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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May 07. 2024

MBTI를 바라보는 회사의 관점

적성에 맞는 직무 배치, 역할부여 이거 믿어?


간파당하는 순간 목줄이 잡힌다!


어딜 가나 MBTI는 빠지지 않는 화제다. 인간은 고대부터 내면세계와 성격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MBTI는 사실 매우 오래된 성격유형 검사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심리학계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다뤄져 왔다. 본격적으로는 2020년대 들어 방송이 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사지원서에 MBTI를 기재하도록 하는 회사를 두고 찬반논쟁이 뜨거웠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과학적이지 않다. 이론적 근거가 미비하다. 불완전한 검사다. 인간은 간단하지 않다. 날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 남이 해 놓은 것은 다 불완전한 것이다. 훌륭한 이론은 후행 연구자들을 통해 계속 보완되는 법이다. 당연히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럼 생각해 보자. 방송에서 한번 다뤄졌다고 MBTI가 이렇게 뜨겠는가? 혈액형 성격 이후로 이렇게 각광받아온 성격유형 이론이 있었던가? MBTI의 과학성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수많은 대중들이 검사해 보고 그럴싸하게 여겼다는 공감대가 핵심이다.


한없이 복잡한 인간을 이해하기 쉽고 좋게 16등분해 두었다. 전문적인 심리 지식 없이도, 고가의 검사비가 없어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중성으로 인해 인간 이해에 대한 관심사를 서로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프로이트와 칼 융으로 백날 떠들어 봐야, 전문성은 좀 뿜뿜거릴지언정 대화의 장벽은 막혀갈 것이다.


모여있으면 딱 봐도 누가 E인지 누가 I인지 쉽게 드러난다.


MBTI를 상업적으로 빠르게 캐치한 것은 바로 회사다. 돈 될 만한 건 무엇이든 눈을 부릅뜨고 발굴한다. MBTI가 회사에 무슨 돈이 되냐고? 직접 돈을 벌어다주지는 않는다. 돈 벌어오는 노비들의 지배 수단이다. 잘만 이용하면 가스라이팅에 유용하다. 노비의 정신지배를 강화해 갈아 넣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 리더십과 동기부여가 정신지배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다루는 인사에 MBTI를 응용하는 추세다. 오피스 게임은 명분과 해석이 다른 게임이다. 회사는 명분을 제시하고, 유저는 해석기를 잘 돌려야 한다. 잘 모를 때는 보통 반대로 해석하면 진실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직원 적성을 고려해 직무에 배치하고, 부서에서 잘할 수 있고 흥미 있어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그렇게 조직몰입과 만족감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어떤가? 꽤나 그럴싸하지 않은가?


이를 두고 입사 전부터 MBTI로 한몫 잡아보려는 컨설팅이 성행하기도 한다. 이거 하지 마라. 다 사기다. 회사에서 MBTI를 활용한다는 얘기가 떠돌면서 여기저기 많은 썰들과 의견이 오간다.

"ENFP가 젤 좋대. 적극적이고 공감 잘하니까!"

"I나 J 쓰면 안 좋대. 소극적이고 답정너라고!"

"INFP 쓰는 게 최악이야! 바로 광탈이래!"

"지원 부서에 따라서 맞춤형으로 해야 된대!"


입사지원부터 MBTI를 쓰게 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미안하지만 회사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지원자 선발에 이를 쓸 이유도 없다. 경력과 몸값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많이 퍼진 것은 아니지만, 입사 후에 참고용 MBTI 조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마저도 공식화하면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외부 MBTI 강사를 초빙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필요성을 역설하고 재미를 준다. 보통 분위기는 훈훈하다. 깔깔거리게 된다. 그렇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편이다. 결국 재미로 웃고 떠들다가 정신 쏙 빼놓으며 MBTI 결과를 제출한다. 이게 목적인 것이다.


늘 시끄럽고 요란스럽게 일하는 부류의 오피서들


지배를 위한 성향 간파

여기가 바로 핵심이다. 회사는 왜 그러는 것일까? 직무 배치나 역할에 MBTI는 쓰지도 않는다. 사실 쓸 수도 없다. 회사의 자리 수와 그에 최적인 MBTI 유형?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거기 맞는 사람들로만 채울 수는 없다. 회사도 이를 공식화할 수 없다. 상호이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참고 정도로 얘기한다. 그럼 그 참고용이라는 건 맞을까?


아니다. 나중에 다른 자리로 이동시킬 때 한마디 보태거나, 넘겨짚기용, 가스라이팅용으로 쓸 일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미 E인 것을 알고 있다. "이번 건은 이대리가 아무래도 나서줘야 할 것 같아. 또 이런 거 잘 맞잖아!"

이미 T인 것을 알고 있다.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니, 냉철한 김대리가 계약 같이 가줘야겠어!"


그러나 그 뒤에는 더 무서운 게 있다. 바로 내 성향이 간파되고 이용당하는 것이다.

'김과장이 ENTJ라고 했지? 어쩐지 평소 답정너답더니.. 이 판에 끌어들이면 못 버티고 밀려나겠지?'

