이슈가 되면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결재권자의 승인을 받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는 경쟁사들에 비해 넷플릭스는 앞서 갈 수밖에 없다. 스스로 결정해서 도전하도록 장려하고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새로운 것에 베팅하도록 유도한다. 서로에게 거침없이 피드백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서 서로 불편한 이야기도 개인과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서슴없이 주고받는 가운데 회사는 성장한다.


결국 사람들이 스스로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가장 큰 원동력은 자율과 보상이다. 넷플릭스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제공함으로써 구성원들을 자존감을 올려 주는데 투자하고 성과로 보상받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런 전략이 잘 들어맞은 이유는 넷플릭스가 속한 사업 영역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의 진보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전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와는 대척점에 있는, 대규모 인원을 관리해야 하고, 일관성 있는 품질 관리가 중요하고, 제품의 업데이트 주기가 느린 제조업에 속한 나로서는 시도조차 어려운 방법이긴 하다. 리드조차 제조업에는 Rule & Process 관리법이 Freedom & Responsibility 접근보다 더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그래도 회사가 어려워질수록 지켜야 할 규칙들이 늘어나고 그만큼 더 구성원들은 수동적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더 깨닫게 된다.



어쩌면 매니저가 해야 하는 일은 아랫사람이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살펴보고 할 만한 일들은 스스로 결정해서 해 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이 아닌지.. 위에서 공간을 비워 둘 수록 아래에서 그만큼 채울 수 있고, 그만큼 전체가 더 풍성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어디에 있든 계속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럴 줄 알아야 진짜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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