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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ckypinkpiggy Mar 06. 2022

변하지 않는 행성의 습관과, 그리스 로마의 변화사

개릿 라이언 -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

*본 게시물은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대학생 때 영미권 역사를 달달 외웠던 때가 떠오른다. 뭘 외웠는지는 떠오르지 않고, 수업 때 필기한 종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외웠던 그 감각만. (그때도 시험은 벼락치기로만 봤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엔 내 게으름과 무지함만 깨닫게 되는 것 아닐까 걱정했는데…… 표지에 쓰인 대로 책이 생활사를 다루는 데 더 집중해 무지함에 대한 부끄러움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또, 책의 뒷부분에서 그리스 로마사를 개략적으로 다루고 있어 당시의 흥망성쇠 정도는 금방 익힐 수 있다. 그 부분은 읽을수록 현대국가의 흥망성쇠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돈과 시간이 많은 나라일수록 문명이 발전하고, 빠르게 성장한 국가의 다음 세대는 불행하다. 현대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그렇듯, 1960년대~1970년대 고도성장을 경험한 한국이 그렇듯.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소아성애에 관한 관점과 기독교가 퍼진 계기였다.


1. 소아성애에 관한 관점


"그리스·로마인들은 소년과 성관계를 가지는 남성을 변태나 아동성학대자로 간주하지 않았다. 남성이 여성과 소년 모두에게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 여성과 소년 모두 사회적으로 열등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 그런 관계는 소년이 성년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그 시점을 지나면 이들의 성관계는 수치스러운 것이 되었는데 남성은 동료 시민을 모독한 것이 되었고, 소년은 독립적이고 우수한 성인으로서 합당한 역할을 맡기를 거부한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 고대 로마 사회에서는 시민 남성과 시민 소년의 성관계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로마 제국이 기독교 국가가 되고 나서야 그런 관계는 불법이 되었다."


그리스는 약자에게 야멸찬 국가였다. 시민인 어른 남자의 권위만을 옹호하고 성행위마저 '약자에 대한 정복욕'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당시에는 생존 자체가 투쟁이었다고는 하나 노예 제도나 이런 문화를 엿볼 때면 불쾌함이 우선 든다. 민주주의(반쪽 짜리긴 하지만)가 처음 시작된 국가도 이토록 무정했다. '어른 남성'의 권위가 사회를 지배하는 암묵적 합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사회랑 또 뭐가 그렇게 다른가 싶기도 하다. 현실의 갱신은 언제나 느린 법이다.


2. 기독교가 퍼진 계기


"결정적으로 기독교가 로마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콘스탄티누스의 개종이었다. (...) 콘스탄티누스는 서기 312년 10월, 밀비우스 다리 전투 전날 꿈에서 환상을 보고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니까, 리더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하다. 만약 콘스탄티누스가 그 환상을 보지 않았더라면 기독교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을까? 십자군 전쟁이 있었을까? 대선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다. 이제 리더의 전날 밤 꿈으로 국가의 방향이 달라지는 시대는 아니지만, 지난 한국의 정치를 돌아보면 그런 일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책은 마지막에 이르러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를 굵직하게 다루며 고대와 중세 시대의 변화를 다룬다. 거기에 그리스의 도시국가 단위인 '폴리스'와 로마의 정부 단위인 '공화정'이 나온다.


"폴리스는 시민을 위해, 시민에 의해 통치되는 도시국가예요. 여기서 '시민'이란 정치·군사적 계급을 형성하는 자유인 성인 남성을 의미합니다."
"민회와 선거 제도가 있었지만 로마 공화정은 항상 상류층에 의한, 상류층을 위한 정부였습니다. 모든 정치 제도가 부유층에 의한 , 상류층을 위한 정부였습니다."


그리스의 '폴리스'는 시민 남성만을 포함한 개념이고, 로마의 '공화정'은 상류층을 위한 정치 제도다. 배제를 통한 계급화는 언제나 인간 본성을 매료한다. 남보다 우위에 서려는 마음은 갖기 쉽지만, 남의 처지를 배려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계급화에 기반한 정치제도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나. 지금 대선을 보자면, 현실의 갱신은 역시 더디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러니 그 갱신을 위해 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려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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