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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ckypinkpiggy Feb 27. 2022

아이의 관점에서 학대를 바라본다는 것

구로카와 쇼코 - 『생일을 모르는 아이』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학대를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중요하다. 아동학대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부모를 벌하는 것보다도 아이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른의 관점으로는 학대범인 부모의 문제점을 찾는 데 그칠 뿐이지만, 아이의 관점으로는 학대당한 아이를 위한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점에 집중하여 학대당한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회복할 수 있는지, 또 그 상처를 넘어 성장하기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다룬다. 


학대 후유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가 학대에서 학습한 삶의 방식이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런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권력관계로만 인간관계를 파악하기에 무력으로 타인을 제압하려 하는 아이, 밤마다 누군가 자신을 끌어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 못 드는 아이, 선택의 순간에 자신의 주체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아이. 이처럼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은 타인과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 그리고 건강한 삶의 태도를 갖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아기가 획득한 애착 관계야말로 대인 관계의 기본이며 자기를 제어하는 기본이다. 타인과 자신과 세상을 믿고 성장해가는 삶의 기반이 애착이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은 애착 관계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슬픔이라는 감정은 엄마가 자기를 떠났을 때에 생겨나며 자부심, 기쁨의 감정은 엄마에게 칭찬받았을 때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애착 형성은 영유아기의 가장 중요한 양육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들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양육자와의 정서적 교류가 결여되어 있다. (...) 학대 피해 아동의 문제 대부분은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데에서 유래한다."


누구나 애정에 대한 기억이 필요하다. 그 애정의 기억이야말로 절망스러운 순간에 자기혐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다. 누군가 자신을 애틋하게 대해준 경험을 떠올리는 일만으로도 자기 긍정이 생기고, 그 자기 긍정으로 말미암아 난관을 헤쳐갈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이 아이에게 줘야 하는 단 한 가지를 뽑으라면, 그것은 바로 사랑뿐이다. 미성숙한 어른이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사회는 부모를 대신해 아이가 그런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위탁시설 등의 제도로 아이의 충격을 완화할 완충지대를 마련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책에서 든 완충지대의 사례 중 한 가지로는 일본의 패밀리 홈이라는 시설이 있다. 이는 아이가 다른 가정에서 생활하며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위탁 가정 제도로 아이가 애착 관계를 형성하며 타인과 감정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국내의 형편은 어떨까? 책을 읽은 후 궁금증이 들어 최근 기사를 찾아봤다. 가정 위탁은 시설보다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나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미국과 영국의 위탁 가정 비율이 70%대에 달하는 것에 반해 국내는 위탁 가정 비율이 20%대에 불과하며 경제적 지원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위탁 가정에 맡겨진 아이는 가정의 일원이라기보다 동거인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기도 한다고. 최근 코로나19로 아동학대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아동학대 지원책 마련을 위한 사회구조적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아동학대범 처벌 강화 논의는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에 비해, 정작 아이의 회복을 위한 논의는 별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 이 책이 학대당한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그 발판으로 학대당한 아이의 회복을 돕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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