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뜬다.
2010년대 초반에 일본으로 출장을 가면 조그만 도시에 택시들이 20~30년 된 중형 세단 아니면 다 프리우스 차량이었다. 그때가 처음 하이브리드를 타본 경험이었는데 지하철 시작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주행에 따라서 동력이 모터에서도 오고 엔진에서도 오고 또 배터리로 충전되는 양상이 그대로 보이던 클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주변을 보면 하이브리드 차량 비율이 정말 많이 늘었다. 연비도 좋고, 친환경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대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현대 자동차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표적인 중형차인 소나타 2.0 가솔린이 연비 13.5에 2880만 원인데 같은 급인 하이브리드는 연비 19.4에 출고가 3330만 원에서 친환경차량으로 세제 혜택을 포함하면 318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300만 원 정도 더 비싸다고 나온다.
이름이 하이브리드, 즉 혼종이라는 의미의 이 차량에는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의 DNA가 다 들어가 있다. 일반 가솔린 차량에 엔진이랑 미션, 연료통만 있으면 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모터도 있어야 하고, 배터리도 있어야 한다. 두 동력원을 이어 주는 트랜스미션도 훨씬 더 복잡하다. 그리고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동안에도 브레이크도 작동해야 하고, 에어컨도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구동용 배터리를 이용해서 이런 작업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부가적인 장치도 더 많이 필요하다.
딱 봐도 원가 차이가 300만 원이상이 될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개발비를 포함한 원가는 보통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차가 4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지만 가격은 300만 원만 정도로 차이 나도록 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총 소유 비용인 TCO (Total Cost of Ownership)가 비슷해야 같은 기종 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기름값만 봤을 때 소비자가 차량 구매 후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차이는 (차량 보유 기간) X (연평균 주행 거리) X (1÷(가솔린 평균 연비) – 1÷(하이브리드 평균 연비)) X (휘발유 평균 가격) 하면 바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차를 바꾸는 주기를 5년으로 두고 1년에 1만 km 정도를 기준으로 기름값을 1500원이라고 해서 소나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비교해 보면 5만 km 기준으로 약 180만 원. 찻값이 300만 원 차이니까 연평균만 오천 km로 5년이면 비싼 찻값이 보상되는 시점이 온다. 연비가 좋은 차는 더 많이 탈수록 더 오래 탈수록 이득이다.
누가 이런 계산을 하면서 차를 살까 싶지만 소비자들은 상대적인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에 르노 코리아의 XM3 하이브리드는 300만 원 이상 할인 판매를 하면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비율이 역전되어 80% 이상의 고객들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고 있다. 가성비라는 말처럼 조금 비싸도 가성비가 있으면 사람들이 몰리는 법이다.
이런 경향은 하이브리드를 넘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에도 번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주춤해지면서 CO2 평균 규제를 낮출 대표적인 레버리지인 전기차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다른 대안이 필요해졌다. 이미 규제 기준이 100 CO2 g/km 이하로 낮아진 상황에서 아직까지 HEV 차량들이 규제보다는 더 나은 연비 수준을 보이지만, 다른 내연기관 차량들이 쌓아 놓은 벌금을 벌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40 CO2g/km 수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만 한 대안이 없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보다 배터리 용량도 커야 하고, 모터도 전기차와 동일한 급으로 큰 용량을 적용해야 한다. 전기차에 쓰는 충전 관련 설비들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차량 대비 800만 원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투싼의 경우 가솔린 동급 모델이 29,650달러, 하이브리드 모델이 32,500달러인데 반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38,725 달러로 6000 달러 이상의 차이를 유지하고 있는데 TCO를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 차이다.
그러나 전기차보다 중간 단계로 플러그인 하이브리 드을 강조하는 도요타는 조금 더 공격적이다. 대표 모델인 프리우스도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5000 달러 이하로 격차를 좁혔고, 국내 출시 가격 또한 하이브리드는 4000만 원인데 반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4600만 원대로 600만 원 정도 차이만을 두고 있다. 아직은 충전의 불편함을 걱정하면서 주저하는 예비 전기차 구매 고객들에게는 어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격에서 보인다.
결론은 시장의 선택에서 날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는 제조 원가와 유지비 그리고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서 희비가 갈릴 것이다. 최근 출시한 카니발 모델의 하이브리드 버전은 예약해도 차를 받는데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을 보면 확실히 전동화에 대한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더 비싸도 더 가치 있는 차를 가지기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는 빠르게 변한다. 내년에 출시한다고 발표된 그랜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가격을 보면, 현대차가 앞으로 전기차에 더 방점을 찍을지 아니면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 차종에도 힘을 실어 줄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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