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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Aug 26. 2022

그래피티, 함께라는 이름으로

HBAF — 한소희 X 바프 Graffiti by LEODAV

18만 창작자 회원이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는 매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해 노트폴리오 픽으로 선정된 작업의 창작 과정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그래피티, 함께라는 이름으로

HBAF — 한소희 X 바프 Graffiti by LEODAV


�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스트릿우먼파이터>.. 힙합이 대중문화에 큰 획을 긋게 되면서, 그래피티 또한 골목에서만 볼 수 있는 비주류 문화가 아닌 하나의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한국에서 그래피티를 통해 ‘함께 살아가고자’ 하고, 사람들에게 ‘자신답게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그래피티스트 LEODAV님의 작업을 소개해드립니다.



대한민국 그래피티의 르네상스, 레오다브의 시작




안녕하세요, 그래피티 아티스트 LEODAV입니다! 대학교 힙합동아리 시절에 선배들과 같이 비디오테이프로 해외 춤영상을 보고있는데 배경으로 그래피티가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그래피티라는 단어도 몰랐지만, 너무 멋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했어요. 선배들도 동아리방 벽에 그래피티를 해보자고 하셔서 디자인과 학부생인 저에게 기회를 주셨고 그렇게 제 첫 그래피티를 동아리방에 그리게 되었습니다.


후에 디자인 회사에 취직했지만, 제가 원하던 디자이너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래피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활동명 레오다브LEODAV는 르네상스의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을 줄여서 지었어요. 대한민국 그래피티의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어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물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태깅(TAGGING)




작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제가 좋아하는 인물들의 얼굴에 태깅(Tagging)을 한 작업을 업로드했는데요. 영화 “조커”를 보고 호아킨 피닉스의 얼굴에 태깅을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해당 인물의 이름이나 인물이 가진 특별한 느낌을 태깅으로 표현하여 인물 사진과 조화되게 영문과 한글로 하는 작업인데요. 인물을 선정하고 인물의 사진을 수집합니다. 그리고 패드를 통해 스프레이 느낌의 브러쉬로 그래피티를 표현하고 선의 모양과 얼굴의 윤곽,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다양한 조합의 태깅을 만들어 갑니다. 여러 버전의 태깅 중 가장 완성도 있다고 생각되는 태깅에 추가적으로 왕관이나 엔젤링 드립효과, 스플래쉬 효과 등 장식을 추가하고 마무리합니다.





HBAF 광고를 기획하시는 분들이 그 작품을 보시고 한소희님의 얼굴에 태깅을 하는 컨셉의 광고를 만들어 보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HBAF의 작업도 한소희님의 사진을 받기 전까지 정말 많은 스케치를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색만 다른 한개의 버전이 메인으로 선택되었지만요. 인물의 얼굴 위에 태깅이 얹어지는 형식인지라 인물이 가려져도 어떤 인물인지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만 터치를 해야해서 많게는 수백 번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인물이 담고 있는 이름이나 특징이 태깅에도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점도 중요합니다.


*태깅(Tagging): 그래피티 작업자의 이름이나 별명을 남기는 것, LEODAV의 작업에서는 인물, 기업명의 이름을 태깅한다.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래피티


제가 대학교때부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많은 방송, 신문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매번 반복되는 똑같은 질문이 몇 개 있었습니다. “그래피티는 무엇인가요?” 혹은 “그래피티를 보는 주변의 안 좋은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등 시간이 지나도 그래피티에 대한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에 많이 슬펐습니다.


그래피티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시기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았어요. 해외에서 4–50년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발전한 그래피티문화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없이 우리나라에 갑작스럽게 다가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초기 그래피티 스타일로 활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011년 ~ 2013년 즈음부터 제가 대부분의 그래피티 작품을 올드스쿨 버블스타일로 작업을 했는데요, 기회가 닿아 <GD×TAEYANG — GOOD BOY> 앨범 작업을 맡게 되어 이후 다양한 뮤직비디오와 상업적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힙합 아이돌 음악, 쇼미더머니 프로그램 등 힙합 문화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그래피티라는 문화도 좀 더 소프트하게 다가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독립운동가 시리즈>


2013년, 백범 김구 선생님의 이미지가 필요해서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적이 있었어요. 연관 검색어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독립운동가분들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단어들로 비하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국정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왜곡시키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독립운동가를 소재로 입에 담을 수 없는 다양한 게시물을 만들어 퍼트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저희 부부는 첫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처음으로 그래피티 작가로서 고민을 하게 된 시기였습니다. ‘나만 살아남기 위해’ 그림을 그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장준하 선생님의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라는 말씀이 머리 속을 맴돌았어요. 오랜 고민 끝에, 지금 저의 매니저로 활동하는 친구에게 계획을 이야기하고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인물 선정과 컨셉, 프로젝트 시작일에 대한 의논을 통해 2013년 9월 28일 유관순 열사의 순국일에 삼청동 거리에 독립운동가 그래피티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숨기지말고 드러내세요, <LOVE CAMO>


2013년,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울하고 슬픈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함께 춤추고 각자의 재능으로 정말 많은 활동을 했던 선후배와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중에 저를 포함한 몇 안 되는 사람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하면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회색 빛 도시에 회색 빛 얼룩으로 살아가는 삶이 아닌, 각자의 색을 발산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로 “LOVE CAMO”라는 스타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카모플라주의 의미가 위장하다, 감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반대로 사용해서 자신의 색을 드러내자 라는 의미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에 독립운동가 시리즈도 시작하게 되고, 2013년은 제 작품활동에 대한 많은 부분이 대격변을 겪은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레오다브의 다음 목적지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꼭 한가지 스타일만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메인 줄기는 유지하면서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고 다양한 자신만의 작품으로 만들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앞으로 제가 메인으로 작업하는 “LOVE CAMO” 스타일과 “독립운동가” 시리즈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려 합니다. 통일이 된다면, 혹은 북한을 지나서 유럽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평양에 독립운동가 시리즈 그래피티를 남기고 싶어요. 또한 대한민국부터 유럽 많은 나라까지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며 도시 곳곳에 작업하는 그래피티 유럽 투어를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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