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빵들을 찾습니다 by 임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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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빵들을 찾습니다 by 임쓴
창작자는 어떤 방식으로 창작생활의 즐거움을 얻을까요? 또, 작업의 만족감은 어떻게 채울까요. 창작의 즐거움과 보람은 외부로부터 채워지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창작자 본인의 내면으로부터 채워집니다.
만약 요즘 창작 생활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잊고 지내셨다면, 자신을 위한 작업을 통해 창작 생활의 기쁨을 되찾은 ‘임쓴’ 작가님의 인터뷰를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일상의 모습과 그 속에서 포착된 이야기를 그림에 담고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임쓴’입니다. 주로 포토샵과 태블릿을 이용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려와서 종이에 그리는 것보다 디지털 작업이 훨씬 편하게 느껴져요.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고 무한한 되돌리기 기능은 정신건강을 지키며 작업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평소 빵을 좋아해서 빵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접시 위에 있는 빵이나, 진열대에 있는 빵 그림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았고, 뭔가 빵이 사물이 아닌 ‘주인공’으로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러다 지하철 의자에 앉아있는 식빵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의자에 그냥 ‘놓여진 식빵’이 아니라 ‘앉아있는 식빵’ 말이죠. 이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나머지 그림들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라진 빵들을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여러가지 상황을 그리게 되었는데요, 작업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장소들을 택했습니다. 지하철, 도서관, 공원 벤치 등 우리에게 익숙한, 항상 지나다니는 장소들이죠. 처음엔 빵과 공간을 랜덤하게 짝을 지어 그림을 그릴까 하다가, 빵과 장소가 서로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단순히 이상한 장소에 놓인 빵에 대한 그림이 아닌, 빵이 그 공간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설정을 포인트로 두고 싶었어요.
공간과 빵을 연결하기 위해 먼저 평소 좋아하던 빵을 나열하고, 무작위의 장소들을 생각한 뒤 하나씩 이어나갔어요. ‘바닷가에 있는 소라빵’ 작업 처럼요. 뻔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바다를 보러 갈 빵은 소라빵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또 ‘둥지 크루아상’ 같은 경우엔 둥지 안에 알을 감싸고 있는 빵의 형태로는 크루아상이 제격인 것 같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장소와 빵의 연관성을 생각하거나, 특정 공간에 어울리는 빵의 형태를 생각하며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그림을 봤을 때 엉뚱하지만 이상하게 편안한 구석이 느껴지게끔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수많은 분들이 SNS를 통해 자기 그림을 자유롭게 홍보하는 세상이잖아요. 저 역시 SNS를 통해 작은 기회들을 몇 번 얻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 그림에 대한 반응이 줄더라고요. 숫자라는 게 참 무서워요. 어느 순간부터 그림의 가치를 숫자로 따지고 있었고, ‘나만 좋아하는 그림을 왜 그릴까’ 라는 생각에 우울감마저 찾아왔어요.
그러던 중 작업 초반에 그림들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표현이 서툴고 엉성하지만 ‘나만 좋아하는 그림이어도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그리던 시절의 그림이 지금보다 반짝반짝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나만 좋아해도 괜찮을 뭔가를 그리자고 마음먹었고, “사라진 빵들을 찾습니다”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터닝포인트가 되는 작업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작업하는 내내 마음을 재정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주로 단편적인 작업을 이어오다, ‘사라진 빵’ 시리즈로 여러 그림을 하나의 주제로 처음 작업하게 되었어요. 시리즈 작업의 매력은 그림을 한 데 모아두고 순서대로 천천히 감상할 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단편 작업보다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더 크고요. 앞으로 정기적으로 이런 시리즈 작업을 계속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리즈 작업으로 생각해 놓은 게 몇 개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특정 동네에 관한 작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다세대 주택이 모여있는 곳으로 제가 꽤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예요.
저는 슬럼프가 올 때면 작업을 잠시 멈추고 다른 창작자의 작품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림을 포함해 사진,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물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러보다 보면 좋은 자극과 영감을 받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 힘을 토대로 다시 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죠.
마찬가지로 제 그림 역시 누군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더하는 힘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창작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고, 이런 좋은 순환구조가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모든 창작자분들이 창작을 멈추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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