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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Jul 17. 2024

스트레인저 인 포틀랜드

(1) Welcome to Portland



2024년 7월 10일 밤, 포틀랜드(Portland)에 도착했다. 미국 오레곤(Oregon) 주 여행은 난생 처음이다. 포틀랜드에서 살았던 친구들은 이 도시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자연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사람들이 따뜻하고 친절하다고, 예술과 문화의 전통이 깊은 곳이라고, 세금이 없어 쇼핑하기 좋은 곳이라고, 활발한 도시의 생기를 말하기도 했었다.


포틀랜드의 집에서 열흘간 머물 수 있게 해준 분은 대학 선배이자 몇 번의 여행을 함께한 M이다. 미국인들이 발음을 못하는 한국 이름 덕분에 레이디 M이라 불린다. 그녀는 비행기 연착에도 불구하고 집 정원의 장미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게이트에 서있었다.


크릭(Rockcreek)에 있는 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깜깜한 밤길이었다. 자동차 헤드라이드 불빛으로 가늠할 수 있는 빼곡하고 높게 늘어선 숲길이 아름다웠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M의 집 게이트로 들어섰다. 천천히 열리는 문 너머 불을 밝힌 낮고 넓은 집이 보였다. 늦은 시간 M의 남편인 MS와 인사를 했다. 명상에 관한 교육자이자 작가인 스코틀랜드인 MS는 큰 키, 맑은 눈, 기품 넘치는 신사였다. 그는 내가 열흘간 머물 에어스트림으로 안내해 주었다.


별빛뿐인 밤하늘 아래 반짝이는 에어스트림이 있었다. M과 MS의 Airstream Pottery Barn Travel Trailer는 가구 브랜드 포터리반과의 콜라보로 탄생한 스페셜 에디션으로 '길 위의 집'을 구현한 공간이었다. 트레일러 문에 '포터리반' 로고가 있었다. 에어스트림의 공학과 포터리반의 자인 미학이 결합해서 럭셔리하고 안락한 집 그대로를 구현한 캠핑카. M 부부는 이 에어스트림을 차에 연결하여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에어스트림 내부는 정성스럽게 유지해 온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입구의 소파, 창가의 다이닝 공간, 부엌, 냉장고, 긴 복도를 지나면 양쪽에 세면대와 샤워실, 제일 안쪽 창가 끝에 두 개의 침대가 차례로 나타났다. 기차처럼 긴 형태의 에어스트림에는 있을 것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사이사이 세 개의 커튼이 공간과 프라이버시도 보호하고 있었다.


부부의 오랜 취향을 담은 물건들로 가득 찬 에어스트림에 누웠다. 조용히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 이외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간. 어쩌면 에어스트림 불빛에 기웃거리다 마당을 지나고 있을 코요테만 움직이는 밤.


포틀랜드의 첫밤. 고요한 정적.

평화로움에 잠이 오지 않았다.


20240710

portland

thanks to LadyM+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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