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힘들면 차도 힘이 듭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 졌습니다. 우리 몸도 추위에 움추리고 힘든데 기계인 자동차는 오죽 하겠습니까? 차가운 겨울 아침에 차에 시동을 거는데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당황스럽습니다. 소시적에 철원이나 태백 스웨덴으로 냉간 차량 시험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추우면 제일 먼저 액체 성분들이 굳어집니다. 엔진 오일은 점도가 높아지고, 냉각수는 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액을 꼭 챙겨 넣어야 하고 시동을 건 이후에는 엔진 오일이 충분히 데워 질 때까지 Warm up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하 주차장같이 통제가 되는 곳에 세워진 경우에는 큰 문제는 없지만 야외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차가 차갑게 식은 경우에는 적어도 가솔린 30초 디젤은 1분 정도는 공회전을 유지해서 최소 오일 온도가 40도 이상에 도달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 엔진 보호에 도움을 줍니다.
그래도 이런 웜업을 하려면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겨울철에는 시동이 안 걸리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겨울에 시동이 자주 안 걸리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일단 엔진 오일의 점도가 커지기 때문에 시동 시에 이겨내야 하는 마찰력이 너무 큰 경우입니다. 특히 철원이나 산간 지방처럼 많이 추운 지역에 계시다면 보통 쓰는 5W30 엔진 오일보다 겨울철 점도가 낮은 0W20 을 사용하시면 겨울 시동성이 한결 개선됩니다.
둘째는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때 입니다. 어는 점이 아주 낮은 가솔린의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연료 내 파라핀 성분이 들어가는 디젤 연료는 한계 온도 이하로 내려 가면 연료 필터내에서 연료가 응고되면서 연료가 고압펌프로 공급되지 않아서 크랭킹이라고 엔진이 돌기는 도는데 점화가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상용 디젤 연료는 보통 영하 15도 정도까지는 문제 없이 응고되지 않도록 되어 있고, 동절기나 혹한지에는 융해제를 첨가해서 영하 30도까지 응고를 되지 않는 연료가 특별히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량 내 필터에 히터들이 달려서 이렇게 응고된 연료를 녹여 주는 기능이 포함된 차량도 많습니다.
만약 철원이나 대관령에 놀러 갔다가 이른 새벽 아침에 갑작스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고 하시면 당황하지 마시고, 일단 키 온을 한 상태에서 차를 5분 정도 둬서 필터 내 히터가 작동되도록 기다렸다 다시 걸어 보세요. 날이 밝고 조금 온도가 올라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걸어 보시거나 주유소가 근처라면 현지 디젤 연료를 받아서 주유하신 후 Key on하고 두시면 혹한지 연료에 들어가 있는 융해제 덕분에 막힌 필터가 뚤리기도 합니다.
가스로 분사되는 LPG 엔진의 경우에는 겨울에 기화되는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여름에는 부탄 100%의 형태로 공급되다가 겨울에는 프로판 30% / 부탄 70%의 비율로 공급됩니다. 이 비율은 계절에 맞춰서 서서히 조절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을 하시는 분들은 연료 탱크 내에서 자연스럽게 바뀔 겁니다. 다만 여름 초가을까지 사용하다고 오랫동안 차를 쓰지 않으셨다가 겨울에 시동을 거시면 시동이 불안할 수 있습니다. 연료의 비율 문제일 가능성이 크니 가까운 충전소에서 겨울에 맞는 연료로 충전해 쓰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첫 점화가 일어나기 전까지 열심히 엔진을 돌려 주어야 하는 시동 모터를 구동할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입니다. 제 아이폰도 겨울에 실외에 두고 운동하고 오면 30% 충전되어 있다가도 갑자기 꺼지곤 했었습니다. 충전지의 구조상 추운 겨울에는 상온에 비해 성능이 40% 정도까지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앞서 기술한 여러 이유 때문에 겨울에는 마찰도 크고 첫 점화 하기가 쉽지 않은데 안된다고 세 번 네 번 반복하면 배터리는 금새 퍼져 버립니다.
그러니. 만약 시동이 안 걸리면, 한번만 더 시도해 보시고 그래도 안되면 일단 네비게이션이 열선 시트같이 전기를 소비하는 품목들을 일단 끊어 주고 키 온 상태에서 10분 정도 두면서 다른 기능들이 깨어 나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한번 더 걸어 보고 그래도 안되면 무언가 다른 문제가 있으니 연료나 다른 계통을 점검해 보셔야 합니다.
다른 문제는 없고 배터리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면, 긴급 출동을 부르셔서 점프라고 하죠. 다른 차량의 전원에 연결해서 강제로 시동을 거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렵게 시동을 걸면 적어도 30분 이상은 주행하면서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해 주어야 합니다. 크랭킹은 되는데 좀 약한 경우에는 자체 주행으로 충전해도 가능하지만, 라이트를 켜 놓고 왔다 거나 다른 이유로 완전히 풀 방전이 되면 배터리의 성능이 5~10%정도 약화되어서 처음엔 시동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다음 번 시동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풀 방전이 두 번 이상 반복된 3년 이상 사용한 배터리는 새 배터리로 교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외에도 추워지면 챙겨 봐야할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교통안전 공단에서 잘 정리한 내용이 있네요. 사람이 힘들면 차도 힘듭니다. 미리 미리 점검하셔서 나만의 공간으로 따뜻하게 이동할 수 있게 도와 주는 자동차와 추운 밖에서 오돌오돌 떠는 일은 없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