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리의 록키여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여자친구의 건강이 최우선 이었으니까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새롭게 잡은 호텔에서는 그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침구류? 카페트 바닥? 아니면 단순히 컨디션 문제?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없었죠. 하지만 언제까지 원인만 찾을 수는 없는 상황이고, 우리는 남은 일정을 더욱 즐겁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밴쿠버 다운타운내에서 가볼 수 있는 곳은 모조리 가보기로 했죠.
일단 근처에 위치해 있는 개스타운으로 발길을 옮겼는데요. 밴쿠버내에서 유럽풍의 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여러 기념품 상점도 많고, 저는 특히 이 곳에 위치해 있는 맥주 양조장을 참 좋아합니다. '스팀웍스'라는 곳인데, 이 곳에서 마시는것 뿐 아니라 리쿼스토어 에서도 직접 캔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 입니다. 맛이 아주 훌륭하거든요. 종류도 많고요.
정시가 아닌데도 증기를 뿜으며 우리를 반겨준 증기시계가 참 고마웠습니다. 이름이 '증기시계' 인데, 시간 잘 못맞춰 가면 증기가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없거든요.
'역시 우리는 운이 좋아!'
실제로 우리는 운 좋게 그것을 구경할 수 있었죠. 운이 좋다고 계속 되뇌이면 정말 운이 좋아지는 것처럼 우리는 마냥 즐거웠습니다.
하루하루 허투루 쓰지않도록, 그리고 너무 무리가지않도록 하루에 한 곳만 가도록 일정을 짰는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 '밴쿠버 센트럴 라이브러리'를 비롯하여, 밴쿠버 전망대, 그리고 버스타고 이동할 수 있는 '그라우스 마운틴', 쇼핑하기 좋은 '메트로타운 쇼핑몰', 해변구경 하기 좋은 '잉글리시 베이' 까지. 자동차 렌트 없이도 가볼 수 있는 곳을 최대한 다녀보도록 노력했는데요. 다행히 날이 갈수록 여자친구 컨디션도 좋아지고, 날씨도 좋아져서 즐거운 여행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특별한 곳을 방문하지 않아도, 함께이면 어디든 즐겁다는 것을 느낀 여행이었죠. 어차피 록키는 다음에 갔다오면 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우리는 짧지만 길었던, 일주일간의 캐나다 여행을 마무리하고 밴쿠버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는데요.(정확히 말하자면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만료..) 그 마지막을 짝꿍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름 뜻깊은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설렘가득한 비행 11시간이 마무리되고, 인천공항에서 우리를 반겨준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제 동네 친구들이었습니다. 먼 길 고생했다고, 워킹홀리데이 잘 마무리짓고 왔냐면서 반겨줬는데요. 녀석들은 제가 완전 들어온줄 알고 있더라고요. 사실 2주만 쉬고 다시 나가는 일정이 있었는데 말이죠.
어찌되었던 전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스스로 돌이켜 봐도 워킹홀리데이를 떠난건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고생도 많았지만, 그래도 원하는 바를 이루었고, 외국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도 밥 먹고 살 수 있겠구나 라는 것을 느꼈으니까요. 그리고 재출국을 함과 동시에 진정한 외노자로써의 삶을 또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으니 제가 목표한 바를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새로운 도전에 앞서, 한국에서의 휴가는 아주 달콤했는데요. 그동안 보지못했던 가족들과 친구들, 예전 직장 동료들을 비롯하여 맛있는 음식들도 아주 실컷 먹었습니다. 캐나다에선 비싸서 마시지 못했던 소주도 엄청 마셨네요.
2초 같은 2주가 지나가고, 여자친구와 저는 다시 인천공항에서 마주했습니다. 사실 워킹홀리데이 떠나기전에는 서로 정말 쿨하게 '잘 다녀올께' 라고 하며 출국장으로 들어섰는데요. 이번에는 정반대였습니다. 서로 아쉬웠는지 서로 펑펑 울며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깜짝 놀랄정도로 내 눈에서 이렇게 많은 눈물이 쏟아진다고? 할 정도로 울었네요. 그리고는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다음에 내가 다시 한국으로 와서 캐나다로 나갈때에는, 둘이 같이 나가겠다고.
그렇게 힘든 인사를 나누고 저는 출국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제 2의 외국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발걸음을 뗀 것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