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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May 02. 2024

직급폐지! 회사가 숨기는 비밀

수평적인 소통! 직급폐지의 실체적 진실


직급 없애면 소통이 잘 되던가?


오피스 세대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하댄다. 너도나도 앞다투어 도입하는 추세다. 이른바 직급 폐지! 수평적인 조직문화! 혁신을 넘은 혁명이다.


MZ들과 수평적인 문화 만들어 가요! 다 이유 있는 밑밥 촬영


"수직적 자세로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

"선진국들은 이름 부르며 수평적으로 소통한다!"

"MZ 세대는 다르다! 변화된 문화가 필요하다!"

"오래 일했다고 대접받는 시대는 지났다."

"청년들도 성과를 내면 누구든 중용될 것이다."

"90년대생이 왔다. 00년대생이 온다. 책 봐라!"


밑밥을 깔기 시작한다. 그렇다. 혁명을 하려면 사전 홍보와 선동 이게 참 중요하다. 세대를 갈라치기 해 버린다. 갑자기 제도를 발표한다. 한 순간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외친다. 닉네임을 정해서 부른다. 직급은 매니저로 통일해서 부른다. 그것도 아니면 이름 뒤에 님을 붙인다.


직급이 있으면 이래서 MZ들이 싫어했다.


기성세대들은 이내 밥만 축내는 무능한 꼰대로 전락해 버렸다. 한평생 목매달고 달려왔다. 직급 하나로 힘들어도 책임감과 위치를 되뇌었다. 그 대가는 결국 하향 평준화였다. MZ 세대들은 처음에 쾌재를 불렀다.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할 말하며 일할 수 있다. 수직적 위계질서는 결국 아래 것들만 손해 아니겠는가? 그치? 맞지?


그 미래의 예정된 피해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회의에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 뭐라 부를까 애매해진다. 딱 봐도 나이 많은 사람 부르기가 어렵다. 선임이나 이런 개념이 없어진다. 챙겨주는 사람도 없다. 직급에 대한 책임이 없어진 기성세대들은 일을 잘 알려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성세대들의 밥그릇에 대한 위협이 높아졌으리라..


타 부서에 문의할게 생겼다. 직급이 없으니 누구한테 물어볼지를 모르겠다. 문의도 수준이 있는 법이다. 잡일 문의했는데 알고 보니 그 부서 No.2 15년 차 이러면 참 서로 난감해진다.


팀장도 난감하다. 직급이 있을 때는 과장, 차장들이 나름 선임 역할을 해주었다. 신경 쓸게 적었다. 이제는 사소한 일 하나도 팀장 결정만 쳐다보고 있다. 신경 쓸 것이 배로 늘었다. 근데 팀장 수당은 똑같다.


직급폐지에 MZ들은 처음에는 쾌재를 부른다.


직급이 존재하는 곳은 '그래도 열심히 최선을 다 하면 남들보다 빨리 올라가겠지.'라는 가스라이팅이 된다. 진급 한 번으로 연봉이 치솟아 오르고 사회적 입지가 바뀐다.


매년 2~3%씩 찔끔찔끔 올리면 어찌 될까? 이미 모두 평등해졌다. 치솟아 오르기는 불가능해졌다.

'성과에 대한 보상. 이거 참 받기 힘든 것이었구나.'

'평등이 아니라, 내 사다리가 무너진 것이었구나..'


이로서 승진에 들어가는 큰 폭의 급여 인상분을 모두 날려버렸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바로 돈이다. 선진국형에 이론적 배경들이 충분하고 돈도 굳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


조금이나마 노비들의 반란을 의식하는 회사의 경우, 직급을 송두리째 날리기보다는 슬림화를 한다. 5~6개 직급을 2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럼 사다리는 남아 있으나 간격이 매우 넓어지게 된다. 4년 일하고 승진하던 게 갑자기 10년 넘게 해야 승진 한번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다. 승진 문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전에 다 이직할 거다. 이미 계산된 수순이다.


부장은 무슨.. 어이 김씨! 이게 실제 되던가?


이는 문화적 접근을 철저히 상업적으로 해서 그런다. 가져오면 다 선진화되는 건가? 미국은 유교주의가 없다. 조선은 어디 그렇던가? 이곳은 동방예의지국이 아니겠는가?


기성세대들은 MZ세대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MZ세대들은 한참 연장자인 기성세대들이 어려워진다. 선진 사례를 가져오려면 전부 상향 평준화를 시키면 된다. 근데 하향 평준화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성세대들의 가치는 땅바닥에 처 박혔고, MZ세대들은 하늘로 올라갈 동아줄이 끊어져 버렸다!


