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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쿠 Oct 21. 2024

캐나다 +380, 그리운 내 님아

'오빠! 나 밴쿠버 비행기표 끊었어! 거기에 일주일동안 여행갈꺼야!'


'응?? 정말 오는거야?'


맨 처음 글에서도 언급했듯 저에게는 10여년을 만나온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동의하에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도 올 수 있었죠. 그랬던 그 친구가 저를 만나러 캐나다에 올거라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캐나다의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사실 1여년동안 거의 일만했기에 남들 다 간다던 여행지 하나 제대로 가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밴쿠버 근교에 위치한 '꼭' 가야만 하는 명소 몇군데 가본게 전부였으니까요. 그리고 마침 '명탐정 피카츄' 프로젝트도 마무리 되었고, 비자도 거의 만료기간이 가까워지기에, 한번에 모두 처리할 계획을 세웠죠.


제가 계획한 플랜은 이러했습니다.

1. 회사로부터 한달 휴가를 받는다.

2. 여자친구와 캐나다 여행을 일주일간 한다.

3. 같이 한국으로 들어가서 가족들과 남은 휴가를 보낸다.

4. 다시 출국하여 밴쿠버 공항 이민국에서 비자를 재발급 받는다.

5. 다시 일 시작.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면 회사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한달간의 휴가 승인과 더불어 비자발급을 위한 비자신청 서류도 필요했는데요. 다행히 모든 요청들이 문제없이 승인 되었고, 캐나다 휴가 일정만 잘 준비하면 됐었죠.


차 없이 밴쿠버에서, 그것도 완벽한 봄이 되기전인 우중충한 날씨 속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일주일 동안?


제 경우엔 록키산맥을 너무 가보고 싶었는데요. 혼자서 가기엔 무리가 있겠다 싶어 계속 미루었던 여행지였죠. 이번 기회에 여자친구와 같이 록키산맥을 가면 좋을것 같아서 여행사를 통해 록키산맥 3박4일 일정을 예약했습니다. 록키산맥 여행을 제외하고 남은 날들은 다운타운이나 맛있는 레스토랑들을 돌아다니기로 했고요.


모든 준비가 끝났고 이제 여자친구가 귀국하기만을 기다리면 됐죠.







오랜만이야, 너무 그리웠어.


'고생 많았어! 비행기 힘들진 않았어?'

'응, 난 잠만자서 괜찮았어.'


여자친구는 천상 여행가 체질이었나봅니다. 저는 11~13시간의 비행동안 한숨도 못잤거든요. 의자에 앉아서 어떻게 잠을 잘 수 있는거지...?

우리는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1년만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매일 연락하고 영상통화를 했지만 어찌나 반갑던지요. 드디어 외국에 내 가족한 명이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공항내 팀홀튼의 아이스캡 맛을 보여주며 우리는 밀렸던 얘기를 나누었죠.  이미 카카오톡으로 나누었던 얘기었지만 얼굴보면서 얘기하는것과는 비교할수없죠.




안락한 호텔! 그런데 뭔가 좀...?


우리는 밴쿠버 다운타운 살짝 외곽쪽에 위치한 호텔로 향했습니다. 이 곳에서 간단히 짐을 풀고 바로 바깥구경을 하러 나가기로 했죠.


우선 제가 일하고 있는 직장을 먼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매일 걷는길, 매일 점심먹으러 다니는 식당이 어딘지, 매일 문을 열고 출근하는 오피스가 어디인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러면 나중에 통화할때라도 제가 어디에 있는지 여자친구가 머리에 그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근처에 멋진 공원이 있는데, 때마침 벚꽃도 만개한 터라 산책하기에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날은 맑지 않았지만 벚꽃들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공원에서의 짧지만 기분좋은 산책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리고 멋진 저녁식사와 함께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밴쿠버 첫 인상은 어땠어?'


'너무 좋았어, 날씨는 안좋았지만 선착장도 멋있었고, 음식도 맛있었어. 내일이 기대돼. 콜록 콜록.'


'다행이다. 그런데 감기 걸렸어? 괜찮아?'


'응 괜찮아, 그냥 기침한거야.'


그렇게 우리의 첫 날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멋진 여행지, 그랜빌 아일랜드 !


이튿날 여행지는 그랜빌 아일랜드로 잡았습니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밴쿠버 다운타운 옆에 위치한 섬으로 예전 시멘트 공장이 있던 자리를 대신해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과 카페, 즐길거리로 채운 섬인데요. 현지인들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손꼽히는 명소중에 하나입니다.  다행히 우리 호텔과 거리도 멀지 않았기에 이튿날 일정으로 잡아놨죠.



