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맹 Aug 14. 2024

조직개편! 유배를 보내는 회사의 광역 기술

이걸 하는 진짜 이유를 알려주마!


조직개편 그 찬란함과 혁신의 진실


회사는 항상 부르짖는다. 혁신! 쇄신! 위기론! 기회론! 다 좋다. 근데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조직개편이다.


조직개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 목적에 적합하게 부서들을 새롭게 재편하는 것이다. 매년 연말 연초면 조직개편으로 인해 많은 부서들이 통폐합되기도 한다. 많은 오피서들이 자리를 옮긴다. 근데 이걸 매년하고 있다.


매년 이 정도로 변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다. 어떤 조직도 1년 만에 실적을 내기란 어렵다. 무엇이든 흥망성쇠가 있는 법. 조직은 적응기를 거쳐 성장을 하게 되고, 안정기에 접어들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사업 자체가 변하게 되면 그때가 개편 시기가 되는 것이다.


조직개편 시기가 되면 팀장들부터 불안해진다.


왜 이 짓을 매년하고 있는 것일까? 심한 곳은 6개월에 한 번 움직이기도 한다. 분명한 건 회사는 조직개편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이거 한번 하면 사업이 그렇게 잘 되기 때문일까? 실적이 팍팍 튀어나오기 때문일까? 네버다.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개편에 열광하는 건 다 숨은 이유가 있다. 회사는 절대 여러분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탁월한 보여주기 효과

회사가 조직개편 목적의 가장 큰 비중은 임원의 보여주기용이다. 담당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상태를 조직개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 실은 보여줄 게 없어서 그런다.


부서 이름 짓기에 혈안이 된다. 기존 팀 이름을 그럴싸하게 바꾼다. 있어보이는게 포인트다.

IT팀 → 디지털융합미래혁신팀

영업팀 → 세일즈벨류팀

재정지원실 → 파이낸셜전략실


조직개편 해야 되는데 팀 이름 그럴싸한 걸로 짜 봐!


원래 하던 역할을 딥하게 좀 더 잘하겠다. 두 팀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내겠다. 한 팀을 두 개로 나눠 선택과 집중에 충실하겠다 하며 찌껄이는 것이다. 말만 그럴싸하다. 안에 있는 사람은 그 넘이 그 넘이다.


여기서 웃긴 건, 오너가 혁신을 외치면 사업부나 팀 이름에 혁신 비스무리한게 많이 들어간다. 오너가 미래를 외치면 미래, 퓨처, 넥스트 이런 수식어가 들어간다. 다 보여주기를 위한 임원들의 쌩쑈되겠다. 언론에 보도자료도 내면서 잘 될 거 같은 기대감을 심어준다. 그래야 주가도 좀 더 튕기고 하니까.


‘여보 우리도 이 주식 사자! (주)초맹 전략바이오혁신센터 조직개편! 인류의 미래에 역량 총 집결 해.’


진정한 실력자는 별다른 개편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성과를 이끌어낸다. 고로 윗분들아. 보여줄 게 없으면 오피스 게임 그만해라. 자꾸 오줌싸며 지구에도 없는 이상한 지도 그리지 말고.


자리 만들기용

조직개편의 보여주기 용도에 현혹되어 놓치고 가는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윗사람들의 자리 나눠먹기용과 제거용이다. 조직개편의 핵심이자 경제정치판의 꽃이다. 회사는 피라미드 구조다.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가 적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를 상쇄시키는 판이 바로 조직개편이다.


조직개편을 틈 타 위로 누가 오는 건 반갑지 않은 일이다.


먼저 자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윗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쪼개기와 끼워넣기다. 먼저 한 부서를 둘로 쪼갠다. 10명의 영업팀이 있다면 이를 5명씩 영업 1팀, 영업 2팀 이렇게 쪼갠다. 그렇게 해야 하는 목적, 역할 이런 걸 적당히 만든다. 그럼 팀장 둘이 필요해지지? 이때 임원과 친한 사람을 외부에서 땡겨와 앉혀 주거나, 밑에서 자기가 이뻐라 하는 직원을 올려준다.


