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막장

by 김용현

전날 과음에 쓰린속을 달래며.
콩나물 해장국을 먹는다.
뚝배기는 길고 펄펄 성을 내는 국물을 위로하고 쓰다듬는다. 위로는 상대의 감정을 받아주며 절로 수그러질 떄까지 기다려준다.
국밥은 국물 위와 밑으로 나뉜다.
위는 수북한 콩나물이 아삭한 식감으로 익어가고 아래는 밥알이 퉁퉁 불어간다. 위와 아래중 어디를 먼저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아래의 밥을 먼저 먹으면 위의 콩나물 끝이 국물에 오래 버텨 내어 맛이 깊어지고, 반대로 하면 경쾌한 국물에 버틴 밥알이 부드러워 지고 설익은 아삭한 콩나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국밥은 간단히 먹지만 느리게 먹는다.
인내심을 갖거나 그렇치 않느냐는 뜨거움을 목구멍으로 넘겨내는 용기에 달려있다.
간단한 음식이기에 노동자들이 급하게 먹으러 잘 온다. 내 앞 식탁에도 근처 현장에서 일하다 허기를 채우러 온 사내 셋이 앉았다.
그들은 일을하다 밥을 먹으러 왔고 밥을 먹으면서 일을 한다. 대화를 껴 들으니 막장이라고 부르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앞으로 자재를 무었을 써야 더 남겨먹을 수 있냐를 두고 밥알이 튀도록 설전을 벌인다.
막장은 지하 갱도 끝이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그 암벽을 곡괭이로 부숴 내어 팔고 그 돈으로 밥을 먹는다. 막장꾼이 켄 만큼 전진하고 비례해서 돈을 번다. 보통 1명의 노련한 노동자와 서투른 3명의 인부가 한 조를 이룬다. 저 테이블에서 유난히 팔이 굵고 목소리가 큰 대장이 그인 듯 하다.
결론은 벽면을 싼 자재를 쓰는 것으로 식사와 일을 마쳤다. 그들은 쓴 밥값을 벌기 위해 일어나 막장으로 가고 있다.
‘막장 드라마’라는 표현을 쓰고 정치인들이 상대당를 욕할때 ‘막장정치’가 나온다. 그러나 ‘막장’은 그렇게 반인륜적인 뜻으로 유통되어야 할 단어가 아니다. 그 단어의 무게는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공간의 의미다. 목숨을 걸고 내려간 지하 어둠의 갱도 끝. 무너져 깔려 산자가 죽은자와 닿는 공간이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인간의 집념이 서린 공간이다.
이미 국밥은 다 식었다. 먹기 쉬울 정도로 제법 숟가락의 교번이 빠르다.
빨리 안먹냐는 이모의 눈치도 교번이 빨라졌다.
커피점에 와서 앉았다. 유모차 아기가 입을 벌리고 웃는다. 이가 새순처럼 귀엽다. 젊은 엄마는 아이의 웃음을 보고 웃는다. 엄마의 웃음은 다시 아이를 웃게 한다. 아이의 웃음에 오늘도 아비는 막장으로 들어간다. 바다가 넘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