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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r 31. 2024

선거에는 민심을 대변하는 아이콘이 필요하다.

너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대놓고 할 수 있는 사람의 등장에 판이 흔들린다

선거가 열흘 남았다. 한 달 전만 해도 판세가 지금과 같으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전 글에서 두 거대 정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실제로 최초로 내게 주어진 투표권을 그냥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시기들이 있었다. 양당의 공천이 이루어지면서 이른바 줄 대기와 공천 학살, 험지를 피하고 양지를 얻고자 하는 치열한 눈치 싸움들이 꼴도 보기 싫었다. 그런데 '조국'이라는 변수가 나타났다. 



처음 '조국'이 전면에 나섰을 때는 아내는 아무리 그래도 자기 방탄과 복수를 위해 당을 세우고 선거에 나오는 것이 말이 되냐고 이야기했다. 나도 당장 2심까지 유죄를 받았고, 대법원 판결이 나면 국회의원 제명이 확실한 사람이 선거 판에 뛰어드는 것이 무모해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달랐다. 3월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비례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넘어선 2위이고, 10명을 넘어 원내 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이슈를 이끌고 있다. 선거 구도가 정부가 이런저런 정책 토론회를 한다면서 선심성 공약을 뿌리면서 애써 회피하려고 했던 "정부 심판론"위주로 돌아가면서 여당 지지율은 대통령 지지율과 같이 동반 하락하고 덩달아 민주당 지지율은 반등을 하고 있다. 



물론 현 정부의 자살골도 만만치 않았다. 의사랑 대립각을 세우면서 원칙을 지킨다는 초기에는 그래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어려운 일을 해내는가 쉽더니, 한 달 이상 계속되는 대립에 국민 건강을 담보로 서로 협박하는 모양새는 정부의 "정치력 부재"를 그대로 보여 준다. 채상병 사태에 대해 공수처의 피의자 신분인 이중섭 국방장관을 굳이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출국 금지를 풀어주는 행동도 "국민 정서 공감 능력이 떨어짐"을 반영한다. 물가 대책을 세우겠다고 이야기하고 내놓은 대책을 보여 준다는 것이 대파 한 단 875원 사건은 대통령이 얼마나 구중궁궐에 갇혀서 "현실을 모르고 있는지" 깨닫게 해 주었다. 조국 말대로 3년은 너무 길 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조국 신드롬'은 신기하다. 3년 전 그렇게 경멸했던 대상자가 어떻게 전면에 나설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 마음에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다 박성민 정치 평론가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국민의 힘이 이/조 심판이라고 프레임을 계속 가져가는데 그러면 심판이라는 단어밖에 안 들어오고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이재명 대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조국의 경우에는 이미 어느 정도 부정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이미 나왔잖습니까? 그런데 그 실체가 뭐 사모펀드도 있다고 했고 다른 부정 청탁도 많았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제 나온 건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한 죄들만 나온 거죠. 잘못을 한 건 맞는데 그게 그렇게 검찰이 총 출동해서 요란스럽게 수사한 결과가 고작 이거냐. 더 나아가서 그럼 너네는 "니 주변의 사람들에게 동등한 잣대로 수사했느냐"라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여전히 우리는 '공정'을 바라는 것이다. 2년 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에는 조국으로 유발되고 이준석이 키워서 선거 판으로 끌어들인 이른바 '입시 부정'에 분노해서 '사람을 보고 수사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로 대변되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20대의 공이 컸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윤대통령이 보인 행보는 그렇게 추상같아 보였던 칼날은 자기 식구들, 자기 사람들에게는 예외였고, 그건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인요한 님. 감사합니다. 


노무현이 부산에서 몇 번을 낙선하면서 지역감정 타파의 아이콘이 된 것처럼, 조국도 니 죄는 유죄지만 내 (사람들) 죄는 무죄라는 이 '불공정'한 판에 대한 불만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정권 심판이라는 기치를 먼저 들고 나선 개혁 신당의 이준석이 당대표에서 쫓겨난 것은 명함도 못 내밀 선명한 이미지다. 그리고 거기에 민주당이 싫어서 국민의 힘을 지지하던 사람들과 마지못해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재명의 독단에 지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사표를 고려한 지역구는 양당 구조로 가지만, 비례 대표를 보면 30% 국민의 힘 vs 조국혁신당 23% vs 민주당 22% 구도로 1등은 국민의 힘이지만, 합치면 진보가 높고, 기존 민주당보다 조국 혁신당이 더 높은 상황이다. 


아직 의대 정원 합의도 있고, 여러 변수들이 많다. 지금 여론 조사들은 세대별 인구 분포에 맞춰서 조사하기 때문에 왜곡된 부분도 많다. 그래도 흐름을 보면, 정권 심판론으로 굳혀질 기세이고 조국 혁신당이 다른 그룹들과의 연합을 통해 혹은 당선한 후에 민주당을 탈당하고 합류하는 의원들과 함께 원내 교섭 단체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서로 반대만 하고 있는 거대 양당 구조에 해야 하는 정책은 지지하고, 반대할 건 반대하는 눈치 보는 제3 세력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선거가 이렇게 재미있으니 한류 콘텐츠들이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웬만해선 사람들 눈을 끌기가 쉽지 않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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