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 노을, 한라산 소주

by 김용현

함덕 노을이 깨져 하늘에 퍼진다.

계란 후라이를 팬에 깨뜨린것같다.

삼양동까지 닿은 빛이 담벼락을 치고 튕긴다.

시야는 다채롭고 생각은 단조롭다.

하늘은 전장이다.

색은 색에 먹히고 그 색은 다른 색에 먹힌다.

진퇴를 거듭하는 색의 벌판에

말을 탄 어둠이 창을 들었다.

속도와 공세로 느린 노을을 도륙한다.

방어할 수 없는 노을의 피가 뜨겁다.

혈은은 붉고 진하며 검고 흩어진다.

2박3일간 일하고 틈마다 한라산을 마셨다.

고민없이 21도를 골랐다.

돼지고기를 씹으며

목구멍부터 쥐어뜯는 소주를 쉼없이 넘겼다.

21도는 식도를 긴장시켜 조여온다.

창자까지 진동하는 알콜에 사지가 떨린다.

다녀와 컴퓨터 바탕화면을 바꿨다.

글을 쓰다 한없이 노을을 본다.

마음이 도착하지 못했다.

더뎌진 손가락이 키보드를 엇나간다.

써야하는 글은 아득하고

쓰고싶은 글은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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