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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쿠 Oct 25. 2024

캐나다 +420, 우리의 짧았던 만남, 소닉 더 헤지혹

쇼 막바지가 되면 아티스트들은 프로덕션에 묻습니다. 우리 회사 쇼 라인업은 어떻게 돼? 내 다음 쇼가 정해졌니?


이는 밥줄의 연명을 의미하고, 내 포트폴리오에 멋진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의미하며, 앞으로 수개월동안 미쳐서 할만한 프로젝트인지 판가름 나는 순간 입니다.


'헤이 사쿠, 너의 다음 프로젝트는 '소닉' 이야!'


이 시즌에는 유독 게임, 애니메이션이 실사화되는 경우가 잦았는데요. 이전 프로젝트인 '명탐정 피카츄' 도 그랬고, '라이언킹'도 실사화가 진행된바가 있었습니다.(라이언킹은 실사화라기엔 full 3D animation에 가깝긴했지만요..)  이에 맞추어 소닉도 실사화가 진행된 것인데요. 역시 관건은 원작의 캐릭터를 얼마나 현실에 가깝게 녹여낼 것인가 겠죠?


결과적으로 첫 번째 예고편은 확실한 이슈몰이는 됐지만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내지는 못했습니다. 혹평으로 인해 오히려 개봉일이 연기되는 이슈를 겪었죠.


이 글은, 짧았지만 강렬했던 소닉 더 헤지혹의 첫번째 트레일러 까지의 이야기 입니다.






우리의 첫 만남


사실 회사 내에 프로젝트 라인업은 옆의 동료나 다른 사람들을 통해 귀동냥을 통해 듣게됩니다. 다음 프로젝트는 뭐가 있다더라. 다른 파트에서 이러한 캐릭터 작업을 하고 있다더라. 이런식으로요. 어렴풋이 저의 다음 프로젝트가 '소닉 더 헤지혹' 이 되겠구나 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한 구성원들이 짜여지고, 저 또한 팀원으로 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예고편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처음 맞이한 소닉의 모습은 약간 이질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캐릭터 소닉'의 모습이 '인간화 된 소닉' 의 모습으로 실사화된 것이었는데요. 이전 프로젝트의 '캐릭터 피카츄'가 '캐릭터 피카츄' 로 실사화 된 경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첫번째 예고편에서 볼 수 있는 '인간화 된 소닉' 의 모습. 예를들면 인간의 치아..?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약간은 우려섞인 목소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업무는 캐릭터의 모습을 평가하기 보다는 일단 촬영된 원본에 어떻게든 캐릭터를 녹여내는 것이었죠. 그렇게 첫번째 예고편의 작업이 시작 되었습니다.




캐릭터의 특성에 집중한 예고편 작업


소닉의 특징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게임플레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몸을 둥글게 말아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과 코인링을 먹을때의 효과음 등이 있을텐데요. (사실 게임을 플레이 해보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이 특징을 어떻게 실사화 시킬것인가' 에 대한 많은 고민의 흔적을 첫번째 예고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닉의 빠른 스피드와 강력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에 대한 설정은 '고슴도치' 인 소닉의 '깃'에 있었는데요. 한올 한올의 '깃' 의 강력한 힘에 매료된 '로보닉' 이 이를 차지하기 위해 소닉을 쫒는 설정으로 실사화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깃' 의 힘을 시각화 하는데에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파란색 소닉에 걸맞는 '파란 전기에너지' 로요.


소닉의 전기에너지표현을 첫번째 예고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빠른 스피드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이 부분은 대부분 CG로 처리되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빠른 물체인 '로켓'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다니는 소닉의 모습으로 표현된 이 특징은,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에 하나라고 볼수있습니다.

로켓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다니는 소닉



짐캐리의 '로보트닉'


제가 주로 작업한 장면은 짐캐리가 등장하는 부분이었는데요. 비행선을 타고 소닉을 쫓아 이러저리 날아다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짐캐리를 보는 즐거움이 있는 작업이었죠. 의외로 까다로웠던 부분은 짐캐리의 촬영본과 배경과 비행선의 빛 방향을 일치 시키는 작업이었는데, 일정에 맞추느라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했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장면을 진행했었는데, 첫 번째 예고편에는 포함되지 않은듯 합니다.


짐캐리의 모습이 담긴 장면을 작업할때의 즐거움이란!



첫번째 예고편의 심상치 않은 반응


첫번째 예고편이 나간 후 그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확실히 이슈몰이에는 성공한 모습이었으나 호평이 아닌 혹평이 많은 상황이었죠. 무엇보다 뜨거웠던 건 역시나 '인간화 된 소닉'의 모습이었는데요. 여러 매체를 통해 각종 조롱섞인 이미지들과 밈들이 양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조롱이 전부가 아니었는데요. 그 이미지들중에는 팬들이 직접 표현한 '우리가 원하는 소닉' 의 이미지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리트윗되고 태그되며 여러 사이트들에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팬들이 만든 '캐릭터 소닉' 의 이미지는 많은 호응을 얻었고, 감독과 제작사 측에서도 팬들의 이런 확실한 요구에 답변의 압박을 받은 듯 했습니다.


얼마 후, 감독은 '캐릭터는 수정될 것' 이라는 의미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그 결과로 영화 개봉일은 연기되고 소닉 캐릭터 전면수정이라는 카드가 선택되었죠.



그 이후...


저의 짧은 소닉 프로젝트 참여기는 여기서 끝이납니다. 프로젝트가 연기되었을 뿐 아니라, 제가 있는 파트에서는 당장 진행할 분량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이 발생될 수 있구나를 느낀 귀중한 의미의 프로젝트였습니다.


여담으로, 이후 예고편에서는 수정된 '캐릭터 소닉'의 모습을 볼수 있었는데요. 팬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감독과 제작사 측의 발빠른 대처가 빛을 발한 순간이라 생각되네요.


그리고 저는 예정되어 있던 다른 프로젝트인 '말레피센트2'로 이동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저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아래는 '소닉 더 헤지혹' 과 관련된 CG 관련 글들 입니다.


https://blog.naver.com/nosukho123/222777938877

https://blog.naver.com/nosukho123/222787774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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