다른 방법도 있다. 그다음 그렇게 쪼갠 영업 1팀, 영업 2팀 위에 이 두 팀을 같이 관리할 마스터가 필요하다는 형태로 지도를 그린다. 그리고 위에 세일즈실장 자리를 마련해서 본부장과 팀장 사이에 한 자리를 더 만드는 것이다. 끼워넣기라고 불리는 이 스킬은 임원들이 매우 선호한다.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중간자에게 확실하게 전가시킬 수 있다. 평소 중간자 하나에게만 집중타를 먹이면 되기 때문에 일하기도 편해진다.


뭐 선임부장, 이사 이런 정식 임원은 아니면서 직원보다는 약간 위로 보이는 애매한 직급을 준다. 보통 여기 잘 낚이는 사람들은 이직 테크를 현란하게 타면서 다음 이직 때 임원의 기회를 가져보려는 자들이다. 이들의 유통기한은 이미 정해져 있다. 3년 이내 90% 이상 전멸이다.


신설부서를 차리는 것도 자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쪼개기와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된다. 적당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새로운 이름의 부서를 만든다. 각 팀에서 사람을 차출하여 몇 명 밀어 넣는다. 그리고 팀장 자리를 하나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새로운 부서가 생겼다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그건 본질이 아니다. 새로운 자리가 생겼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쪼개기와 끼워넣기로 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바로 조직개편이다!


견제와 제거용

관리자들을 견제하고 제거하는데 이용하는 수단으로 조직개편은 꿀 같은 기회다. 임원은 못 마땅하다. 왜 팀장이 내 말을 안 듣는 것인지, 왜 까라면 안 까는 것인지. 근데 아래서 팀장이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 임원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하는가? 아니다. 임원 정도 갔으면 하늘에 붕 떠 있기 때문에 아래가 보이지 않는다. 권력자는 굽히지 않는다.


그렇다. 조직개편은 보복의 장이다. 여기 사용되는 스킬은 합치기와 부서 폐기다. 평소 마케팅 팀장이 맘에 안 든다? 영업팀과 마케팅팀을 하나로 합친다. 그리고 영업마케팅 팀장에 원래 영업팀장을 앉힌다. 마케팅 팀장은 졸지에 자리를 잃고 강등된다. 영업팀과 마케팅팀은 늘 티격태격하는 관계. 하루 아침에 평범한 팀원이 된 마케팅 팀장은 이때부터 쩌리로 전락한다. 후에 이 자가 퇴사하고 나가면, 다음 년도 다시 영업팀과 마케팅팀 두 개로 나누고 새로운 자를 그 자리에 꽂는 것이다.


흥. 이제 팀장도 아니잖아! 시키지 말고 직접 하쇼.


조직개편을 통해 부서폐기를 단행하기도 한다. 주로 자리 못 잡은 신설부서, 사업을 접은 부서들이 그 대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그냥 없앤다. 꼭 필요한 일은 다른 부서로 넘기면 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팀장이 갈 데 없게 만들기 위해서다. 부서가 폐기되면 팀원들은 뿔뿔이 다른 부서나 지사로 흩어진다. 여기서 팀장은 갈 곳이 애매해진다. 결국 나가게 되거나 어디 눈에 안 띄는 한직에서 보내게 된다.


이 정도까지 하는 케이스는 내 편이 아닌데, 실력있고 노비들에게 지지기반이 높아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높은 관리자인 경우다. 지도 위에서 땅을 삭제해 버린다. 나중에 복귀할 찬스조차 없어지게 된다. 무기한 유배다. 위협이 될 자는 미리 제거하는 법이다.


오피서의 공식 나락장

슬슬 조직개편의 매력을 느끼고 있는가? 조직개편의 마지막 목적은 관리자들이 오피서들을 나락으로 보내는 것이다.


보통 임원들이 자신들의 지구 위에 지도를 그리고 나면, 그 지도에 들어갈 사람은 팀장들에게 위임한다. 팀장들에게는 이때가 찬스다. 평소 맘에 안 들었던 오피서들을 다른 부서로 보내 버린다. 물론 너 나가! 이러지는 않는다. 그럴싸하게 구슬린다.


