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와 대장동

by 김용현

퇴근길 거리가 열렸다.

덜함과 더함이 없는 세상같다.

편의점 맥주를 사서 벤치에 앉았다.

이 계절은 장마와 폭우를 밀어내고

사람 사이를 애써 비집고 들어왔다.

긴 돌림병으로 공간은 조여왔고

시간은 가늠되지 못했다.

마스크를 뚫지못했던 가을 입자는

잘게 쪼개져 비강에 쉽게 출입했고

어느곳에나 기립했다.

여름내 우렁찬 열기가

숨을 타고 혈액에 녹아 폐를 부풀렸다면

가을 기운은 가볍게 말라있어 기도와 폐에 무리없이

당도한다.


분명한 계절사이에

고등어를 구어 소주를 파는 할매집

환풍구에도.

광안대교 교각 사이를 지나고있는

요트를 타격하는 바람속에도.

내 앞에와 앉은 고양이의

아기곰 젤리같은 발바닥에도.

어김이 없다.


아침으로 누룽지를 먹었다.

서울 어머니가 매번 누룽지를 말려보낸다.

난 그것을 압력밥솥에 쪄 물을 자작하게 붙고

다시 가열해 먹는다. 꿏꿏한 밥알이 압력과 열을 흡수해 부풀어 느슨해진다. 쌀에서 나온 물의 찰기가 흩어진 밥알을 풀처럼 붙인다. 치아에 닿는 맛의 질감은 푹신하고 목구멍을 넘기며 아득해진다.

누룽지를 먹으며 라디오 뉴스를 듣는다.

온통 대장동 애기다.

돈과 권력, 정치가 만나 종합 비리선물세트가 됬다.

그사이에 가려진 대장동에 살았던 힘없는 원주민에 대한 기사는 없다.

난 대장동에서 삶을 버텨온 원주민에서 생각이 멈췄다.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뮐하고 있을까.

천화동인이 가져간 수천억원의 주인은 그 사람들이 아닐까. 정작 억울한 주인은 침묵하고 돈을 벌고 허가한 이들은 억울해한다.

알수없다.

알수없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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