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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16. 2024

자율주행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Elon Musk

차를 많이 파는 회사가 아니라 미래를 파는 회사가 목표다.  

Tesla가 위기다. 전기차를 대중화한 일등 공신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매년 30~40%의 성장을 계속 이어오던 Tesla는 2023년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지고, BYD를 위시한 경쟁사들이 저렴한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시장에서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떨어지는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경쟁사들의 가격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할인에 할인을 거듭했지만, 좀처럼 매출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런 사이에 할인을 한 만큼 영업이익률은 점점 줄어들어 한때 15%를 웃돌던 수치는 8%대로 낮아졌다. Tesla가 드디어 천상계에서 내려와서 일반 자동차 회사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는 수준이 된 것이다.


테슬라 모델의 가격 하락과 수익율 변화


천상계를 내려오게 되니 기업에 대한 평가도 냉혹해졌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 세계 1위인 Toyota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Tesla가 그토록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싸게 팔아도 잘 팔리던 네임 밸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Tesla의 주요 모델들도 5년 여가 지나면서 신차 효과는 다 사라져 버렸다. Tesla가 작년에 내세운 Cybertruck은 판매가 여전히 부진하고, 기존 모델들의 새로운 버전이 나오고는 있지만 주행 거리가 좀 늘어나고 몇몇 기능들이 추가되었을 뿐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페이스 리프트를 하는 것과 같은 참신함은 찾을 수 없다. 여전히 Tesla는 자동차 회사들 중 주가 총액 1위이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Tesla 차를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사이버 트럭 - 멋지지만 대중적이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의 기업들이 선택하는 방식은 정해져 있다. 모델 이름을 새로 바꾸고 비슷하지만 어딘가 다른 새 모델을 만든다. 그동안 팔리지 않았던 시장을 찾아 새 공장을 짓고 규모를 늘리려고 노력한다. 떨어진 영업이익률을 회복하기 위해 처절한 원가 저감 활동을 대대적으로 실시한다. 사양을 다운그레이드하고, 공용화하고, 부품을 더 싸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글로벌 공급업체를 소싱해서 장부 상의 수치를 개선한다. 다들 그렇게 위기를 타개하고 더 많이 생산해서 규모의 경제로 이익률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Tesla의 행보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문법과는 조금 다른 듯하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사업 중에 효율이 떨어지는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충전 인프라를 운영하는 일이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존 계획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되자 과감히 정리하기 시작했고, BYD 등 경쟁사들이 훨씬 더 잘 만드는 저가형 소형 전기차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서 전 세계 직원 중 10% 정도를 감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익이 안되고, 1등이 될 확신이 없는 사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에서 공개하기로 한 로보택시 - 8월에서 10월로 연기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비용으로 다음 목표로 삼은 것은 자율주행이다. 시작은 로보택시다. 지난 4월에 Tesla의 Elon Musk CEO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통해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8월 8일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얼마전 10월로 다시 연기되었다)  이미 2019년과 2022년에도 로보택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구체적으로 날짜를 밝힌 적은 처음이다. 그때만 해도 2024년 1분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여겨졌었다.


실제로 로보택시를 운영하더라도 수익이 제한적이라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FSD option 구독률을 높이는 정도로 예상했었다. 1%만 FSD 구독률을 높여도 500만 대를 넘어서는 누적 판매량을 고려하면 월 5만 대 X 99달러로 연간 약 6천만 달러의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기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Elon Musk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을 방문해서 계속 문을 두드리면서, 그동안 길 위에서 취득한 데이터의 관리와 위치 정보 등의 사용 권한으로 막혀 있었던 FSD 기능의 중국 내 사용의 문을 열었다. 물론 미국 본토의 서버와 분리된 중국 대륙에서 얼마나 잘 기능할지는 미지수지만 전기차가 가장 활발히 판매되고 이미 2백만 대 이상을 판매한 시장에서 FSD를 활성화함으로써 중국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지난 4월부터 허용된 중국 내 FSD



그러나 Elon Musk가 그리는 그림이 더 큰 비전을 가지고 있음은 자율주행용 LiDAR 센서 제조업체 Luminar가 2024년 1분기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 고객사가 Tesla라고 발표하면서 드러났다. 그동안 Elon Musk는 고가의 LiDAR 탑재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했었다. 그런 Tesla가 왜 LiDAR 제조사인 Luminar에게 중요한 고객이 되었는지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Tesla가 Luminar로부터 공급받은 LiDAR를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 부품의 흐름은 우리에게 세 가지를 확인케 해 준다.


첫째, Elon Musk는 대량 생산되어 현재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차량에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다른 경쟁 차종들보다 조금 더 편하고, 원가가 덜 들어서 FSD 운행에 필요한 사양을 기본으로 설치 가능한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전략으로 접근했고, 그것이 현재의 FSD 시장을 만들어냈다. 둘째, 자율주행 택시는 운전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회사가 무한 책임을 지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를 위해서는 Tesla조차도 LiDAR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자율주행 시장에서 LiDAR 센서에 대한 수요와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임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Tesla가 생각하는 현 모델의 다음 업그레이드 버전에는 지금의 FSD를 능가하는 새로운 레벨의 자율주행 기능이 옵션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의 아이콘 자리에서 내려온 Tesla로서는 기존 모델들과는 차별화된, LiDAR까지 포함한 프리미엄 FSD 기능이 탑재된 새 모델 S, X, Y, 3로 승부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모델의 이름을 바꾸고, 외관 디자인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탑재되는 첨단 센서와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차량으로 다시금 혁신의 아이콘 자리를 되찾으려는 의지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비약일까?


크루즈 교통 사고 장면 - 사망 사고도 생겨서 자율 주행 택시 시장이 한동안 얼어 붙었다. 


확실한 것은 전기차의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고, Cruise 무인 택시의 인명 사고 이후로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주행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현시점에서 Tesla는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의 FSD 실현이나 8월로 예정된 (얼마전 10월로 다시 연기되었다.) 로보택시 모두 설익은 기술 적용으로 인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Tesla는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기술로 돌파하기로 결정한 듯하다. 천상계로 복귀할 수 있을지 아니면 현실 세계에서 많고 많은 자동차 회사 중 하나로 전락할지는 로보택시에 적용될 새 기술이 무엇이고 그 기술의 완성도가 어떨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자동차 전문 정보 공유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브런치에는 조금 늦게 공유하겠습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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