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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y 20. 2024

2024 인터배터리 - EV Trend 소회

우리가 계속 앞서고 있다고 이야기할 기술도 패기도 없어 보였다.


박람회는 열리는 시점에서의 해당 산업의 상태를 반영한다. 한창 2차 전치 붐이 불면서 주가가 폭등하고 관심이 집중되었던 작년만 해도 ECO-PRO 나 포스코, 고려 아연 같은 2차 전지 소재 관련 회사들은 3대 전지 회사들과 비슷한 규모로 전시관을 꾸미면서 세를 과시했었다. 전기차 수요 곡선이 예상보다 하회하고 과대 평가되었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올해는 분위기가 차분한 분위기다. 


LGES의 Cell to Pack  시제품 - 파우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삼성 SDI / LG 에너지 솔루션 / SK ON 모두 Cell to Pack을 전면에 내세웠다. CATL과 BYD가 현재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배경은 모듈을 삭제한 Cell to Pack이다. 자동차에서 배터리를 넣을 수 있는 볼륨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한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셀을 넣을 수 있는 기술이 LFP를 만나면, 비록 에너지 밀도가 낮아도 NCM 배터리에 준하는 주행 거리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 동일한 성능에 더 싸고, 발열도 적어 더 안전하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내 3사가 모두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늦었지만 Cell to Pack에 집중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LG 에너지솔루션과  SK ON은 파우치 형태에 집중하고 있다. Cell To PACK 기술의 핵심은 냉각을 Plate 형태로 배치해서 공간 효율을 최적화하는 것인데, 각형이나 원통형에 비해 파우치형은 셀 자체의 구조가 유동적이라 몇 개의 셀을 묶어서 조합해 주는 보조 구조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발열이나 수냉 방식에도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삼성 SDI는 기존 각형에 원통형으로 체질 개선을 했으나, LG는 이번에 양산하기로 발표한 원통형을 전시조차 하지 않았다. 파우치와 Cell To Pack의 조합이 어느 정도까지 성능을 보여 줄지는 미지수다. 



초격차 기술에 대한 소개도 부족했다. 삼성 SDI는 작년에 보고했던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그대로 반복했고, LG는 Cell To Pack을 SK ON은 리튬 메탈 배터리를 소개했지만 구체적인 성능 수치나 양산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아마도 치열하게 개발하고 있겠지만 아직은 공개할 정도의 완성도가 아닌 상황으로 보인다. 


소재 업체들은 작년에 보고한 Value 체인에서 크게 업데이트된 점이 없었다. 작년에는 친환경 이슈를 타고 배터리 소재 재생에 대한 보고가 많았는데, 올해는 리튬 광산 개발 등 원재료 확보 라인에 대한 리포트가 눈에 띈다. 국가 간 무역 경쟁으로 소재 확보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모양새다. 현지 광산등에 직접 투자하거나 소재를 이송한 후 국내에서 새롭게 가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급 라인이 소개되었다. 



EV Trend는 이제는 정말 큰 화재성이 없어졌다. 전기차가 일반화되면서 대부분이 전기차 충전 설비 및 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2022년에 아파트 공용 주차장 충전기 의무 설치 규제가 시작된 이후로 확대된 수요에 뛰어든 많은 중소 충전기 기업들이 올해는 많이 추려졌다. 아무래도 현대 케피코나 LG 전자가 같은 대기업들도 나서면서 양산성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기업들로서는 생존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일 것이다. 



초급속 충전기는 이제는 업계의 표준이 된 듯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200KW 이상의 충전기를 보유하고 메이저 회사들은 300KW 이상도 제안했다. 현장에 따르면 충전 속도 자체를 높이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나 이런 고 전류를 감당하면서도 냉각도 할 수 있는 가벼운 충전 케이블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이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해당 지역에서의 충전기 유지 관리를 위한 현지 조직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현지화를 강요하는 규제들이 대두되고 있는 국제 정세를 반영하듯이 작년만 해도 넘치던 각국의 공장 유치 세일즈 부스는 규모가 많이 줄었다. 생산 공장 증설이 줄어드니 생산 설비를 소개하는 회사들도 예전보다는 차분한 분위기다. 커진 규모만큼이나 많은 기업들과 사람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러 코엑스를 찾았지만 대부분의 영역들이 이미 새로운 영역을 찾기 어려웠다. 얼마 전 보고된 BYD나 BAIC 같은 중국 업체들의 진출이 공식화되면 아마도 또 다른 전환점이 오지 않을까? 아직도 우리나라가 배터리 강국이기는 하지만 올해 박람회처럼 정체되어 있다면 과연 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능할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행사였다. 




자동차 전문 정보 공유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브런치에는 조금 늦게 공유하겠습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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