MBTI 다 안 맞다고? 그런 건 상관없다. 그럴싸하게 공감받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이미 MBTI를 주제 잡고 글 쓰는 사람도 많다. 고질적으로 돈 벌기 어려운 심리학계도 이 기세를 몰아 MBTI를 응용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하나다. 예상을 깨야 한다. 누가 MBTI를 말하거든 듣고 외워두자. 나중에 써먹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누군가 나에게 MBTI를 물어보거든 무조건 INFP라고 외치자. 실제 내 유형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상대의 경계를 허물기에 최적이다. 예상을 빗나가게 하기 딱 좋다.


같은 공간 같은 일을 해도 각자 일하는 것 같은 이들도 있다.


기대치를 높이면 망하는 이유

MBTI를 곧이곧대로 말해주면 안 되는 다른 이유가 있다. 상대방의 기대치가 낮아진다. 그럼 안 좋은 거 아니냐구? 우리는 처음부터 상대의 기대치를 높여주는 경향이 있다. 잘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 기대를 맞추려고 따라가다 보면 점점 수렁에 빠진다.


평소 밥 잘 사주는 김대리. 어떤가? 처음에는 고맙게 얻어먹는다. 10번 정도 되면 이제 당연해진다. 근데 그다음에 안 사고 뺀다?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원망을 산다. 왜일까? 상대의 인식에는 쏘는 게 당연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평소 밥 안 사는 이대리. 그가 밥을 샀다. 웬일이지? 그 감동은 꽤나 오래간다. 착한 사람으로 소문도 난다. 그다음 밥을 사지 않았다.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왜냐? 원래 안 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긍정적 강화, 부정적 강화 등등 다양하게 얘기할 수 있으나, 복잡한 건 필요 없다. 미니멀리즘은 따라 해도 맥시멀리즘은 안 따라 한다. 쇼츠는 떠도 롱츠는 죽는다. 그냥 그게 심플한 사람 심리다. 그럼 왜 누구는 많이 사도 욕을 먹고, 누구는 왜 적게 사도 칭찬을 들을까? 바로 기대치가 달라서이다.


어제는 사주더니 오늘은 지 혼자 커피 먹네? 재수없어!


오피스 게임의 유저들이 종종 꼬꾸라지는 이유는 상대에게 기대치를 팍팍 심어주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문제없습니다! 기한까지 옆 부서와 긴밀히 협업하여 꼭 완수하겠습니다!"


물론 그 과업을 잘 완수해 내면 보상도 받고 칭찬도 받는다. 그럼 상대의 기대치가 올라간다. 분명 저번보다 잘했음에도, 상사의 실망스러운 멘트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대치가 높아져서 그런 것이다. 2주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상사의 무리한 일정 요구에 1주 동안 버프 켜고 갈아 넣어 이를 완수했다. 그다음부터 상사의 기대치는 1주가 된다.


왜 기대치를 올리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능력 있고 잘 보이고 싶어서다. 훈훈하고 나이스한 분위기는 덤. 근데 이게 실속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 보자. 변수가 생기거나 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면 다음이 힘들어진다. 결과가 따라와도 그다음은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게 되어있다. 기대치가 인플레이션 되니까. 양궁 금메달보다 축구 16강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기대치가 달라서이다.


아무 기대없는 자의 어메이징이 터질 때가 있다.


오피스 게임은 상대의 기대치를 최대한 낮춰놓고 시작해야 유리하다. 못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좋은 결과가 나온다. 만족감은 훨씬 높아진다. 우리는 기대치 못한 일이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어메이징이라고 한다.


잘 보이려고 기대감 심어주고 시작하면 게임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기대치는 최대한 낮춰 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별거 아닌 MBTI라고 해도 말이다. 서로 잘 이해해보자고 나온 MBTI 조차도 노비 지배에 이용하겠다면, 이쪽도 방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MBTI를 통해 적성을 참고하겠다고 한다. 실은 회사가 노비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서양의 파스칼은 아는 것이 힘이라 했다. 동양의 공자는 모르는 것이 약이라 했다. 회사는 파스칼을 택했기에 다 알려고 드는 것이다. 회사의 기원은 서양에서 오지 않았는가? 근데 우리의 기원은 동양에 있으니 모르게 하자. 쓸데없이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지 말자! 여기선 신비주의가 답이다.


오늘 오피스 게임 끝! 기대치 따위 다 찢어버린 자의 여유


거짓말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거짓말이 나를 지킬 때는 그것을 거짓말이라 하지 않는다. '기지를 발휘했다.'고 한다. 쓸데없는 지배를 회피하고 기대치만 낮춰 놓으면 실속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 그렇다. 그러하다. 그러니, 자! 다들 숲 속으로 들어가 보호색 진하게 띄우고 둔갑할 시간이다.


P.S. MBTI대로면 ENFP는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다. 실속이 없다. INFP는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다. 실속이 많다. MBTI가 좀 못마땅하다면.. 나중에 초맹의 OPTI(Office Personality Type Indicator)를 사용하도록 하자. 16가지 유형으로 오피서를 분석해 캐릭터 완벽 공략을 할 수 있다. 아주 기가 막힐 것이다. (검색하지 마라! 아직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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