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걸리는 병

벚꽃 아래서 재채기하는 사람들에게

by 공책


봄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3월 중순, 창문을 열면 바람이 부드러워진다. 겨우내 웅크렸던 몸이 펴지고, 거리에 사람이 많아지고, SNS에는 벚꽃 사진이 쏟아진다. 그런데 나는 이 계절이 반갑지만은 않다. 코가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재채기가 서너 번. 코를 풀면 맑은 콧물이 끝없이 나온다. 눈은 가렵고, 목은 간질간질하다. 꽃이 예쁜 만큼 꽃가루도 많다는 단순한 진리를, 매년 봄마다 온몸으로 확인한다.



알레르기라는 동반자

봄철 알레르기는 한번 시작되면 5월까지 이어진다. 나무 꽃가루가 먼저 오고, 그 뒤를 잔디 꽃가루가 잇는다. 여기에 미세먼지와 황사까지 더해지면, 호흡기는 쉴 날이 없다.


봄철 알레르기 예방과 관리 - 원인부터 치료까지 총정리에 따르면,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 자체를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알고 있지만 실천이 어렵다. 출근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 마스크와 항히스타민제가 봄의 필수품이 되었다.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봄에는 알레르기 때문에 쓴다. 일 년의 절반을 마스크와 함께 보내는 셈이다.



졸음이라는 이름의 무기력

알레르기만 문제가 아니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춘곤증도 있다. 점심 먹고 나면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커피를 마셔도 소용없다. 몸이 나른하고 의욕이 사라진다.


춘곤증 원인과 해결 방법 - 봄만 되면 졸린 이유 5가지를 읽어보니,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신체가 따뜻한 날씨에 적응하면서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는 게 원인이라고 했다. 질병이 아니라 적응 과정이라는 말에 조금 안심이 됐지만, 졸린 건 졸린 거다.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산책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따라보려 하지만, 졸릴 때 움직이라는 말은 배고플 때 밥 먹지 말라는 말처럼 비현실적으로 들릴 때가 있다.



몸이 보내는 신호

봄에는 유독 몸 구석구석에서 신호가 온다. 손끝이 시리다거나, 아침에 어깨가 뻣뻣하다거나. 겨우내 굳어있던 몸이 풀리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을 터뜨리는 느낌이다.


손발이 항상 차가운 사람, 체질 탓만은 아닙니다라는 글을 읽었을 때, 단순히 추위를 타는 거라고 넘겼던 증상이 혈액순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봄이라 괜찮겠지 싶어도, 환절기에는 오히려 혈관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순환이 불안정해진다고 한다.



그래도 봄은 온다

코를 풀고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면서도, 봄은 좋다. 해가 길어지고, 퇴근길 하늘이 아직 밝고, 주말 아침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밖에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진다.


알레르기약을 챙기고, 물을 자주 마시고, 잠을 조금 더 자는 것. 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한 준비란 사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완벽하게 건강한 계절은 없다. 다만 각 계절이 주는 불편함을 알고 대비하는 것, 그게 몸과 함께 사는 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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