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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Jan 13. 2023

분식 먹기

분식집 라면과 김밥을 먹는다.

난 기본 구성의 김밥이 좋다.

단무지, 오이, 햄이 이룬 색상이 영롱하다.

단순한 조합에 삶의 경쾌함이 밀려온다.

튀김도 시켰는데 튀긴지 오래되어 딱딱하다.

오뎅국물로 억지로 넘긴다.

뜨거운 국물이 목구멍을 옥죈다.

추운날 입안이 마비되 맛은 상실되고

허기는 살아 창자가 꿈틀댄다.

웅크리고 걸어 어께가 무겁다.

더운김이 가득한 분식집에 앉았다.

나와같이 혼자먹는 사람이 많고 둘이 마주하거나 견주어 먹기도 한다.

분식은 종류가 그만그만하고 전국팔도를 다녀도 상식의 범주에 머문다.

맛도 그만그만해 감응은 일정하여 기대감보단 익숙함에 가깝다. 화학조미료가 탄수화물에 흡수되어 맛은 정렬된다.

라면그릇에 풀린 스프맛이 난폭하다.

거친 국물이 목구멍을 찢는다.

오백원 비싼 라면엔 파와 계란이 놓인다.

파를 넣으면 청량하고

계란을 넣으면 끝이 둥글고 포근하다.

거리의 음식은 맛보다는 삶에 가깝다.

맛은 있고 없음으로 구분되고

삶은 구분 될 수 없어 외로우니

먹으며 허기지고 허기지며 먹는다.

각각의 음식의 감흥은 먹기전 동일하지만

치아에서 부숴진 재료는 맛의 질감으로 혀에 안착하여 구체화되고 씹어 삼켜 목구멍을 타고 넘기면 아득해진다.

한겨울 방학 저녁 학교문을 나선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다.

해안도시에 밀려오는 해무가 시야를 좁힌다.

보풀이 잔뜩 올라온 목도를 둘렀다.

3년된 중국산 이만원짜리 목도리가 날 감아준다.

보풀이 내 코트와 목에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보풀은 지난 시간 파편같다. 그대로 두었다.

술약속을 취소했다.

혼자 마시고 싶다.

혼자 마셔왔다.

혼자 마시는 내게 붙어있는 조각을 붙어있게 했다.

시간이 밀려오고 밀려나 나이 사십 초반이다.

세상에 풀어질 나이인데

아직도 인간관계는 어렵다.

마시며 금요일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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