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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트폴리오 May 06. 2022

디자이너가 의료 일지를 쓰게 된 사연

doctor in Bad stock warehouse by 박손우 방준훈

18만 창작자 회원이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는 매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해 노트폴리오 픽으로 선정된 작업의 창작 과정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디자이너가 의료 일지를 쓰게 된 사연

정상적인 걸 비정상적이라고 가정한다면? doctor in Bad stock warehouse by 박손우, 방준훈

이번 작품은 조금 특이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업은 방준훈박손우 두 명 디자이너님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제작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생경하고 다소 기괴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이번 작업에 어떤 의도가 담겨 있을까요? 

뭐가 비정상이고, 뭐가 정상적인 거지?


방준훈: 정상을 비정상으로 가정했을 때, 우리가 정해 놓은 ‘정상’에서는 어떤 문제점이 나올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뭐가 비정상이고, 정상이지?' 우리는 암묵적으로 정해둔 채 살아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 시선을 뒤집어 보고 싶었습니다.


박손우: 처음에 저는 단순히 무언가를 기록하는 '일지' 컨셉의 작업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방준훈 작가님의 아이디어와 합치면서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질병을 비정상적으로 치료하는 괴짜 의사의 일지>라는 컨셉이 완성되었어요.

방준훈: 처음 기획은 인형이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현상들을 기록했죠. 예를 들면 커피는 무조건 스타벅스만 마시는 병 (polystarbucksemia) 같은 걸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고치는 일은 생각보다 매력 있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1990년대 인형들을 발견했고, 인형들을 고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박손우: 그래서 원래 치료할 필요가 없는 대상을 치료하고, 귀여운 인형들에게 마음대로 진단을 내린 후 엉터리 치료법을 제공한다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결과적으로는 이 방향이 컨셉에도 잘 맞고 스토리텔링이 생겨서 훨씬 좋은 접근이 된 것 같아요.


괴짜 의사의 일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극심한 우울증 *형형색색 단추와 비즈 처방 *우울감이 심해지면 주위를 태우는 특성 발견 *상담 도중 화재 발생 및 초기진압

박손우: 저는 작업 과정에서 천과 바느질로 실물 책을 만드는 작업을 담당했는데, 인형들이 가진 질병이 정확히 인식되지 않더라도 한눈에 보이는 분위기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괴짜 의사의 일지라면 가독성이 없다시피 하는 쪽이 맞을 것 같아서요.


대신에 예를 들어 정신분열증이 있는 삐에로 인형 페이지에는 정신없이 실을 꿰고, 이 친구가 가진 환각을 풍선 대신 단추를 다는 걸로 표현하는 등 디테일한 요소를 집어넣었어요. 그런 이야기들이 숨어있으면 왠지 더 재미있어지잖아요.

방준훈: 저는 책의 편집을 맡았는데, 책 자체를 스캔하려 했더니 짓뭉개져서 디테일이 많이 죽더라고요. 그래서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후, 최대한 평면적인 느낌을 살려서 변형하고, 색을 보정하는 것에 힘을 썼어요. 레이아웃도 어떻게 잡아야 최대한 ‘일지’스러운 느낌이 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창의성


박손우: 이번 작업에서 제가 기존에 하지 않았던 방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일단 실물로 작업물을 낸다는 것 자체가 새로웠거든요. 단순한 인쇄물이 아니라 한 땀 한 땀 꼬맨 수작업이라 더 그랬기도 하고요.


방준훈: 저는 작업을 하면서 명도와 채도의 높낮이, 레이아웃의 무게감, 규칙과 불규칙, 높은 밀도와 낮은 밀도 등 조형적 인상을 파악하는 감각을 얻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창의성을 얻은 게 가장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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