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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Oct 25. 2024

고래는 어떻게 살다 가는가

(14) 태평양 바다의 노래



포인트 레이 주차장에 딱 하나 남은 자리에 운 좋게 주차를 했다. 미국 여행을 하다 보면 주차를 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하게 된다.


차에서 스웻셔츠와 윈드 브레이크를 껴입고 태평양으로 향해 걸어갔다. 사우스 비치(South Beach)의 부드러운 모래사장과 절벽이 어우러진 풍경 위로 바닷바람과 보슬비의 감촉이 생경했다.


끝이 없는 수평선, 바닷바람에 휘어진 나무, 이어 포인트 레이 등대(Point Reyes Lighthouse)로 가는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등대는 태평양을 내려다보는 절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등대까지 가는 길을 걸으며 웅장한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었다.  Lighthouse Overlook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은 절벽 위에서 태평양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해가 잘 드는 날이면 태평양의 깊은 푸른색과 함께 수평선이 선명하게 보인다고 하는데, 그날의 잿빛 바다는 또 다르게 아름다웠다.  여기 'Stay Back from Cliffs' 또는 'Danger: High Winds'라는 표지판이 보였는데, 얼마큼 포인트 레이의 바람이 강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절벽 근처에서는 추락 사고가 빈번하다고 하니 겁 없이 셀카 찍는다고 절벽으로 갔다가는 고래 뱃속의 피노키오가 되기 딱이겠다 싶었다.



이 전망대에서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고래를 볼 수 있는데, 특히 겨울철에는 회색 고래의 이동을 관찰할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라고 했다.



설명에 따르면 고래는 크게 남하 시즌과 북상 시즌으로 나누어 이동한다. 남하 시즌 (12월 ~ 2월)인 겨울에는 고래들이 알래스카에서 멕시코로 이동하는 시기인데, 이때 새끼를 낳기 위해 따뜻한 남쪽 해역으로 향한다.  


북상 시즌 (2월 ~ 5월)인 봄철에는 새끼를 데리고 북쪽으로 돌아가는 고래들이 다시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회색 고래와 새끼 고래가 함께 이동하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관광객이 더 몰린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고성능 망원경, 쌍안경, 대포라 불리는 망원렌즈를 들고 진을 친다.


포인트 레이 등대는 해안 절벽이기 때문에 고래가 헤엄치는 장면이 아주 가까이 보이는 명당이다. 물보라나 고래의 지느러미와 꼬리 같은 부분을 볼 수도  있고, 큰 파도 너머로 살짝 드러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고.


고래가 물에 들어갔다 호흡을 위해 물 위로 올라오는 사이 분수 모양을 만들 때마다 함성이 터진다고 한다.



맑은 날씨에는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 고래가 물을 뿜어내며 호흡하는 장면은 작은 분수처럼 보이는데 몇 번의 얕은 잠수 후 깊은 잠수를 하기 전에 자주 나타난다.


특히 회색 고래(gray whale)가 겨울과 봄에 이곳을  지나갈 때 주로 스파이호핑(Spyhopping)을 하는데 머리를 수면 위로 올리고 주변을 둘러보는 행동이라고 한다. 신중한 회색 고래가 고래가 지형지물이나 장애물을 찾는 행동이라 설명하고 있다.


표지판에는 태평양의 먹이 지역에서부터 멕시코의 번식지까지의 회색 고래의 이주 경로가 지도로 표시되어 있다. 매년 겨울과 봄에 포인트 레예스를 지나 멕시코의 번식지로 이동한 후 다시 북쪽 알래스카의 먹이 지역으로 돌아오는데 무려 2만 킬로에 달하는 여정이다. "이 고래 같은 사람 같으니라고!: 이런 표현이 극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혹등고래는 회색 고래보다 좀 더 명랑한 성격의 고래인 듯하다. 브리칭(Breaching)은 물 위로 뛰어오르는 행동인데, 나름 장난을 걸어오는 행동이라고 한다.


화석이 된 고래의 잔해들이 신중하고 명랑하고 끈기 있던  그들의 멈춘 시간을 말해주고 있다.



약 800미터 정도 풍광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Lighthouse Visitor Center가 나타났다. 등대는 1870년에 건설된 역사적인 등대다. 이 등대는 북부 캘리포니아의 험난한 해안선을 지나는 선박들을 안전하게 인도하기 위해 설치된 것인데, 약 300미터 높이의 절벽에서 태평양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위치해 있었다.  


포인트 레이 등대는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흐린 날에는 등대와 안개가 어우러진 신비로운 장면을 보여주지만 겨울철에는 태평양의 강한 바람과 파도 소리까지 들려, 귀신의 집처럼 무섭다고.


등대로 내려가는 300개의 계단을 내려갈 차례였다.  배가 난파되어 수장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20240715

Point R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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