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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과 겨울비
by
김용현
Mar 1. 2023
겨울비가 도시에 스민다.
배수가 느려 도로에 물이 차오른다.
타이어 회전에 고인 물이 감겨 소리가 증폭된다
촤악 퍼지고 휘익 감기는 소리는 모이고 퍼진다.
멀리서 속도를 늦추는 차와 가까이에서 속도를 올리는 차 바퀴에 올라탄 물소리가 들린다.
난 이 소리가 좋다. 내가 도시에 사는 기분을 준다. 비를 보고 들으며 글을 쓴다.
이적의 레인을 듣는다.
보컬의 색깔은 거칠고 왁왁댄다.
목소리는 날것에 가깝고 유행과 멀다.
찔러대는 고음은 불친절하게 가슴에 박힌다.
깨진 유리를 맨발로 걷는 기분이다.
이토록 덜배운 보컬이 아름다울준 몰랐다.
난 이적이 앞으로도 이렇게 사납게 노랠 해줬으면한다.
조루증같은 40대 아재 감성을 찢어발긴다.
비는 정오에 소강하고
밤에 다시 내린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빗물에 굴절되 꺾인다.
건물은 빛을 받아 선명하다.
후라이펜에 퍼지는 계란처럼
건물에 튕긴 빛과 소리가 퍼진다.
택배 오토바이 소리도 들린다.
출력을 높이려 뚫은 머플러 소리가 난동한다.
건물 사방으로 토악질한다.
태어난 소리는 물과 사물에 흡착하고 소멸한다.
바짝 마른 도로가 눅눅하다.
건물 콩크리트가 물에 불려 부드럽다.
말라죽은 나무가 팽팽하다.
부서졌던 흙이 뭉쳐 질퍽하다.
노트북을 들고 커피집에 앉았다.
틀어놓은 빌에반스 피아노가
커피향에 섞여 공간으로 풀려 나간다.
회색에 휩싸인 오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쓰고있다.
밤이 밀려왔고 끼니는 걸렀다.
쓰면서 쉬고 쉬면서 여기에 쓰고있다.
시간은 분명하고 작업은 구획이 없다.
쓰고 읽고 쉬며 방학 마지막날이다.
내일은 무거운 정장 차림으로 신입생을 맞는다.
개학이다.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
깊은밤 나와 당신 모두 행복하길 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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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이적
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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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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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글쓰기. 여전히 어려운 띄어쓰기. 그리고 사랑하는 글. 말도 안되는 공돌이. 공대 교수. 천상한량. 취하고 만판 놀기 좋아하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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