저도 처음 접해보는 Seabus 를 타고 우리는 그랜빌아일랜드에 향했습니다.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즐비한 거리를 걸으면서 우리는 데이트를 즐겼는데요.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요트 선착장, 그리고 시멘트 공장 겉면에 그려져있는 그림들까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여러 공예품들을 판매하는 상점들도 많았는데요. 한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들을 준비할 수 있는 가게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향한 곳은 '랍스터맨'. 제가 어느 글에선가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랍스터맨'의 랍스터는 꼭 먹어야 한다는 내용을 기억해놨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경험해볼 셈이었죠. 수족관 안에 있는 녀석들 중 가장 큰 놈을 골라 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랍스터를 챙겨들고 우리는 다시 숙소로 향했습니다. 근처에서 먹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보니 편한 공간에서 편하게 먹자라고 결론지었죠.




처음 맛보는 랍스터의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낼 음식이었는데, 둘이니까 도전해 볼 수 있는 메뉴였죠.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나누는 음식은 그 어느때보다 따뜻했는데, 외로움을 느낄새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콜록 콜록. 큼 흠음...'


'괜찮아? 기침을 계속 하네. 열은 없고?'


'응 열은 없는데, 그냥 기침 감기인가봐. 근처에서 약 살만한 곳이 있으려나?'


'응 근처에 런던드럭 있어서 거기서 간단한 약 살 수 있을꺼야. 조금만 쉬고 나가자.'



쌕쌕 소리가 나는 감기? 기침이 끊이질 않네


여자친구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약간의 낮잠을 자고, 우리는 약을 사러 나갔습니다.  내일이 록키산맥 여행 일정인데, 아무래도 컨디션이 좋아야 일정도 소화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숨소리가 약간 가래낀 소리가 나는것 같은데?'


'응 그렇네...기침감기라서 그런가봐.'


런던드럭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감기약을 찾아봤습니다.  단순한 감기로만 생각했기에 거기에 상주해 있는 약사분들께도 못여쭤봤네요. 사실 제가 영어를 좀 더 잘 했더라면 증상에 대해 더 잘 설명하고 상태에 맞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우리는 일반적인 감기약 제품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약을 먹고 잠시 쉬고있는 여자친구의 상태는 점점 안좋아지고 있었죠. 기침뿐 아니라 숨쉬기조차 약간씩 힘들다고 했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모든 창문을 열고 진정할수 있도록 노력했죠. 서로 너무 놀란 우리는 이게 단순히 감기가 아닐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호텔 카페트? 침구류? 아니면 음식문제? 다행히 증상은 호전되어 가고 있었고 내일 일정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제 좀 괜찮아?'


'응 괜찮아지고 있어. 좀 더 쉬면 괜찮을거야'


'내일 일정은 취소하는게 나을것같아. 무리하지말고 록키여행 취소하고 우리 다른거 하자'


'아냐 나 진짜 괜찮아. 내일이면 괜찮아 질거야. 내일 아침에 상태보고 결정하자'


그렇게 우리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내일 있을 일정을 위해 다시 눈을 붙였습니다.



자 록키산맥으로?


'괜찮아? 일정 소화할 수 있겠어?'


'어제보다는 나아, 할수있어!'


아침을 맞이한 여자친구의 상태는 다행히 어제보단 나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상태가 완전히 좋아졌다고는 볼 수 없었죠. 바깥공기를 쐬면 점점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호텔을 나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록키산맥 여행사의 첫번째 집결지인 밴쿠버 플레이스로 향했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여행사가 이 곳에서 일행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하는지 꽤 많은 사람들과 팻말을 들고있는 가이드들로 인산인해 였습니다. 우리는 남은 시간동안 캐나다 플레이스 주위를 돌아다니며 어떻게 생겼나 구경도 하고, 정박해 있는 거대한 크루즈를 보며 사진도 찍었죠. 그리고 여자친구의 상태도 계속 체크했는데, 심해지지는 않았지만 증상이 나아지고 있는것 같진 않았습니다.


'자 00 여행사, 록키산맥 가시는 분들 ~ '


우리 여행사의 가이드분이 일행을 모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서대로 탑승한 우리는 중간자리에 위치했죠.

여행에 대한 설렘도 잠시,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여자친구의 안색이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창문도없고 바닥마저 카페트인 환경, 그리고 도중에 내릴수 없다는 불안감이 상태를 더 나빠지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일행을 태우는 두번째 경유지에 들렸을 무렵 우리는 내리기로 결정하고 가이드에게 말했습니다.


'저기 가이드님, 죄송하지만 저희 여기서 내릴께요. 아무래도 여행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안되어서요.'


'네?? 여기서 취소하시겠단 말씀이신가요? 지금 그만두시면 환불도 해드릴 수 없는데요.'


'네 괜찮습니다. 다음 경유지에 내릴 수 있을까요?'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 경유지에서 일행들과 가이드님께 인사를 하고, 근처 화단에 잠시 앉았습니다. 상태도 안좋은데 펑펑 울기까지 하니, 안정이 필요해 보였거든요.


'오빠 미안해, 힘들게 번 돈으로 여행까지 준비해줬는데. 나 때문에 못가서 미안해.'


'돈걱정은 하지마, 건강이 우선이지. 그래도 일찍 판단하고 여기서 내린건 잘한 선택이었어. 괜찮으니까 좀 쉬다 가자.'


그렇게 우리는 서로 토닥이며 화단에 앉아 아침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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