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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기 자동차 개발 역사

1-02 우리도 전기차를 만들어 온 DNA가 있다.

by 이정원

국내에서 처음 출시되어서 시판된 전기자동차는 기아자동차의 레이 EV이다. 2011년 12월 출시한 레이 EV는 50kW 출력을 내는 모터와 16.4 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고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 거리는 139km였다. 경차 프레임의 한계로 배터리 용량이 요즘의 30% 수준이었지만 꽤 많은 주행 거리를 갈 수 있었다. 충전시설이 드물었던 시절이라 주로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많이 보급되었다.


2011년 레이 EV.jpg 2021년 12월 출시한 국내 최초로 시판된 레이 EV - HMG 저널 참조


시판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지속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힘써왔다. 기아 자동차는 86 아시안 게임 마라톤 TV 생중계용으로 특별히 베스타 EV를 제작했다. 마라톤 구간(42.195km)을 겨우 주행할 정도로 성능은 부족했지만 선수들이 매연을 뿜는 일반 자동차를 따라가는 고통은 겪지 않을 수 있었다.


베스타EV.jpg 1986년 아시안 게임에서 선보인 기아 베스타 EV - 기아차 홈페이지 참조


기아 자동차의 전기차 관련 연구를 계속해 와서,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도 프라이드 전기차 4대를 실제 운행하였다. 1994년에는 이렇게 만든 프라이드 전기차를 실제 판매하려고 했는데 목표 가격이 1830만 원으로, 당시 일반 프라이드 가격 500만 원보다 3배 이상 비싸서 무산되었다고 한다.


1994_기아_프라이드 EV.jpg
삼성자동차_SEV3.jpg 1993년 대전 엑스포를 기점으로 운행되었던 기아의 프라이드 EV와 삼성의 SEV-3 - 티스토리 https://oldcar-korea.tistory.com/32 참조


기아자동차 외에도 현대자동차나 삼성자동차도 전기차 개발을 물밑에서 진행해 왔다. 특히 자동차 마니아 알려진 이건희 회장의 주도로 1994년에는 삼성 상용차를 운영하는 삼성 중공업이 주도해서 가정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SEV-3라는 모델을 선보였다. 이 모델은 삼성자동차가 출범한 이후인 1996년에 SEV-4로 업그레이드되어서 최대 주행거리 150km에 시속 120km/h까지 달릴 수 있는 성능을 장착했다. 특히 주행 승인을 받아서 일반 도로에서도 주행이 가능했지만, IMF 이후 르노에 인수되면서 허무하게 끝나 버리고 만다. 이후 전기차 출시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전기 자동차와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고 도전했던 DNA는 현재의 전기차 시대에도 한국 자동차 산업에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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