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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y 27. 2024

인도 시장에 전기차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

이머징 마켓으로 성장 중인 세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인도에 대한 자동차 회사들의 투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건립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폭스바겐이나 재규어 등은 인도 시장을 겨냥한 저가형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하고, 스즈키나 빈패스트등은 전기차 공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현지 법인을 IPO 해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추어 인도 정부도 그동안 막아 왔던 중국으로부터의 투자의 길도 여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가장 c최근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인도를 방문하기도 했다.


2022년에 14억 7천만의 인구로 중국을 뛰어넘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로 올라선 인도는 대기 수요만 감안하면 세상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시장임에는 분명하다. 전 세계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과 중국의 부동산 버블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시대에도 여전히 6%가 넘는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인구까지 감안하면 가장 큰 이머징 마켓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 1인당 국민 소득 수준이 너무 낮다. GDP 규모는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이 2023년 4월에 발간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y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37,400억 달러로 세계 5위를 차지하며 영국을 앞선다. 그러나 1인당 GDP는 2600달러 수준으로 세계 140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아시안 게임을 유치하던 시기인 1986년의 GDP가 2654달러였다. 미국 IT 산업 등이 발전하고 있지만 소득 불평등이 커서 실질적인 일반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은 더 낮은 상황이다. 


낮은 소득 수준으로 인해 자동차 보급율도 우리나라의 80년대와 비슷하다. 가구당 차량 보급율이 0.08대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가구당 자동차 등록대수는 1980년 0.07대에서 1990년 0.30대, 2000년 0.84대, 2005년 0.97대로 급격하게 증가해 왔다. 참고로 미국은 1.88대, 중국은 0.4 수준이다. 많은 인구와 높은 경제 성장률 아직은 낮은 자동차 보급율을 감안하면 다음 수순은 자동차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7년에 200 만대의 차가 팔리던 시장이 2023년에는 400 만대를 넘어섰다. 앞으로도 이런 트렌드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창 발전하고 있는 다른 개발 도상국들처럼 인도도 높은 관세를 앞세워서 자국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전기차를 포함한 수입차량에는 70~100%의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사치재로 분류되어서 중앙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각각 14%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는 원가가 높은 수입차나 고급 브랜드들은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점유율로 보면 TATA, Mahindra, Maruti 국내 빅 3과 현지화에 성공한 현대 기아차가 TOP 5 브랜드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의 대기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변수는 인도의 대기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많은 인구와 낙후된 발전 시설, 산업화로 공장이 늘고, 온난화로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서 인도의 주요 대도시들은 극심한 미세먼지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연간 미세 먼지 지수가 가장 나쁜 TOP 10 도시 중 8곳이 인도일 정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40개가 넘는 대도시에서 미세 먼지 수치가 좋지 않은 날에는 자동차 홀짝 운행제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전기차는 이런 규제에서 제외된다. 


기후 위기에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도 전 세계 3위에 달하는 인도의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정부 주도하에 전기차에 대한 지원 대책을 늘려 나갈 것이 확실하다. 14억이 넘는 인구의 이동을 책임져야 하는 점이나 대기 오염이 감당하기 어려운 점 그리고 전체 산업의 성숙도에 비해 IT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비중이 높은 상황은 10여 년 전의 중국과 아주 유사하다. 전기차 정책에서도 중국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기차 보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전기차 시장은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2륜 오토바이와 3륜 자동차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 자체는 2023년에 130만 대를 넘어서면서 확장 가능성이 크다. 도로 인프라가 정비되고, 고속 주행이 가능한 도시를 중심으로 2/3륜 전기차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인도에 출시될 전기차들. 로컬 브랜드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미 저가형 모델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에 비해 인도는 아직 배터리 생산 생태계는 부족하다. 인도 정부가 EV에 대한 수입 관세를 낮추고, 자체 인프라나 공장에 투자하는 회사에 대한 혜택을 늘려 가고 있는 것도 생존을 위해서는 인도에 적합한 인도형 전기차 생산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국 내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소형 차량 생산 시스템은 충분하고, 주변에 비슷한 수요를 가진 인도네시아, 동남아, 아프리카까지 확장 가능성도 높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의 다음 자리는 인도와 동남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인도의 전기차 시장에 대한 여러 메이커들의 도전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전문 정보 공유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브런치에는 조금 늦게 공유하겠습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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