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젠 진정한 외노자가 되어보는 거다!
워킹홀리데이의 꿀 같았던 '오픈워크퍼밋' 비자가 만료되고, 저는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워킹비자' 로 캐나다에 입국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미국 국경을 통해 비자 갱신을 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한국을 거쳐 다시 캐나다로 돌아오는 여정이었기에 기분이 사뭇 달랐죠. 진정한 외노자가 되는 기분이랄까요...
비행 내내, '입국장에서는 어떻게 했었더라..' '요런요런 질문들을 하면 어떡하지' '이후엔 어디로 가야하나' 등등 온갖 잡스러운 생각을하며 11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입국장으로 들어서며, 여전히 어색한 공기와 낯섬이 공존하는 밴쿠버 공항의 냄새를 들으킨 순간,
' 아 내가 다시 이 곳에 도착했구나. 그래 맞아 내가 이곳에서 일년동안 일했었지.'
그제서야 일년간의 생활이 다시 어젯일처럼 생각났죠. 한국에서 보낸시간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다시 이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왔습니다. 휴가는 일주일이 아직 남은 상태였지만, 시차적응도 빨리 해야했고, 마음도 다시 다잡아야 했습니다. 내 마음안에 외노자 스위치를 'ON' 해야 했죠.
회사에서 서류준비를 철저하게 해준 덕분에 비자는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6개월 짜리 비자였는데, 앞으로 참여하게 될 프로젝트의 마감기한과 딱 맞춘 것이었죠.
새로운 비자를 챙기고 스카이 트레인을 타러 나가는 길이 왜이렇게 쓸쓸하던지요. 분명 둘이 같이 왔었던 공항이었는데, 지금은 혼자 다시 돌아가려니 그 쓸쓸함이 몇배는 몰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내가 다시 한국으로 간다면 그건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캐나다 적응기가 다시 시작되고, 무거웠던 마음은 제가 살던 동네의 햇살을 보자 다시 누그러 지더군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푸릇한 연녹색의 나뭇잎들이 어찌나 싱그럽게 빛나고 있던지요.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니 이제까지의 우울함은 눈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래 여기가 캐나다였지, 이 깨끗한 공기는 어디서도 마실 수 없을거야.'
사실 캐나다를 좋아하는 딱 한가지의 이유만 꼽으라면 저는 무조건 '깨끗한 공기'를 뽑겠습니다. 산책과 러닝을 좋아하고, 창문을 활짝열고 환기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라 깨끗한 공기가 주는 삶의 질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한국에서는 이 시기쯤엔 황사나 중국발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써야만 하고, 환기는 고사하고 24시간 공기청정기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좋은 면을 바라보며 지내자 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렇게 시차적응을 마쳐갈때즈음 저는 다시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꿀맛같던 휴가가 끝이나고 회사로 돌아오니, 말로만 듣던 '택스시즌' 이 돌아온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택스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죠. 저는 이 것에 대해서 아는바가 없기에, 이를 먼저 경험한 한국 선배님들에게 많이 여쭤봤습니다.
어떻게 진행하는 건지?
회사에서는 어떤 서류들을 받아야 하며, 제출은 회사가 하는건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 다 해야하는 건지?
한국에서도 이 시즌만되면 회사측에서 연말정산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하잖아요? 그것과 같은 것인데요. 일년동안 내가 벌어들은 수익이 얼마인지, 낸 세금은 얼마인지 계산해서 환급금으로 돌려주거나 아니면 오히려 내는 제도 입니다. 받더라도 한국에서처럼 어느정도 받고 말겠지?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액수가 많이 차이가 나더라고요. 아무래도 월급의 상당부분을 소득세로 걷어가니, 돌려줄때도 많이 돌려주는구나 싶었습니다.
한국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처럼 이 곳에도 택스계산과 서류제출을 도와주는 웹서비스 들이 있었는데요. 'Taxo' 와 'TurboTax' 가 가장 유명해 보였습니다. 그전에 CRA라는 캐나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사이트에 내 인적사항을 등록하고 가입을 한 다음에, 위의 서비스들을 통해서 서류제출을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회사측에서 받아야 할 것은 'T4' 라는 문서였는데요. 한해 내가 벌어들인 수입은 얼마였는지, 그리고 내가 낸 세금은 얼마였는지 회사측에서 계산하여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서류입니다. 이 서류의 내용을 웹서비스에 기록하고, 혹여 더 필요한 서류들은 pdf로 제출하기만 하면 되더라고요. 주위 한국선배님들이 조언과 여러 블로그 글들 덕분에 애는 먹었지만 큰 문제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애 첫 캐나다 세금신고를 마치고 한달쯤 지났으려나요. 상당한 액수의 환급금이 계좌로 입금되었습니다. 생각컨데 야근을 많이해서 더 많이 돌려주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근은 1.5배의 수당으로 쳐주는데, 야근수당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세금을 떼간다고 들었거든요. 한 해 내가 열심히 일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그냥 한국으로 돌아갔다면?
택스와 관련된 정보가 없었다면?
세금만 열심히 내고, 정작 받아야할 환급은 못받았겠죠. 겉으로 보기엔 절차가 복잡해보이고 힘들것 같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으니, 저와같은 워홀러 분들은 꼭 세금환급을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택스와 관련된 일들이 하나씩 정리될 무렵, 새 프로젝트에 배정이 되었는데요. 다음 프로젝트 역시 게임에서 영화로 실사화가 결정된 '소닉 더 헤지혹'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