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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면 하는 마음이 대견해

12번째 생일 축하해

by 이정원

수현아. 안녕.


12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한창 더운 여름에 태어난 너는 뜨거운 햇살만큼 에너지가 넘치지. 어릴 때는 몇 배는 큰 언니와 어른들 사이에 소심하고 수줍은 아이였던 네가 이렇게 훌쩍 커버린 걸 보면 우리가 함께 가족이 된 시간도 꽤 오래되었구나 싶다.

요즘 한창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너는 지난 주말에 그 전날 과식 했다며 아침, 점심, 저녁을 스스로 해 먹겠다고 했었지. 그리고는 샐러드와 계란과 건강식으로 멋지게 하루를 챙겨 먹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수현이는 참 한다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넌 어떤 것이 옳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 늘 꼭 해 내는 굳은 심지가 있지. 다이어트한다고 하면 치킨을 시켜도 먹지 않고 한참을 놀다가도 다음날 학원 숙제가 있으면 밤늦게 졸려도 다 해 내고, 단어 시험이라도 봐야 하면 큰 소리로 외워 가야 마음이 편한 너를 보면 대견한 마음이 들어.


물론 배고프다고 짜증내서 그럼 뭐 먹을래 하고 권하면 대뜸 화내는 너의 마음이 여전히 어렵긴 해. 그래도 자기가 한 말의 무게를 알고 지킬 말만 하고 그걸 또 해내는 좋은 습관은 수현이를 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살도록 지켜 줄거라 믿는다.

아빠는 어설픈 조언도 간섭도 되도록 참고 우리 딸이 그렇게 자기가 해야겠다는 걸 차근차근 잘해 나가길 응원하며 곁에 있어 줄게. 하다가 힘들면 좀 쉬어도 되고, 그러다 짜증 나면 아빠한테 풀으렴. 웃기지도 않고 재미도 없지만 그래도 잘 들어주고 어디든 같이 걸어 줄게.


늘 고마운 우리 막내딸. 생일 축하해.

2025년 7월 22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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