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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Jan 02. 2023

겨울 독서 행복

짧은 겨울해가 기울어 바다에서 깨진다.

해가 가둔 빛의 파편이 초저녁 옅은 어둠에 스민다.

바다로부터 밀려온 빛은 내륙에서 자멸한다.

운전하고있는 투싼은 백양터널을 통과해

수변대로를 막힘없이 나아간다.

우측엔 삼천포로 향하는 바다가 따라붙었다.

바다물이 넘실댄다.

물은 지나간 것에 이끌리고

뒤에온 것에 밀려 기어이 제 갈길을 간다.

이쪽을 막아도 저쪽으로 고루 퍼진다.

속도는 방향을 지배 할 수없다.

애초애 물은 속도에 관심없다.  

바다는 방향을 추종하는 거대한 물의 집합이다.

바다를 벗겨내려 투싼의 속도를 높였다.

초저녁 바다에서 기운 겨울해의 빛이

수평선에서 수변도로 곳곳에 닿는다.

어둠과 빛의 경계가 모호하다.

투싼은 어둠에서 빛으로 빛에서 어둠으로 질주한다. 헤드라이트에서 뿜는 빛은 어둠으로 풀려나간다.

눈이 비로 바뀐다.

겨울비가 소곤거리며 내린다.

늦은 오후 도심에 스민다.

부산은 눈이 귀하다.

멀리 나갔던 파도가 돌아와 광안리에 닿는다.

부풀어 오른 노을이 해안 도로에 깨져 퍼진다.

옷깃을 여민 인파는 제각각 모여 제각각 흩어진다.


바다 바람이 사납다.

대학때 어머니가 사주신 녹색 빈폴 코트를 입었다.

20년이 넘은 이 옷은 내 몸처럼 날 덮는다.

천이 늘어나 축처지고 부드럽다.

보온 성능은 죽었지만

몸을 휘감는 기세는 살아있다.

서점에서 책을 보며 오후를 보낸다.

글이 쌓여있는 서점이 좋다.

작가들이 소곤거리는것 같다.

책을 피면 온갖 수다로 명랑하다.

단어가 섞이고 풀려 문장이 넘실댄다.

생각은 느슨하고 어께는 가볍다.

베스트셀러 코너의 책은 늠름하다.

저걸 못읽으면 트랜드에 뒤쳐져 보일듯하다.

난 유행에 민감하지 못한 촌놈이다.

내 글이 가볍다. 가벼워서 좋다.

지방 2년제 대학 정시모집이 처참하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대학 부교수로 산다.

그런데 행복하다.

바다, 소주, 책, 음악, 햇살,

절대 없어지지않는다. 내 행복이다.

새해엔 가볍게 더욱 가볍게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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