가만!  이런 거였어? 뭐야? 이제 우리 승진 못하는 거야?


자! 이제 누가 남았더라? 이상하다. 왜 임원들은 그대로 유지될까? 사내 메신저나 명함에서 직급을 떼었다 하더라도 뒤에서는 상무, 전무 다 그대로 있다.


당연하다. 권력자들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법이다. 직원 연봉 인상은 공지하더라도, 임원 연봉 인상은 공지하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밀실에서 이사회 열어 의결하고 알아서 팍팍 올린다. 걱정하지 말자!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직원은 4~5년에 한 번 승진을 한다. 그마저도 4~5단계이다.

[직급폐지 전후 비교]

1. 직급폐지 전
직원(평균 20년) : 사원(4년) -  대리(4년) - 과장(5년) - 차장(5년) - 부장(5년)
임원(평균 4년) : 이사(2년) - 상무보(2년) - 상무(2년) - 전무(2년) - 부사장(2년) - 사장(2년)

2. 직급폐지 후
직원(평균 20년) : 선임(10년) - 수석(10년) or 매니저(20년)
임원(평균 4년) : 이사(2년) - 상무보(2년) - 상무(2년) - 전무(2년) - 부사장(2년) - 사장(2년)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여기서 이상한 것을 찾았는가? 직원만 직급이 없어졌다는 거? 그거 말고. 직원들은 근속이 길고 임원은 근속이 매우 짧다. 근데 직급폐지 전이나 후나 임원 직급이 더 많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단기간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해서다. 단기 몰입도를 높여 더욱 갈아 넣게 하기 위함이다. 1~2년 바짝 하면 등급 상승이 된다는 의미다.


게임에서 레벨이랑 등급을 없애면 누가 게임을 하는가? 캐릭터가 안 크는데.. 직급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직원 직급을 10단계로 늘리면 어떨까?


여러분은 다음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1. 직급 폐지 : 난 평등이 좋아요!
직원(평균 20년) : 야자타임(20년), 승진 없음

2. 직급 유지 : 다른 데랑 비교하기 좋아요!
사원(4년) -  대리(4년) - 과장(5년) - 차장(5년) - 부장(5년)
승진 기회 4~5년, 4번 - 승진 시 연봉 1,000만 원↑

3. 직급 격차 : 조금만 더하면 금방 올라가요!
사원(2년) - 주임(2년) - 선임(2년) - 대리(2년) - 책임(2년) - 과장(2년) - 차장(2년) - 소장(2년) - 수석(2년) - 부장(2년) - 반석(2년)
승진 기회 2년, 10번 - 승진 시 연봉 500만 원↑

꼭 펼쳐봐야 답이 보일까? 아니다. 임원 사다리는 참 촘촘하게 만든다. 직원 사다리는 원래도 헐겁다. 그런데 그마저 걷어차면? 차라리 더 촘촘하게 만들면 노비들 알아서 열과 성을 다해 갈아 넣을 텐데..


수평적 소통. 평등한 문화. 눈에 안 보이는 것. 체험해야 알 수 있는 것. 공기와 같은 성질을 자꾸 눈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취지와 목적이 다르다. 꼼수가 나온다. 결국 부작용이 난다. 이걸 쇼잉이라고 한다.

'자본주의의 매력은 평등이 아니라 격차에 있다.'


직급 폐지! 좋아! 아주 좋아! 허허


직급폐지를 하면, 급여 물타기가 수월하다. 인상억제에 탁월하다. 관리자를 날리기가 쉬워진다. 기성세대 처분이 용이하다.


그래서 결국 이 직급폐지의 승자는 누구지?

꼰대로 전락해 땅바닥 쳐다보는 기성세대?

하늘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신성 MZ세대?

아니다. 모두 졌다. 승자는 바로 회사다. 소통과 평등이라는 함정에 당했다.


카스트 제도에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가 있다. 직급폐지는 브라만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는 수드라로 단일화한 거다. 평등은 맞는데 하향 평등이다. 직급폐지가 노예제도 폐지인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회사는 아브라함 링컨이 아니다.


기억하자! 이래서 인사가 만사다. 늘 회사를 승자로 이끌기 때문이다.


P.S. 뭐? 이번엔 00년생이 온다고? 곳간 불려 니들 배에 기름 칠하려고 애기들 후려치는 게 어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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