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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Dec 20. 2022

창작자의 삶은 결국 ‘티클 모아 태산’

‘Jekyll & Guide’ by 스튜디오 사이

18만 창작자 회원이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는 매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해 노트폴리오 픽으로 선정된 작업의 창작 과정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창작자의 삶은 결국 ‘티클 모아 태산’

‘Jekyll & Guide’ by 스튜디오 사이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까지 영상 콘텐츠의 시작점은 늘 ‘타이틀 영상’과 함께 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 속에 콘텐츠의 전체 내용을 비유하고 함축해 담아내는 ‘시적인 영상’인 타이틀 영상은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작업하는 걸까요?  

SM, AOMG, JTBC, tvN 등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법한 굵직한 클라이언트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의 타이틀 영상 작업을 맡아온 ‘스튜디오 사이’의 인터뷰를 읽으며 타이틀 영상 작업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15년 차 모션 작가, 스튜디오 사이

안녕하세요. 저는 스튜디오 사이를 운용하고 있는 모션작가 사이입니다. 15년 이상 창작업계에서 활동해왔어요. 지금은 모션그래픽 외에도 일러스트, 브랜딩, 캐릭터 디자인,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키는 자, 그리고 찾는 자

‘Jekyll & Guide’ 작업은 JTBC의 아침 방송 프로그램으로 웰빙라이프를 소개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한 타이틀 영상을 제작했어요. 이름의 중의적 의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키는 자와 찾는 자들로 나누어 술래잡기로 연출하면 귀엽고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키는 자’ 지킬 캐릭터 디자인(범퍼) / ‘찾는 자’ 프로그램 진행자 캐릭터 디자인


그를 위해 저희 팀의 능력 있는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며 특히 캐릭터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인물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캐릭터이다 보니 귀여움은 물론 인물의 특징을 잘 융합해야 했습니다. 레퍼런스도 많이 찾아보고 클라이언트랑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도 진행했습니다.



시적인 작업, ‘오프닝’

타이틀 영상은 타 영상 콘텐츠에 비해 매우 짧은 러닝타임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내용을 잘 압축해서 넣어야 해요. 서사를 모두 풀어내기보다 내용을 함축하고 비유하는 시각 표현, 그리고 위트를 잘 녹여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예요. 글로 표현하자면 ‘시적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지킬앤 가이드’ 작업을 위한 스토리보드


이 포인트를 잘 담아내기 위해서 클라이언트에게 최대한 많은 자료를 받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기획 단계에서 3개 이상의 기획을 제안하고 조금씩 범위를 축소해가며 컨셉을 구체화하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치 스무고개 놀이처럼요.



휴식도 성장의 일부

이번 작업을 하는 동안 유독 세상에 능력자는 너무나 많고 잠시라도 쉬어가면 순식간에 도태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불안감에 자신을 더 채찍질하며 혹사시켰던 것 같아요. 그러다 생각해보니 ‘다른 창작자분들 역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조금의 여유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어요.


‘미노이의 요리조리 타이틀 패키지’ 작업 중 일부


결국 무엇을 하든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한 몸과 마음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지난 커리어를 돌아보았을 때,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과정을 즐기며 작업하면 보다 덜 고통스럽게, 또 오히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언제나 나의 페이스를 먼저 생각하며 꾸준히 걸어가다 보면 건강한 창작자로 성장하게 될 거라고 응원하고 싶어요. 그리고 휴식도 성장임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나만의 다름을 매력으로


지금의 작업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에 어린 시절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원래 꿈이 만화가이기도 했어요. 중학생 시절 좋아하는 만화를 모작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대학생 때는 창작 만화를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많아 애니메이션 수업도 들었는데 특히 프레임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당시 3d가 유행이었음에도 프레임 방식을 고집하게 된 이유였어요.

그러다 모션그래픽이라는 장르를 알게 됐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디자인 베이스의 작업이 주류였던 업계 분위기에서 제 능력과 관심사는 큰 메리트가 없었습니다.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살아남기 위해 밤낮없이 고군분투하면서 노력할 수밖에 없었어요. 업을 시작한 후 5년이 흐르는 동안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업계에 새로운 방식의 작업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펫츠고댕댕트립 패키지’ 작업 중 일부 / ‘굿라이프 타이틀 패키지’ 작업 중 일부
‘거상 박명수 타이틀 패키지’ 작업 중 일부 / ‘롯데제과x신서유기 광고’ 작업 중 일부


제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업계의 트렌디한 스타일과 접목하면 분명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치열한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자, 아이디어이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좋은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그 후로 이를 무기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 나갔어요. 자연스레 제 작업을 좋아해 주시고 의뢰를 주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티클 모아 태산, 행동 모아 결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입니다. 약간 일개미 같은 뉘앙스인데요.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저 속담처럼 살아온 것 같아요. 나의 행동이 너무 작고 미미하게 느껴져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계속해서 1년, 5년이 지나고 10년, 20년이 지나면서 작은 행동들의 결과가 복리로 커져서 몰려오는 경험을 종종 겪었습니다. 이는 나쁜 행동이든 좋은 행동이든 똑같은 것 같아요.


‘KIZMOM 채널 티저’ 작업 중 일부


그래서 저는 늘 긍정적인 방향으로 노력하며 작은 활동을 조금씩 쌓아가며 좋은 결과가 돌아올 확률을 올리려 합니다. 그런 행동들이 모여 저를 포함해 제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결과들이 큰 성취감과 만족감을 주곤 해요.



또 다른 성장을 위한 성장

‘스튜디오 사이’로 활동하는 동안 좋은 작업을 할 때마다 늘 성취감을 느끼지만 가장 큰 성취감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완성 후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을 때예요. 대신 익숙지 않은 새로운 방식을 택한 만큼 제작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기도 해요.

그래서 앞으로 스튜디오 사이를 매력적인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키우고 싶어요. 한 팀으로 함께 작업하게 된다면 혼자서 작업할 때 보다 더 실험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발전의 기회를 얻어 다시 한번 더 성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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