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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25. 2024

중국산 부품 없이 자동차 만들기에 나서는 미국

최대 효율을 쫓아가던 자본 주의가 스스로 제동을 걸고 있다. 

1990년대 자유 무역의 시대가 열리고 200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호황이 찾아왔다. 낮은 금리에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를 하고, 주가와 부동산이 같이 상승하면서 선진국들도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는 황금기를 기억할 것이다. 보통 금리가 낮으면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가 다시 잠잠해지면서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기 마련인데 2000년대 초반 길게 보면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에도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그다지 상승하지 않았다. 이유는 싸게 물건을 대신 생산해 주던 ‘세계의 공장’ 중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라본지오르니의 중국산 없이 살아 보기 책 표지

2007년에 세 아이를 둔 한 미국의 주부이자 기자인 사라 본지오르니는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 (A Year without MADE IN CHINA, 2007)’라는 책에서 1년 동안 중국제품을 쓰지 않고 살아 본 경험을 소개했다. 남편은 호시탐탐 보이콧에서 빠져나가려 했고 아이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 표시 장난감 앞에서 생떼를 썼으며 기자 스스로도 떨어진 프린터 잉크를 구하지 못해 생업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다시 중국산을 보이콧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중국산이 아닌 것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국의 값싼 노동 생산성에 기댄 호황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트럼프가 등장하면서부터다. 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는 제조업 노동자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공공의 적으로 중국을 내세웠다. 어느새 미국과 경제 규모 면에서는 대등한 위치로 올라선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제3 세계에서 값싸게 원재료를 들여오고, 핵심 설비는 일본에서, 핵심 부품은 한국에서, 완제품 생산은 중국에서, 각각 제일 효율적이고 잘하는 국가를 거쳐서 최적의 공급망 관리를 하던 이른바 커플링은 2020년 이후 미-중 무역 갈등으로 깨졌다. 그리고 이 고리가 무너진 부담은 고스란히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코로나가 진정세를 보인 이후로 2023년부터 물가가 지속적으로 3% 이상 상승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계속해서 5% 이상의 높은 금리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에 기대와는 달리 이런 높은 금리 때문에 미국으로 전 세계의 돈이 몰리면서 환율은 올라가고 미국에는 돈이 더 넘쳐나는 상황이다.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서 금리를 올렸는데 돈이 줄지 않으니 주가도 오르고 부동산도 오르지만 물가도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렸지만 물가는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


주식도 오르고, 부동산도 오르고 경기가 좋으면 결국 미국에는 좋은 일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물가는 일반 서민들의 실질 임금을 떨어뜨려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주가나 부동산이 오른 만큼 임금도 그만큼 오르지 않으면 물가가 3% 오를 때마다 실제 삶은 임금이 3% 줄어드는 것과 같다. 이자 소득을 얻고,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보는 상위 10%는 더 부자가 되겠지만 월급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일반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뉴욕에 사는 지인은 가족들이 한번 나가서 식사를 하려면 20만 원은 족히 든다면서 한국으로의 귀국을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소비가 미덕인 미국에서조차 높은 물가가 부담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자동차뿐 아니라 다양한 물품들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바이든 정부가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IRA와 보안 관련 Connected CAR 부품 같은 특정 제품군에 국한되지 않는 전방위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현대 산업에서 기초가 되는 반도체나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의료용품들까지 MADE IN CHINA에는 관세가 붙을 예정이다.


이런 정부의 추세에 발맞추어서 테슬라, 현대차,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도 공급망을 이원화 관리에 나섰다. 미국에 들어오는 차 혹은 미국에서 생산될 차에 들어가는 부품들에게서 중국산은 배제될 예정이다. 올 11월의 대선에 트럼프가 당선되면 또 어떤 제재가 추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확실히 관리하겠다는 자동차 회사들의 움직임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2007년에 사라 본지오르니가 중국산 제품 없이 1년 살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처럼 자동차 회사들에게도 이미 중국산 부품 없이 자동차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단 무조건 가격은 올라간다. 대체하는 공장을 찾고 품질을 검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설령 찾는다고 해도 글로벌 시장에는 엄연히 가격이 더 싼 동일한 성능의 중국산 부품이 존재한다. 미국을 위한 부품은 미국 시장만을 위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물론 1500만대로 작은 시장은 아니지만,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6천만 대 이상임을 감안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더군다나 전기차는 140만대로 1400만 대가 팔린 전 세계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미국만을 위한 부품을 따로 만들 수 있지만 규모를 통한 원가 저감은 어렵다. 


자동차 뿐 아니라 부품까지 모두 중국산은 배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이런 무역 경쟁에서 미국보다는 더 자유롭다. 미국에 팔지 않더라도 자국 내수만으로도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육성할 시장도 있고 정부의 의지도 있다. 미국의 여러 규제에 대응해서 비슷한 규제들을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국에 이익이 되는 테슬라와의 자율주행 FSD도 승인하고 다른 유럽 국가들 간의 합작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50:50의 비율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자동차 합작회사의 룰도 완화한 모양새다. 시장을 다 닫지 않고, 정당한 경쟁을 통해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정작 고립되는 쪽은 무역 장벽을 높이 세우고 있는 미국이다. 안 그래도 물가 상승률이 높아서 인건비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데 중국산 부품을 제한하면 미국 내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단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입되는 차들에 붙는 관세까지 붙으면, 미국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자동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일반 생필품들의 물가 상승도 버거운데 자동차 가격마저 올라간다면 미국의 자동차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듯이 중국의 성장을 보기 싫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경제는 실리가 우선이다. 정작 미국을 위한 정책은 어떤 것인지는 제도가 시행되고 시장을 반응을 보면 드러날 것이다. 




자동차 전문 정보 공유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브런치에는 조금 늦게 공유하겠습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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