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눈을 가졌어"
여러분의 고민은 어떤가요? 제 고민은 낮과 밤이 오가는 것처럼 변덕입니다. 어떤 날은 빠르게 지나갔으면 하고, 어떤 날은 다음이 두렵기도 합니다.
지금의 나와 마주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아니면, 어떤 답을 해줘야 할까? 지나가는 하루를 붙잡고 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밤바다를 바라보면 조금은 괜찮아집니다. 지평선과 수평선이 하나 되는 자리, 바다의 변덕은 아름답습니다. 홀로 떠있는 부표는 저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파도가 이야기하는 소리 가득한 바다, 밤은 소리를 증폭시킵니다.
아름다운 봄은 짧지만, 봄을 잊을 만큼 여름은 잔인하게 길게 느껴집니다. 계절마다의 경계 면에서 요동치는 온도의 격동기들을 마음으로 간직해 봅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밤바다, 어두움보다는 지나가는 하루를 놓치기 싫었을 때, 시험을 하루 이틀 앞두고 차를 타고 바다로 떠나버렸다. 아직 조금은 차가운 바닷물과, 공기. 누구를 떠올리는지 중요하지 않지만, 아름다움의 길을 걸었다. 파도가 몰아쳐오다 도망가다, 그렇듯 서로의 언어가 달랐을까. 바다와 땅의 경계선에 서서 망설였다. 파도 턱 앞에 서서 사진 한 장을 찍고, 바닷소리를 기억해 두었다.
딱 지금 이 자리에 누워 잠들고 싶었다. 외로이 떠있는 부표를 부둥켜안고 사진보다는 그렇게 간직하고 싶었다. 첫 만남의 우연이 그렇게 하나가 되었듯이, 갑자기 떠나온 바다가, 몰아치는 파도가 사라지면 흔적만 남기고 없어지는 것처럼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몰아치니까. 그걸로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제자리에 누워 잠이 들고 싶지만, 멍하니 떠있는 부표를 보고 마주 앉았다.
연락도 없이 너를 찾아갔다가도, 뒷걸음친다.
“너 그거 알아?"
"너는 좋은 눈을 가졌어"
왜 좋은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해도 알 수 없었는데, 나를 쳐다보는 너는 파도소리와 같았다. 너는 그걸 아는지는 모르겠다. 지구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파도 소리는 메아리처럼 계속된다는 것을, 흔적 위에 흔적을 남기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너는 파도와 같은 눈을 가졌어"
밤바다 외로이 홀로 떠있는 저 부표는,
밤까마귀가 앉았다 갔을까.
낮바다와 마주 앉아서 까마득히 잊어버렸다가도 어두움보다는 지나가는 하루를 놓치기 싫었을 때.
지평선과 수평선이 하나돼있는 밤바다 앞에 서자.
밤바다 외로이 홀로 있는 등대는 밤바다를 밝혀주겠지만 우리를 밝혀주지 못하겠지,
사진 한 장보다 마음으로 그렇게 기억하고 싶을 땐
그렇게 밤바다 앞에 서자.
"지나가는 하루가 아득해져 갈 때가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방안에 누워서 잠 못 드는 사람들이 있다.
힘겨운 하루를 마무리했음에 아쉬움이 남아서 그렇겠지.
어쩌면 새로 시작하는 하루가 두려웠을 수도 있겠다.
나는 그래서 ‘불면증’이 있었나 보다.
불면증이라는 ‘경계선’에 서있는 것처럼,
그럴 때마다 나는 외로이 나와 마주 앉아 지평선과 수평선이 하나 되어있는 ‘밤바다’에 섰다.
부산은 유독 까마귀가 많더라,
‘검은 바다’ 위 ‘등대’가 비추는 저 부표에는 밤 까마귀가 앉았다 갔을까.
지나가는 어둠보다 지나가는 하루를 놓치기 싫었을 때 그럴 때 밤바다에 서서 나와 마주했다.
사실 밤바다 위에는 아무것도 보일 리가 없지.
내가 ‘서있는 곳’ 등대는 보일 리 없는 밤바다 위를 비추겠지만, 사실 나를 비추진 못하겠지.
“너는 나를 볼 수 있을까.”
너는 유독 빛났다.
사진 한 장보다는 마음으로 간직하고 싶을 때에는,
지평선과 수평선이 하나 되어있는 그 경계선에 서보자.
나와 마주 앉아서 지평선과 수평선이 하나돼있는 밤바다에 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