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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31. 2024

모든 차를 전기차로 대체할 수 없다면 연료를 바꾸자.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친환경을 달성하는 새로운 관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이산화 탄소를 줄여야 하는 건 확실하다. 그렇다고 지금 달리고 있는 자동차들을 다 한 번에 전기차로 바꿀 수는 없다. 전 세계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15억대의 자동차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려면 그만큼의 배터리가 필요한데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리튬 자원을 모두 다 써도 50% 정도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 많은 차들을 충전할 전기를 생산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동하고 물건을 나르는 일은 자동차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를 이동하고 커다란 컨테이너를 옮기는 작업은 비행기와 대형 선박들이 하고 있다. 만약 비행기와 컨테이너 화물선을 전기로 움직이게 한다고 가정해 보자. 하늘에서는 방전이 됐다고 중간에 세울 수도 없을 테니까 에너지를 충분히 채워야 하기에 엄청나게 큰 배터리가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배터리는 커지면 커질수록 무게도 많이 나가니까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거기에 많은 에너지를 충전하는데도 시간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 배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이동거리가 길고, 중간에 멈출 수도 없고 하늘과 바다에서 떠 있으려면 되도록 가벼워야 하는 특징들 때문에 항공기와 선박을 이용한 운송을 전기로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퓨얼 전 주기 흐름도. 산업통상자원부 E-fuel 연구보고서 자료 참조


애초에 이산화 탄소가 나오지 않는 연료를 만들면 되겠지만, 쉽지 않다. 대안인 수소가 있지만, 상온에서 기체상태인 수소를 가지고 가려면 커다란 탱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해결책을 찾던 사람들은 관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최종 목표가 이산화 탄소를 줄이는 거라면, 그럼 나무를 심듯이,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인 연료를 쓰면 되지 않을까 라는 고민 끝에 탄생한 새로운 해결책이 재생 합성 연료인 이퓨얼, (E-Fuel, Electro-fuel)이다. 


이퓨얼은 풍력, 태양광, 원자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수소를 만든 후에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합성하여 제조하는 합성 액체 연료다. 기존의 가솔린이나 디젤처럼 주유하고 사용할 수 있다. 성분에 이산화탄소로부터 온 탄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태우면, 이산화 탄소가 나오지만, 생산 과정에서 이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크게 보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친환경 연료인 셈입니다. 마치 밥 먹고 운동하는 거랑, 운동하고 밥 먹는 거랑 칼로리 입장에서는 동일한 것과 같다. 


기존의 화석 연료처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서 안정적인 연료공급이 가능하고 연료의 특징들도  엔진 특성에 맞춰서 조정할 수 있다. 액체 연료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내연기관 엔진에 쉽게 적용할 수 있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것도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국가 간 또는 지역 간 운반할 때도 좋고 발전소에서 생산된 잉여 에너지 저장에도 활용될 수 있다. 


사실 이 퓨얼 개발은 석유가 고갈되는 상황을 대비해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대기 중에 이산화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과 만나면서 석유가 고갈되는 문제보다 더 먼저 다가온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우디는 2017년부터 별도의 연구시설을 세우고 이 퓨얼 연료를 생산하고 거기에 맞는 엔진 실험에 착수했고 도요타나 닛산 같은 일본 기업들도 관련 엔진 연구를 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로 알려진 포르셰는 칠레에 하루 400리터의 E-fuel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어서 2024년부터 F1 레이싱 경주용 자동차에 연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칠레에 건립된 포르셰의 E-fuel 공장

문제는 늘 가격이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쓴 것처럼 환경에 좋은 건 그만큼 비쌀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와 비교해 보아도 이퓨얼은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 변환 효율이 낮고 제조 공정이 복잡하다. 전기를 만들고 그걸로 수소를 만들고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 탄소를 포집하고 이들을 합성해서 연료를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마다 돈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재 구매 가능한 E-가솔린의 가격은 1L당 4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5만 원이 넘는다. 주유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의 30배가 넘어가는 상황이니 이런 상태로는 전혀 시장 경쟁력이 없다.


이퓨얼의 생산 단가를 낮추려면, 과정마다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친환경 발전을 늘리고 이산화탄소도 대기에서 보다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직접 포집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다. 이산화 탄소와 수소를 반응시키는 합성 과정도 더 좋은 촉매 물질로 대체하고 대량 생산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퓨얼 연합의 계획에 따르면, 2050년에는 이퓨얼의 생산 가격이 1리터당 1.3 달러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예상을 바탕으로 2050년에 탄소 중립 시대에는 현재 다니는 자동차의 50%는 전기차로 대체되고, 30%는 이퓨얼로 운영되고 나머지 20% 중 절반은 콩이나 유채꽃으로 만든 바이오 연료와 기존의 석유를 일정 비율 섞여서 소량 소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50 이퓨얼 공급 계획과 가격 예상 – E-fuel Alliance 자료 참조


석유 한 방울, 전기차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인 리튬도 거의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이퓨얼에 대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전기차, 수소차를 중심으로 수송 동력의 미래 모빌리티 에너지원 전환하는 가운데 기존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의 유연한 전환이 가능해진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조선 해양 대형 수송 산업 부문에서도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기술을 선점할 수 있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자동차 전문 정보 공유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브런치에는 조금 늦게 공유하겠습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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