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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Sep 08. 2020

낮술

낮술

술은 음이고 태양은 양이다.
한낮에 마시는 술은 음양의 조화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기운은 느리지만
위를 거쳐 창자를 데우는 기세는 우렁차다.
정오의 태양이 사나운 기세로 정수리를 찍을 때
잔에 담긴 소주의 음의 기운이 달랜다.
항구에서 낮술을 먹는다.
넘나드는 잔에 말투는 방향을 잃는다.
공복의 첫 잔은 목구멍부터 잡아뜯는다.
막걸리는 탁주라 성격이 잡스럽고 거칠다.
위장이 쉽게 거부한다.
소주나 맥주에 비해 못생겼다.
잔이 아닌 사발로 먹기에 상놈들이 먹는다.
난 상놈이다.
놀기 좋아하고 농번기에 연날리기 좋아하는
일하기 싫어하는 상놈 중에 천상 상놈이다.
저녁.
퇴근하는 전철 안이다.
머릿속에 고민이 심하다.
상남자가 결정장애를 갖는 유일한 순간이다.
생탁. 지평. 느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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