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과는 전혀 관계없지만,
시간을 침범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매일 아침 시간은 반드시 내 것이어야 한다. 독립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집 아침이 시끄럽기 때문이다. 아침에 글을 쓰거나 루틴을 만들기 어려워서 집을 나왔다. 어쩔 수 없이 흐린 눈으로 보내는 시간도 있지만, 아침 시간은 제대로 보내야만 한다. 평일 워킹데이는 출근 이후 회사를 위해 시간을 쓴다. 퇴근을 해도 이미 머릿속에는 일 생각으로 뇌 회로가 꼬여있기 때문에 내 일에 제대로 몰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새벽에 글을 쓰며 아침에 집착하는 건. 삶을 내 것으로 꾸리고 싶기 때문이다. 출근하기 전에 아등바등 모닝페이지를 쓰고, 명상과 다도를 하고, 책 작업을 하고, 때때로 그림을 그리고, 식물을 가꾸는 건 내가 바라는 인생(목표)에 가까워지기 위함이다. 퇴사할 용기는 없으니까. 아직 내 손으로 회사를 그만둘 각오는 못했으니까. 시간을 쪼개서 자아를 나눠서 살고 있는 거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다. 손에 닿는 것만 내 것이라고. 손에 닿지 않는 건 내 영역을 벗어나 있어 진짜 내 것이 아니라고. 글을 쓰는 일도, 작가라는 꿈도, 그림책 모임을 열어서 좋아한다는 마음을 이야기하며 사랑하는 것을 나누는 일도 모두 다, 내 손에 닿는다고 믿으며 꽉 쥐고 있다. 좋아하는 동료들과 일할 수 있는 회사도 내 손에 닿는 영역에 있다고 믿으며 꾸역꾸역 잡고 있다. 무엇이 진짜일까. 전부 손에 닿는다고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무서워서 놓지 못하겠다. 때로 사람이 좋아서 회사를 다닌다는 게 정말 나를 위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확신은 없다. 그래도 좋아하니까- 놓을 자신이 없다.
40년 동안 해 온 일과는 전혀 관계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알게 됐어.
<머리는 이렇게 부스스 하지만>
- 요시타케 신스케
어제 아침, 그리고 오늘 아침. 눈물 수도꼭지가 터진 문장이다. 난 그걸로 안될 것 같은데. 좋아하는 일이 뭔지 알지만 그저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걸. 그래서 자꾸 나를 다그친다. 가고 싶은 방향은 알고 있지만, 핸들을 돌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해가 뜨면 눈을 뜬다. 더 자고 싶지만,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쇼츠나 보고 싶지만 몸을 일으켜 글이 되지 않을 이 글, 모닝페이지를 쓴다. 뭐라도 쓰고 있으면 그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두 번째 책 퇴고를 마치고 디자이너가 작업을 하는 동안, 바로 세 번째 책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의 삶이 더 무섭고 불안하니까, 이대로 머무른다면 나는 더 작아질 테니까. 무엇이라도 써야 한다. 책이 되지 않을 글이라도. 쓰는 시간만큼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나는 나를 믿어.
그게 어떤 것이냐면 말이지.
혹여 나의 선택이 틀리더라도, 후회란 없어.
그 순간 내가 내릴 다음 선택을 믿거든.
나는 그렇게 살 거야.
<내가 되고 싶은 사람>
- 김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