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이 비싸질 수록 전기차로의 전환 압박은 거세진다.
샤오미에서 나온 전기차가 3월 28일에 공개되었다. SU7 모델은 포르셰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에 아이폰처럼 이름 뒤에 PRO / MAX를 붙였다.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가격. ‘대륙의 실수’라 불렸던 샤오미답게 한번 충전하면 중국 사이클 기준이지만, 700km 이상을 달리고 나름 자율 주행 기능도 갖춘 전기차가 21,600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4천만 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품질이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3시간 만에 5만 대가 선예약이 되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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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에는 중국 배터리 회사들의 LFP배터리 단가의 하락 역량이 숨어 있다. BYD와 CATL을 중심으로 Cell to Pack 기술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같은 부피에 에너지 밀도가 떨어져도 더 많은 셀을 넣어서 주행 거리를 확보하더니 요즘은 생산 단가에 더 주력하는 모양새다. 비싼 니켈, 코발트, 망간 같은 귀금속에서 자유로워지고 양극재 제작 단가를 낮추면서 NCM 배터리에서는 2025년에서나 달성 가능하리라 여겨지는 100$/KW를 뛰어넘어 올해 내로 50$/KW 수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BYD는 2023년 17% 가격 인하에 이어 2024년에도 전 모델의 추가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전반의 가격 경쟁이 제대로 시작된 셈이다.
그에 반해 대척점에 있는 내연기관의 상황은 더욱더 어려워졌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LEV-4 / EURO7 배기 규제는 내연기관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넘어야 할 장벽이 더 엄격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각국의 전기차 보급 현황에 따라서 전동화의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는 별개로 유해 가스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는 속도에는 변함이 없다.
2010년 대 들어 기후 위기가 대두되면서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서 배기가스는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CO2에 더 포커싱이 맞추어져 있지만, 그 이전만 해도 가장 큰 화두는 배기가스 그중에서도 질소 산화물인 NOx였다. 광화학 스모그의 주된 원인이 되는 NOx는 공기 중에 있는 질소가 엔진 연소실 안 고온 고압의 조건에서 산소와 반응하면서 발생한다. 산성비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자동차 배기 규제에서도 타이트하게 관리해 왔다.
NOx를 줄이려면 연소실 내에 폭발 과정에서의 고온 고압 조건을 낮추거나 배기관 내 촉매에서 환원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주로 산소가 많은 상황에서 연료가 스스로 폭발하는 원리로 높은 토크를 내는 경유 자동차에서는 처리하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배기가스의 일부를 연소실로 돌리는 EGR (Exhaust Gas Residual) 장치를 쓰기도 하고, 별도의 NOx Trap이나 요소수를 이용해서 NOx를 줄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모두 연비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별도의 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2010년대에 유발되었던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는 이 중 EGR 장치와 연관이 있다. 그전까지도 EGR 장치를 작동하는 영역을 제한하기도 했지만 주로 안전에 문제 발생할 수 있는 영역, 예를 들어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거나, 산소가 너무 희박한 높은 고지에서나, 혹은 운전자가 높은 출력을 원하는 조건에서만 허용했었다. 이런 조절은 설명서에 기재되어 있고 정부에 설명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몇몇 회사들은 이런 조절이 도를 넘고 말았다. 201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배기가스 인증 시험은 규정에 따라 25도 조건으로 통제된 실험실에서 약 20분 정도의 정해진 모드만 뛰었는데 다. 이 점을 노려서 더 좋은 연비, 더 좋은 성능을 위한 꼼수가 나왔다. 15도 이하나 30도 이상의 조건에서는 아예 EGR을 꺼버리고, 주행 시간이 20분이 지나거나, 기어를 R단에 한 번이라도 넣는다 거나 에어컨을 켜거나 정차 시간이 한 번이라도 1분 이상을 유지하면 EGR을 끄도록 설정한 것이다. 이렇게 설정해 주면 인증시험에서는 잘 제어하는 것처럼 나오지만, 실 도로에서는 NOxX를 마구 분출하게 된다. 2010년대 폭스바겐의 경이로운 실도로 연비는 이런 꼼수로 인한 것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배기가스를 검사하는 방식은 많이 변해서, -10도에서 35도까지 온도에서도 배기 수준이 일정 기준을 만족하도록 기준이 바뀌었고, 배기 모드도 5개의 모드를 혼용해서 만든 WLTP (Worldwide hamornized Light-duty vehicle Test Procedure) 모드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무엇보다도 불시에 실도로 주행에서 배기가스 수준을 검사해서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면 큰 벌금을 물고 시정하도록 하는 RDE (Real Driving Emission) 규제가 2017년부터 시작된 바 있다.
올해 들어 유럽과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LEV4와 EURO7 배기규제는 모두 폭스바겐 사태 이후 진행 중인 실도로 유해가스를 줄이는 방향성이 더 강화되었다. 배기가스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외부 기온 조건이 한층 더 다양화되고, 실도로 주행으로 임의로 평가하는 샘플 대수와 범위도 늘렸다. 최근 들어 건강에 악영향이 더 부각되고 있는 입자성 물질 PM의 수치도 더 강화되었다.
특히 엔진을 개발하는 자동차 업계에게 부담이 되는 건 아직 촉매가 뜨거워지기 전 상황에 나오는 배기가스도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항목과 출력 증가를 목적으로 연료를 더 쏘아 주어서 이론 공연비보다 낮은 공연비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것이다. 배기가스 정화에 가장 열악한 시동 직후와 최대 출력 영역까지 제어한다는 것은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화된 배기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SCR / GPF 등 추가적인 후처리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엔진 자체에도 배기관의 내구를 높이고 더 정밀 제어를 해 주는 등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니면 하이브리드로 전환해 난처한 시동/저속 영역과 최대 출력 영역을 모터와 함께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다. 떨어지는 전기차 가격을 감안하면 어쩌면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보다 저렴해서 선택하게 되는 시기가 금세 다가올 수도 있다. 그 시점이 왔을 때 우리는 그 모든 수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동차 회사들은 다가오는 강한 규제들과 전동화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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