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귓구멍을 막고 팝과 심야 FM의 헤비 메탈에 빠져 새벽에 말똥말똥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SFMOMA의 "아트 오브 노이즈(Art of Noise)" 전시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2024년 2024년 5월 4일부터 8월 18일까지 SF MOMA에서 가장 핫한 전시는 단연코 7층의 <아트 오브 노이즈(Art of Noise)>였다. 현대미술관에서 소리를 주제로 한 전시라니.
'소음의 예술'이라는 전시 제목이 인상적이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현대 비주얼과 오디오의 콜라보는 어떤 형태일까 기대를 품고 7층으로 올라갔다.
SFMOMA의 <Art of Noise> 전시는 음악, 디자인, 그리고 소리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다. 사운드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초점을 통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조화롭게 엮어 음악과 사운드의 문화적 영향을 탐구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조셉 베커(Joseph Becker)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의 건축 및 디자인 부문 부큐레이터로서 다수의 전시에 큐레이터로 참여한 기획자였고, 디비야 사라프(Divia Saraf)는 현대 미술 및 건축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로, 주로 예술, 기술, 디자인의 교차점에 중점을 둔 전시를 담당해 왔다고 한다.
전시를 후원한 버나드 오셔 재단(Bernard Osher Foundation)은 고등 교육, 예술, 문화, 사회 서비스를 지원하는 재단으로, SFMOMA가 추구하는 융합형 현대미술 전시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큐레이터는 840개 이상의 오디오 오브제를 전시하면서, 그 주위를 그래픽 디자인, 음악 기술, 그리고 사운드 설치 작업으로 둘러쌌다. 미술관 7층 전체 로프트 형식의 개방 공간을 포함해서 총 다섯 개 전시 공간을 펼쳐 놓았다.
유명한 포스터, 앨범 커버, 혁신적인 오디오 기기들 사이에 몰입형 사운드 체험을 하며 쉬어갈 수 있다. 시각의 바다를 유영하며 그래픽 디자인이 우리의 음악 경험을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경험 자체를 현대 예술이라 보는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엄청난 컬러와 형태로 관람객을 압도하는 수백 개의 포스터가 압도한다. 전시된 포스터들은 각 시대와 장르에서 매우 중요한 시각적 작품들이다.
음악과 디자인이 어떻게 문화적 경험을 형성했는지를 보여주는 시그너처 포스터인 만큼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크고, 미학적으로도 독창성이 뛰어난 작품들이다.
눈길을 끈 몇가지를 정리해둔다.
첫 번째, 1960-70년대의 사이키델릭 포스터다. 이 포스터들은 샌프란시스코의 사이키델릭 록 음악의 황금기의 상징이다.
빌 그레이엄, 필모어 웨스트, 아발론 볼륨과 같은 전설적인 포스터들은 밝은 색상, 복잡한 패턴, 손으로 그린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록 음악의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성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음악 포스터를 통해 당시의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색상, 레이아웃의 백미를 감상할 수 있다. 당대의 대표적인 아티스트인 빅터 모스코소, 웨스 윌슨, 릭 그리핀 같은 디자이너들의 솜씨다.
두 번째는 앤디 워홀이나 피터 사빌과 같은 아티스트들이 제작한 앨범 커버다. 음반을 단순한 비닐 포장 이상의 예술 작품으로 승격시킨 명작이다.
팝 아트의 영향은 포스터 디자인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밀튼 글레이저의 유명한 밥 딜런 포스터는 강렬한 그래픽과 독특한 색채 감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이다.
이 사이키델릭 포스터는 밥 딜런의 머리를 형상화한 실루엣에 다채로운 색상과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검정 배경과 대조를 이룬다. 이 포스터는 딜런의 "Greatest Hits" 앨범에 포함되어 1960년대 팝 아트와 음악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이 포스터는 당시 사회적인 혁신과 반문화 정신을 포현하고 있기에 더욱 음악 포스터 디자인의 획기적인 작품으로 손에 꼽힌다.
이 포스터들은 단순히 음악 공연을 알리는 도구를 넘어서, 해당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대중의 시각적 언어를 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는 포스터들이니 현대미술의 정신을 담은 예술작으로 손색이 없다.
빅터 모스코소의 애벌론 볼륨 포스터 (1960년대)다. 모스코소의 포스터는 대담하고 진동하는 색상과 복잡한 타이포그래피로 유명하다.
텍스트는 종종 읽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지만, 시각적으로 매우 매혹적이다. 그의 색상 이론과 시각적 효과 사용은 이 포스터들을 사이키델릭 록 시대의 가장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주었다.
릭 그리핀의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 포스터 (1968년)다. 이 포스터는 지미 헨드릭스를 역동적이고 소용돌이치는 선과 강렬한 색상으로 묘사하여 60년대 후반 록 씬의 에너지와 스타일을 포착하고 있다.
그리핀의 포스터는 코믹 아트와 사이키델릭 미학을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이다. 포스터가 자체 발광, 자체 진동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래는 피터 사빌의 조이 디비전 "Unknown Pleasures" 앨범 커버 (1979년). 이 커버 아트는 아이코닉한 지위 때문에 포스터로도 많이 재생산되었다.
이 디자인은 처음 발견된 펄사(pulsar)의 데이터를 나타내는 흰색 파도 형태를 검은 배경 위에 보여준다. 음악 역사에서 가장 알아보기 쉬운 디자인 중 하나로, 포스트 펑크 미학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 디자인으로 만든 티셔츠, 언젠가 꼭 사고 싶다.
이 포스터들은 시각적으로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음악과 예술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담고 있어서 당시의 문화적,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다. 하나하나 스토리를 찾아보는즐거움도 크다.
전시는 디자인과 음악의 교차점을 관람객이 찾아나가는 방식이다. 100년 이상 음악을 사랑한 비주얼 미학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비주얼이 오디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다.
사람들에게 음악은 과거이고 그리움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마주 서게 하는, 조용히 흐르는 강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