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낮술

by 김용현

술은 음이고 태양은 양이다.
한낮에 마시는 술은 음양의 조화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기운은 느리지만
위를 거쳐 창자를 데우는 기세는 우렁차다.
정오의 태양이 사나운 기세로 정수리를 찍을 때
잔에 담긴 소주의 음의 기운이 달랜다.
항구에서 낮술을 먹는다.
넘나드는 잔에 말투는 방향을 잃는다.
공복의 첫 잔은 목구멍부터 잡아뜯는다.
막걸리는 탁주라 성격이 잡스럽고 거칠다.
위장이 쉽게 거부한다.
소주나 맥주에 비해 못생겼다.
잔이 아닌 사발로 먹기에 상놈들이 먹는다.
난 상놈이다.
놀기 좋아하고 농번기에 연날리기 좋아하는
일하기 싫어하는 상놈 중에 천상 상놈이다.
저녁.
퇴근하는 전철 안이다.
머릿속에 고민이 심하다.
상남자가 결정장애를 갖는 유일한 순간이다.
생탁. 지평. 느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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