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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y 13. 2024

중국 전기차 회사의 국내 진출과 FTA의 관계

고래 싸움에 노나는 새우가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 BYD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이어 BAIC까지 고양에 공장을 세우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흔히들 제조업이라고 하면 인건비를 중심으로 더 저렴한 노동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또 중국을 거쳐 동남아로 넘어가는 수순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흐름과 반대되는 움직임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시작은 중국 내수 시장의 위축에서부터다. 많이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위태롭다. 코로나 기간 이전까지 계속되었던 부동산 버블 현상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평생 임금으로는 만져 볼 수 없는 부를 가져다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30년 이상의 모기지를 2번째 3번째 집을 사들였지만 버블이 붕괴되면서 집들은 고스란히 가계 부채가 되었다. 


매달 받는 수입에서 일정액은 계속 빚을 갚는데 쏟아야 하니 자연스럽게 내수 경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 시장이 제일 먼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성장에 필요한 수요가 사라진 중국 전기차 회사들에게는 물량을 소화해 줄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게 되었다.



각 지역 별로 높아진 무역 장벽도 한국행을 부축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9년부터 적용했던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징벌적 관세 25%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본 관세인 2.5%를 감안하면 27.5%나 비싼 관세를 물어야 한다. 10% 대 관세로 그나마 큰 부담이 없었던 유럽에서도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지원을 이유 삼아 이른바 ‘반 덤핑 관세’를 물리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거기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이나 유럽의 자동차전 과정 평가 규제와 같이 자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자동차에 비해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에서 차별을 주는 제도들이 계속 도입되고 있다. 성능보다는 LFP 배터리를 앞세운 가성비를 앞세워서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중국 전기차 회사들에게는 장점을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여러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된다. 전 세계의 주요 자동차 시장인 북미와 유럽 모두와 FTA를 맺은 우리나라는 국산화율만 맞추면 높은 관세의 장벽을 우회할 수 있다. 멕시코나 동유럽에 비해 유렵과 아메리카 양 대륙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거기에 한국 내수 시장도 작지 않다. 


이런 FTA 혜택을 받으려면 국산화율이 핵심이다. FTA 제도에서는 물품이 2개국 이상에 걸쳐 생산된 경우 제조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하게 된다.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한국산으로 인정을 받아 혜택을 받으려면 역내 가치 기준을 의미하는 RVC (Regional Value Contents)가 최소한 55% 이상 되어야 한다. 



이는 일정 비율 이상은 국산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뜻인 동시에 일정 비율은 기존의 중국 부품을 그대로 가져와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복된 투자를 할 필요 없이 최소 조건을 갖추고 나면 이미 양산화 되어 있는 중국산 부품들을 중국에서 들여오기도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유리하다.


변수는 하나 더 있다. 미국에 경우, RVC 55%를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면 중국 자동차에 부과되는 25%의 징벌적 관세를 면할 수 있다. FTA 효과는 2.5% 밖에 안되기 때문에 굳이 국산화율을 높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대부분의 부품을 가져다가 한국에서 조립만 해서 미국에 가져다 파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서 WTO에서는 비특혜원산지 규정이라는 항목을 두어서 생산만을 해서 원산지를 속이려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규정이 그러면 최소 얼마나 국산화율을 해야 징벌적 관세가 면제가 되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형태로 정책을 운영하는 미국 정부의 일반적인 태도를 반영할 때 미국 시장에 진출을 목표로 하고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성의 있는 국산화율로 미래 있을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 


관건은 배터리다. 전기차 부품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국산화하지 않고서는 RVC 기준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셀은 가져오고 배터리 팩은 한국에서 조립한다 하더라도 부품 자체도 RVC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배터리 팩 전체가 국내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전기차를 팔려는 지역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방법도 있지만 운송비가 비싸고, 대규모 배터리를 보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거기에 유럽에 가져온 배터리는 미국에 못 팔고, 미국에서 가져온 배터리는 유럽에 팔지 못한다. 이래 저래 한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이렇듯 높아진 무역 장벽 덕분에 우회로로 우리나라는 특히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전기차 업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중국에 공장을 둔 폴스타도 최근 르노 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양산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나 배터리 회사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강력한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도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기회조차도 찾기 어렵다. 전동화로 자동차 시장이 큰 변혁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 중국, 유럽 등 강자들 사이에서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관련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 전문 정보 공유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브런치에는 조금 늦게 공유하겠습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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