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출장 중 소설의 도입부를 쓰다,
머물 수만 있다면 그러라 했다.
딱히 갈 곳도 없는 내가 안쓰러웠나 보다.
난 돈도 필요 없고,
그저 음악만 틀어놓고 하루를 보낸다 했다.
그녀도 내가 그리 싫진 않았나 보다.
어차피 일손이 하나는 필요한 눈치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떄 쯤 감지 않은 머리로 낚시도구를 주섬주섬 챙기고
생라면 부스러기를 입에 넣으며 바다로 나간다. 던져놓고 다시 잔다.
뭐 어디 멍청한 놈이 걸려들면 먹고,
그렇지 않으면 생라면을 스프에 찍어 먹는다.
오후 5시쯤 느즈막히 가게로 나와 전날 손님들이 먹고 마신 테이블을 치운다.
홀 중간에 있는 LP판을 튼다.
스탄게츠의 저음이 공간에 풀려나간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보사노바를 들으며
별로 오지 않을 밤손님의 숫자를 헤아린다.
정처없이 흘러들고 나가는 제주의 밤은
도심의 화려함보다 해안선을 따라 꼿꼿이 버티는
지금 내가 있는 선술집이 더 정겹다.
많이 모이고 흩어지는 길은
자꾸만 넓어지고 갈아 뭉개진다.
반대로 찾는 이 없는 길은 유난히 찾는 이에 의해
그만큼의 발자국의 넓이가 된다.
길 위에서 길을 물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누구나 선택에 의해 걸어왔기 때문이다.
애써 처연해질 필요도 없다.
삶을 진지하게 관조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내가 선택해 걸어온 길의 폭만큼만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