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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Nov 07. 2024

트럼프의 당선과 윤석열의 기자 회견

미안하지만 정말 1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 

미국 대선이 끝났다. 결국 다시 트럼프가 되었다. 4년 전 선거에 지고 난 이후에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를 조장했던 과오는 지워진 듯하다.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었던 각종 재판들도 면책 특권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사라질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동맹과의 신뢰를 지키고, 전쟁을 막고, 인종을 차별하지 않고, 남녀는 평등하다는 현재의 문화를 지탱해 오던 가치를 대 놓고 지키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고, 또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을 절반이 넘는 미국인들이 선택했다. 그를 선택한 그들에게는 당장 미국을, 그래서 자신의 삶을 잘 살게 하는 리더가 필요했나 보다. 


지구 반대편인 우리나라에서는 오늘 대통령의 기자 회견이 열린다. 법조인으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멘트 하나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브랜드화한 한 검사가 흐름을 타더니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섬길 곳이 국민 밖에 없는 높은 자리에서 나는 사실 아무도 섬길 줄 모르는 사람임을 절반의 임기 동안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건전 재정을 만들겠다고 과학 연구와 도서관 같은 예산을 삭감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세수는 종부세와 상속세, 증여세 등을 낮추면서 더 부족해졌다. 부족한 예산은 환율을 방어하고 재난에 사용하는 여러 예비비에서 가져다가 충당하고 있다. 


전 정부가 못한 일을 본인이 한번 밀어붙여서 성과로 만들어 보겠다고 시작한 의료 개혁은 어디서 왔는지 아직도 설명을 들은 바 없는 2000명이라는 숫자에 갇혀서 아직도 표류 중이다. 경기는 점점 안 좋아지고, 부채는 계속해서 늘고,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 기간산업들은 위기인데 나라는 무슨 정치 중개인의 녹취로 시끄럽다. 이제 임기의 절반인데 10% 대로 떨어진 지지율에 취임 후 처음으로 질문을 끝까지 받겠다는 끝장토론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사실 하나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 사람은 변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봐온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판단의 잣대를 위법하냐 하지 않냐는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 명태균의 녹취에서 나온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한 첫 번째 해명은 통화 다음날 취임이라 당선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아직 공직자가 아니라서 위법이 아니다는 해명이었다. 자신에게 관대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옳고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모르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우리가 자초한 일이다.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으로서 법은 중요하다. 그리고 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이 목표인 보통의 우리는 법 없이도 잘 살아간다. 그래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법으로 정의할 수 없는 미묘하고 복잡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들을 풀어내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대통령에게는 면책 특권이 존재한다. 법에 얽매이지 말고 정치를 하라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풀어야 할 문제를 풀어서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는 대통령이 우리는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트럼프 같은 사람을 뽑을 수 있냐"라고 분개하는 초등학교 5학년 둘째 아이에게 부끄럽다.  법 위에 서서 상대를 비난하고 가치를 붕괴시켜 버리는 것 같은 트럼프지만 적어도 자기 지지층이 원하는 이야기는 듣고 그 걸 관철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일들은 해 내 왔다. 그래서 여러 송사들이 있지만 4년이 지난 이후에도 지지자들을 다시 결집시켰다. 적어도 그는 문제를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각 나라들마다 무역의 장벽을 높이고 자국 우선 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요즘, 트럼프의 당선은 앞으로 더 경쟁이 더 치열질 것을 예고한다. 이 살얼음판 같은 상황에서 열리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대통령은 문제를 풀 능력이 있음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안타깝지만 정말 아무런 기대가 되지 않아 슬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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