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막바지가 되면 아티스트들은 프로덕션에 묻습니다. 우리 회사 쇼 라인업은 어떻게 돼? 내 다음 쇼가 정해졌니?
이는 밥줄의 연명을 의미하고, 내 포트폴리오에 멋진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의미하며, 앞으로 수개월동안 미쳐서 할만한 프로젝트인지 판가름 나는 순간 입니다.
'헤이 사쿠, 너의 다음 프로젝트는 '소닉' 이야!'
이 시즌에는 유독 게임, 애니메이션이 실사화되는 경우가 잦았는데요. 이전 프로젝트인 '명탐정 피카츄' 도 그랬고, '라이언킹'도 실사화가 진행된바가 있었습니다.(라이언킹은 실사화라기엔 full 3D animation에 가깝긴했지만요..) 이에 맞추어 소닉도 실사화가 진행된 것인데요. 역시 관건은 원작의 캐릭터를 얼마나 현실에 가깝게 녹여낼 것인가 겠죠?
결과적으로 첫 번째 예고편은 확실한 이슈몰이는 됐지만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내지는 못했습니다. 혹평으로 인해 오히려 개봉일이 연기되는 이슈를 겪었죠.
이 글은, 짧았지만 강렬했던 소닉 더 헤지혹의 첫번째 트레일러 까지의 이야기 입니다.
사실 회사 내에 프로젝트 라인업은 옆의 동료나 다른 사람들을 통해 귀동냥을 통해 듣게됩니다. 다음 프로젝트는 뭐가 있다더라. 다른 파트에서 이러한 캐릭터 작업을 하고 있다더라. 이런식으로요. 어렴풋이 저의 다음 프로젝트가 '소닉 더 헤지혹' 이 되겠구나 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한 구성원들이 짜여지고, 저 또한 팀원으로 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예고편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처음 맞이한 소닉의 모습은 약간 이질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캐릭터 소닉'의 모습이 '인간화 된 소닉' 의 모습으로 실사화된 것이었는데요. 이전 프로젝트의 '캐릭터 피카츄'가 '캐릭터 피카츄' 로 실사화 된 경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약간은 우려섞인 목소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업무는 캐릭터의 모습을 평가하기 보다는 일단 촬영된 원본에 어떻게든 캐릭터를 녹여내는 것이었죠. 그렇게 첫번째 예고편의 작업이 시작 되었습니다.
소닉의 특징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게임플레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몸을 둥글게 말아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과 코인링을 먹을때의 효과음 등이 있을텐데요. (사실 게임을 플레이 해보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이 특징을 어떻게 실사화 시킬것인가' 에 대한 많은 고민의 흔적을 첫번째 예고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닉의 빠른 스피드와 강력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에 대한 설정은 '고슴도치' 인 소닉의 '깃'에 있었는데요. 한올 한올의 '깃' 의 강력한 힘에 매료된 '로보닉' 이 이를 차지하기 위해 소닉을 쫒는 설정으로 실사화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깃' 의 힘을 시각화 하는데에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파란색 소닉에 걸맞는 '파란 전기에너지' 로요.
두 번째 특징으로는 빠른 스피드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이 부분은 대부분 CG로 처리되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빠른 물체인 '로켓'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다니는 소닉의 모습으로 표현된 이 특징은,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에 하나라고 볼수있습니다.
제가 주로 작업한 장면은 짐캐리가 등장하는 부분이었는데요. 비행선을 타고 소닉을 쫓아 이러저리 날아다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짐캐리를 보는 즐거움이 있는 작업이었죠. 의외로 까다로웠던 부분은 짐캐리의 촬영본과 배경과 비행선의 빛 방향을 일치 시키는 작업이었는데, 일정에 맞추느라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했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장면을 진행했었는데, 첫 번째 예고편에는 포함되지 않은듯 합니다.
첫번째 예고편이 나간 후 그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확실히 이슈몰이에는 성공한 모습이었으나 호평이 아닌 혹평이 많은 상황이었죠. 무엇보다 뜨거웠던 건 역시나 '인간화 된 소닉'의 모습이었는데요. 여러 매체를 통해 각종 조롱섞인 이미지들과 밈들이 양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조롱이 전부가 아니었는데요. 그 이미지들중에는 팬들이 직접 표현한 '우리가 원하는 소닉' 의 이미지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리트윗되고 태그되며 여러 사이트들에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팬들이 만든 '캐릭터 소닉' 의 이미지는 많은 호응을 얻었고, 감독과 제작사 측에서도 팬들의 이런 확실한 요구에 답변의 압박을 받은 듯 했습니다.
얼마 후, 감독은 '캐릭터는 수정될 것' 이라는 의미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그 결과로 영화 개봉일은 연기되고 소닉 캐릭터 전면수정이라는 카드가 선택되었죠.
저의 짧은 소닉 프로젝트 참여기는 여기서 끝이납니다. 프로젝트가 연기되었을 뿐 아니라, 제가 있는 파트에서는 당장 진행할 분량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이 발생될 수 있구나를 느낀 귀중한 의미의 프로젝트였습니다.
여담으로, 이후 예고편에서는 수정된 '캐릭터 소닉'의 모습을 볼수 있었는데요. 팬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감독과 제작사 측의 발빠른 대처가 빛을 발한 순간이라 생각되네요.
그리고 저는 예정되어 있던 다른 프로젝트인 '말레피센트2'로 이동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저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아래는 '소닉 더 헤지혹' 과 관련된 CG 관련 글들 입니다.
https://blog.naver.com/nosukho123/222777938877
https://blog.naver.com/nosukho123/222787774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