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판매의 목표보다 기술을 실현하는 도구로 본다.
테슬라 주가가 올해 들어 이런저런 이슈로 요동치고 있다. 연초부터 신규 모델이 지연되고 중국 모델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결국 올 상반기에 자동차 매출은 전년보다 7% 감소해서 200억 달러를 넘지 못했고, 영업 이익률은 6.3% 수준으로 떨어졌다. 드디어 테슬라도 천상계를 내려와서 일반 자동차 회사들과 생존을 경쟁하게 되었다는 평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하락하고 테슬라 자체도 자동차 개발 분야 인력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단행했다. 보기에는 분명 위기였다.
그러나, 5월부터 주가는 다시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시작은 중국에서의 FSD 허가였다. 그동안 자율 주행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취득한 데이터를 국외로 보내는데 부정적이었던 중국 정부를 설득해서 바이두를 중재자로 두면서 중국 내륙에서도 FSD 기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신차뿐 아니라 그동안 판매했던 200만 대에 달하는 차량들도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전기차가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라 더 의미가 있다.
이어서 로보 택시를 발표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발표가 있었다. 8월 8일로 예정되었던 발표일은 10월 10일로 연기되면서 김이 새긴 했지만, 크루즈 등 다른 자율 주행 택시 운행 업체들이 사고와 인증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보 택시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율 주행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었다. 프로토 디자인이 공개되면서 10월로 예정된 발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7월에 들어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2025년부터 자사의 용도로 투입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자동차 회사지만 2022년 테크 데이에 처음 선을 보인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2023년에는 자율 주행 차처럼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하고 자세를 제어하는 수준을 보여 줬었다. 자사의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는 아직 공표되지 않았지만 테슬라가 확실히 로봇에 진심인 것은 확실하다.
사실 자동차 회사들의 로봇에 대한 도전은 테슬라가 처음이 아니다. 도요타는 1970년대부터 로봇 개발에 나선 도요타는 1980년부터 산업용 로봇을 활용해 자동차 제조에 나섰고 2000년에는 처음으로 반려 로봇의 개념을 세우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 현대차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TAAS 서비스의 일환으로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이어 건설 현장이나 자동차 제조 자동화에 활용할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을 밝혔다. 이런 기술들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도요타나 현대차 같은 회사들에게 로봇은 본업인 자동차 산업을 더 잘하기 위한 디딤돌로 여겨진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전자 회사다 보니 로봇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런저런 시도도 있었지만, 결론은 늘 “그래서 반도체를 잘 만드는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데?”로 귀결되었다. 그러고 나면 당연히 로봇이 아직은 미숙한 기술의 수준에 비해 더 싸고 능숙한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늘 새로운 시도들이 흐지부지 되고 만다는 아쉬움을 들은 바 있다. 제조업 회사들은 자기들이 만드는 제품을 더 잘 만들고, 더 싸게 만들고, 더 많이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술을 본다. 자동차 회사에겐 늘 자동차가 중심인 셈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조금 다르다. 회사의 매출이 줄어들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데 신모델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기술 이야기가 더 주를 이룬다. 최근의 휴머노이드 로봇 발표를 보면, 자동차를 팔아서 자율 주행 기능을 수행하고 고객들의 각종 데이터를 모아서 로봇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 자체보다는 기술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2분기 지표를 봐도 방향이 더 명확하다. 15%에 달하던 영업 이익률이 절반보다 더 떨어질 정도로 할인 정책을 펼쳐서 겨우 현 수준을 유지했다.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더라면 아마도 판매량은 더 줄었을 것이다.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에서의 판매량 감소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지 않는 한은 당분간은 자동차 부문의 매출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 에너지 발전, 저장 및 서비스 분야는 증가 추세에 있다. 에너지 발전과 저장 부분은 30억으로 전년대비 100% 증가했고, 서비스 등 기타 사업도 21% 증가했다. 그래서 전체 매출은 판매량이 줄어도 오히려 2% 더 늘었다. 인공지능 / 로보 택시 분야 신규 인력 채용 중 상반기에 진행했던 구조조정도 자동차 관련 개발 인력은 크게 줄이고, 로봇, AI 등 신규 분야에 대해서는 추가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10월 10일로 연기된 로보 택시와 내년에 적용될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확실히 테슬라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파생되어 나오는 새로운 사업들이다.
자동차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동차만을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는 회사와 자동차조차도 이루고자 하는 큰 기술을 향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회사가 그리는 미래의 크기는 어디가 더 클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테슬라가 최근 집중하는 사업들이 당장의 순이익을 개선해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 구조적으로 특이점을 만나면 급격히 팽창할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는 이미 2018년 모델 3을 출시하면서 10년을 지속했던 적자 시대를 극복하고 흑자로 접어들면서 전기차의 블루오션을 열었던 경험이 있다. 주식 시장도 2018년에 테슬라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가 몰려 주가에 반영된 바 있다. 중국 회사들을 필두로 경쟁자들이 바글바글한 전기차라는 레드오션에서 이미 테슬라는 관심을 다음 미래 기술들로 옮기고 있다.
자동차 전문 뉴스 매체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을 조금 늦게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