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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27. 2024

1700만대 성장 그 뒤에 숨어 있는 전기차시장의 희비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다.

2024년도 첫 번째 분기를 마치고 국제 에너지 협회 IEA에서 2024년 EV Trend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전 세계 전기차 보급이 주춤거리고 있지만 글로벌하게 보면, 여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 2022년 1000만 대에서 2023년에 PHEV를 포함해 1400만 대를 찍고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1700만 대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거시적인 숫자만 보자면 전기차 시장은 증가 폭은 완만하게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ttps://www.iea.org/reports/global-ev-outlook-2024/executive-summary?fbclid=IwZXh0bgNhZW0CMTAAAR1pK1xTaIR7bm6SOHqOg_xw12UU-nvqiCSeHonqE07kU91LBfpV6KGApi8_aem_AWrLSSnGfqgCP5BvXDXk-b-yo513qbW0jAFlgZfCMcHzvlAFGInqpdkPHFpQQoWKKQcjYrutWUoxWoihajeeMSos

대륙별 분기별 전기차 판매 현황 - 보조금이 조정되는 Q1에 약하고 중국만 커가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그러나 주요 시장별로 실제 숫자들을 보면, 그 뒤에는 각 지역별로 전기차 시장에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전기차 산업의 중국 집중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2023년 ~ 2024년 쿼터별 증가세를 보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이 유일하다. 유럽이나 미국이 2023년부터 분기별로 각각 80만 대와 40만 대 수준을 현상 유지하는데 급급한 사이에 중국은 2023년 초기에 140만대로 줄었다가 다시 회복해서 190-220-270만대로 금세 회복했다. 이에 2023년 전체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의 비중은 59%에 달한다. (유럽 25%, 미국 10%) 한마디로 다른 나라는 정체되어 있는 사이에 중국 혼자 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증가세의 차이는 지역별로 전기차의 가격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상에 기인한다. IEA 보고서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차의 세그먼트별로 내연기관 차 대비 전기차의 가격 프리미엄은 2018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LFP를 축으로 해서 배터리 단가를 낮추려는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중국은 소형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보다 더 가격이 저렴해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반면,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감소세가 완만하거나 오히려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서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2023년 그리고 올해 들어 더 활발하게 전기차 판매 가격 인하를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IEA의 보고서 추세는 지금은 중국과 다른 지역의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차종에 따라 내연기관 대비 가격차에 대한 그래프, 중국이 모든 차종에서 가장 낮고 소형차는 오히려 전기차가 싸다. 


흔히들 캐즘이라고 하는 얼리어댑터와 일반 소비자 사이의 간극을 고려하면, 전기차가 친환경적이고, 새로운 아이템이어서 구매하는 수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은 경쟁하는 다른 내연기관 차보다 Affordable 한, 즉 쉽게 구매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된다. 중국은 이 레벨을 달성해서 전기차가 자연스럽게 더 증가하는 추세를 탄 것이고 아직 다른 지역은 이에 미치지 못한 상태임을 숫자로 알 수 있다. 


이런 지역별 속도 차이가 우려스러운 점은 이 격차가 단순히 무역 장벽이나 지역별 불황 혹은  호황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BYD와 CATL은 올해 내로 58$/KW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너지 밀도를 높여서 한번 주행하면 1000km를 갈 수 있고, 10분 충전해도 600km는 가는 LFP CTP 배터리와 반고체 배터리 개발을 성공하고 이를 장착한 전기차가 시장에 곧 출시될 예정이다. 결국 전기차 증가 속도의 차이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기차 특히 배터리 기술력의 차이에서 나온다. 중국은 전 세계를 압도하는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전기차 기술 개발에 대한 자가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CATL/BYD가 올 연말에는 56USD/KW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거라는 기사 내용


실제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외국 기업의 전기차들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조차도 가파른 가격 하락 압박을 받아 이익률을 손해 보더라도 단가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중국 현지 내에 FSD 기능 활성화를 노리고 있기는 하다.) 미국과 유럽은 IRA나 관세, 탄소세 등 무역 장벽을 높이 쌓아서 중국 자동차의 직접 진출을 막고 있지만, 이는 결국 전체 시장의 40%를 두고 미국, 유럽, 한국,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공급하는 배터리 회사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언제 이 장벽이 뚫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2035년 즈음에는 탄소 중립화를 이루겠다고 선언한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딜레마에 봉착했다.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자니 저렴한 전기차가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그렇다고 이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중국 기업들의 진출을 허용하자니 자국 기업들에게는 너무 큰 위협이 된다. 그리고 계속 쇄국 정책을 고집하다 보면 시장은 위축되고, 국내 전기차 기술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이제 막 산업화로 들어서면서 전기차를 늘리려고 하는 인도, 동남아, 라틴 아메리카들에게는 현재의 상황은 기회다. 중국이 소화해 주던 수요가 막혀서 다른 활로를 찾는 많은 기업들에게 더 많은 생산 공장 투자와 기술 이전과 인프라 구축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기회를 발판 삼아 베트남(15%)과 타이(10%)는 전기차 신차 비중을 크게 늘렸고, 말레이시아(2%), 브라질(3%)도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작년에 이미 중국 빅2가 50% 점유율을 넘어 섰다. 


중국 시장을 세계의 공장이자 최대 자동차 수요처로 성장을 거듭해 왔던 레거시 자동차 업계는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 내 지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중국 전기차와의 협업을 꾸준히 키워가고 있는 VW도 있고, 르노처럼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저가형 전기차를 유럽으로 판매해서 재미를 본 경우도 있다. 아예 도요타처럼 장점인 하이브리드를 굳건히 지키면서 전동화 흐름을 뒤에서 건실하고 천천히 따라가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에 비해 일찍부터 전동화에 사활을 걸었던 현대차나 NCM 배터리에 주력했다가 전 세계 흐름에서 조금 어긋나기 시작한 우리나라 배터리 3사들도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는 말은 항상 옳다.  



자동차 전문 정보 공유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브런치에는 조금 늦게 공유하겠습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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