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가을

by 김용현

바다가 차갑다.

해풍이 눅눅하지 않다.

해변을 걷는 사람의 옷차림이 무겁다.

긴 시간 달려와

짧게 머무는 시간을

담아가는 표정이 밝다.

계절이 교차하는 바다의 풍경은 바쁘다.

아침을 먹으러 여기를 지난다.

지난밤 영화를 보고 술을 마셨다.

긴 턱수염에 떡진 머리 헤어스탈일로 나선다.

매일 씻고 갈아내는 삶이 뭉툭해진다.

3일간 기억, 이해, 고민하지 않았다.

뜨거운 물에 에스프레소 투샷이 풀린다.

뜨겁고 쓴맛이 매운맛처럼 혀를 둔감하게 한다.

남아있는 하루 연휴가 몽롱하다.

쓰려한 마음이 부푼다.

앞서는 마음은 늘 탈이 나지만.

글이 안 써진다.

1년간 쓰고 지우며 부풀고 깨뜨렸다.

가을이 깊어진 아침시간 시카고의

If you leave me now를 듣는다.

처음 여덟 마디가 설레다.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시간이 거기서 멈춰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남는 건 음악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선명하다.

흘러간 팝송을 반복해서 듣는 나를 탓할 순 없다.

귀에 익은 노래에 만족하며 귀도 늙어가겠지.

온종일 같은 뮤지션의 음악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다면 늙었다는 증거다.

세월은 흐르지만 그때 그 시간은 그 시간에 멈춰 있다.

하나 더. 같은 노래만 반복해서 듣는 건 말하지 못한 삶에 대한 후회가 너무 커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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