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로 같이 오긴 했지만 각자 따로 또 같이 움직이다 숙소에서나 만나 떠들기를 이틀. 나는 주로 시내와 미술관을 다녔고, M과 A는 고강도 영화제작 세미나 참석 중이었다. 그래도 하루는 같이 나들이를 가기로 하고 함께 근교 여행으로 잡은 곳은 Point Reyes(포인트 레이)였다.
몇 년 전 샌프란시스코여행했을 때 나와 M은 별 사진의 성지인 이곳을 가다가 돌아가야 했다. M이 슈퍼에 안경을 두고 와 다시 돌아가느라 밤하늘의 별은 못 보고 부근 태국 식당에서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갔었다.
그날 태국 식당이 그리 끔찍한 음식은 아니었는데 두고두고 M은 그 식당이 진짜 맛이 없었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아마도 Point Reyes를 가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엾은 태국 식당.
월요일 아침 일찍 우리는 가방을 꾸려 호텔을 나섰다. 날씨는 흐렸고, 살짝 비가 뿌렸다. 나는 글을 쓰고, M은 디자이너이자 사진을 찍고, A는 뮤지션이기에 우리는 서로 다르게 민감한 면이 있었다.
그럴 때 최적의 방법이라 생각했는지 셋다 차가 안갯속을 달리는 동안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암묵적으로 서로 노력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내 목소리 만으로도 동행인이 신경질이 날 수도 있지 않은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출발해 인버네스(Inverness)를 거쳐 포인트 레이까지 가는 여정은 북 캘리포니아의 해안 절경이 황홀하게 펼쳐지는 드라이브 코스라고 했다. 해안과 초원의 목가적인 풍경이 번갈아 나타나는 절경에 기대되었다.
US-101 North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골든게이트 브리지를 지날 때 M과 A는 관광객인 내게 잠시 눈앞에서 가까이 골든 게이트 브리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포틀랜드에 사는 두 사람은 언제든 또 볼 수 있지만 나는 다시 언제 만날지 모르는 금문교 아닌가.
나는 최대한 빨리 금문교로 달려갔다. 그들이 트렁크에서 스웨터를 꺼내거나 음료를 마시는 시간 정도니 재빨리 차로 돌아와야 한다.
오늘도 시간이 별로 없다. 약 1시간 15분 정도 달려 포인트 레이를 돌아보고 중간에 점심을 먹고 A를 약속 장소에 내려주고 M이 운전석으로 바꿔 앉을 것이다.
M과 나는 나파밸리의 와이너리에 가야 한다. M의 친구인 소믈리에 메리와의 프라이빗 와인 테이스팅이 1시 반에 잡혀있다.
시간을 분단위로 나누어 움직이는 M과 여행하다 보면 수시로 시계를 볼 수밖에 없다. 중간중간 화장실 들르는 시간조차도 신경이 쓰인다.
산라파엘(San Rafael)에서 CA-1 North로 갈아타고 인버네스로 이동하는데 CA-1은 산과 해안을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드라이브하는 동안 숨이 멎을 듯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사이프러스 터널(Cypress Tree Tunnel)에서 차를 멈추고 내렸다.
몬트레이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아치형으로 자라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이곳 앞에 다른 차들도 연이어 멈추었다. 이 나무들은 1930년대에 심어진 고목들이었고. 터널 끝에는 예전 무선 통신 기지였던 건물이 있었다. 이 건물은 과거 해양과 항공 통신을 담당하던 곳으로, 역사적 의미를 가진 건물로 보존되고 있었다.
결혼사진의 배경으로도 알려진 이곳에서 이렇게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사이프러스 터널 사진을 찍은 나는 전생에 3대에 걸쳐 덕을 쌓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인버네스 (Inverness)에 도착했다. M의 남편인 MS가 젊었을 때잠수해서 전복을 따오곤 했다는 곳이다. 물론 모든 허가증을 받고 물에 들어가는 것이다.
선착장(Inverness Pier)을 지나며 해안 인근의 작은 마을 인버네스는 고요하고 소박했다. 해변 근처 난파된 선박 잔해도 보였다. 사진가들에게 인기 있는 스폿이라고 했다.
인버네스에서 CA-1 South를 따라 15분쯤 더 달려 드디어 포인트 레이 국립 해안(Point Reyes National Seashore)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