이번 조직개편 때 마케팅팀으로 좀 가야할 것 같아.


"김대리. 마케팅 많이 해봤으니, 이와 연관돼서 영업팀 가서 경험을 좀 쌓고 오면 좋을 거 같아. 분명 너의 성장에 점프업이 될 거라 확신해!"


"이대리. 내가 안 보낼라고 했는데, 전무님이 마케팅팀으로 가라고 하더라고. 서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면서. 어쩔 수 없게 되었어. 좋은 기회가 될 거야!"


내 성장과 커리어를 왜 지들이 갑자기 신경쓰는데? 이상하지? 이런 말을 듣거든 다 핑계다. 그냥 지가 싫어서다. 물론 위에서 임원이 몇 명 보내봐하기도 하지만, 잘 알려진 네임드 에이스가 아닌 이상 직접 지목하지 않는다. 구름 위를 걷는 자는 누가 땅 위를 걷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팀장이 보내버리고 싶은 것이다. 이후를 보라. 다른 누군가를 뽑고 있을 것이다. 아님 자기 친한 다른 부서 사람 데려오던가.


어쨌든 그 나락 보낼 기회가 주어지는 공식적인 판이 바로 조직개편이다. 가장 가스라이팅하기 쉽다. 여기저기서 이동자들이 많이 나온다.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오피서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왜 나만? 의문적 사고가 묻혀버린다. 모두가 술렁이며 파도가 일 때는 누구 하나 빠져 허우적대도 눈에 잘 안 띄는 법이다. 이 점을 십분 이용해 회사는 나락의 장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결국 짐을 싸고 원치 않는 이동을 하게 된다.


보통 조직개편은 가을부터 슬슬 임원들이 판 짜기를 구상하며 시작된다. 이때부터 겨울까지 밀실회의가 많아진다. 그리고 연말 연초에 조직개편 방이 붙는다. 실적이 안 좋을 때, 사장이나 임원이 새로 올 때, 오너가 한소리 했을 때, 개편의 폭은 더욱 커진다. 그래야 더 있어 보이게 포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임원들이 자리를 옮길 때는 자기 세력으로 팀장들을 알박기 한다. 이후에 자기 자리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여 일을 유리하게 꾸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다시 지지를 받고 복귀할 수도 있다. 물론 새로온 임원은 알박기를 치우고 싶겠으나, 이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즉, 자기 자리는 다 챙겨두는 일종의 임원들의 방어책이다. 결국 그들의 욕망과 힘겨루기 사이에 죽어나가는 것은 오피서들이다. 그들에게 오피서란, 장기판과 체스판의 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피서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세기의 아이템 초맹폰은 조직개편으로 탄생하지 못한다!


시대가 갈수록 유연한 조직과 변화를 외치고 있다. 이게 참 그럴싸해 보이는데, 과연 조직개편 효과로 사업이 잘 되고 유연해지는가? 매년 그렇게 지지고 볶아봤자 바뀌는 건 없다. 우당탕탕 와르르르. 혼돈 속 아수라장 만이 게속된다.


우리는 대부분 유튜브가 2020년대 들어 각광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유튜브는 20여년 된 서비스다. 언젠가는 동영상 세상이 올 것을 대비하며 계속해서 연구진과 개발자들을 때려 박아가며 인내해 온 플랫폼이다.


아이폰이 하루아침에 확 튀어나온지 아는가? 맥의 수십 년 된 OS 능력, 아이팟과 컨텐츠를 합치고, 플랫폼화 시켰다. 그리고 통신 기능을 입혔다. 자원 결합의 아이디어 하나가 혁신이 되어 버린 것이다.


대어메리칸 제국을 대표하는 저 둘은 세계에서도 나란히 1등, 2등을 먹고 있다. 이런 혁신 중 매년 지지고 볶는 프라이팬 식 조직개편으로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혁신의 공통점은 오너와 임원이 인내를 가졌다는데 있다. 신념을 믿고 오피서들에게 기회를 주고 기다려 주었다. 1~2년 만에 뭐가 안 나온다고 개편에 개편을 거듭해서 잘 된 케이스는 없다.


조선의 회사가 왜 유연한 조직, 변화하는 조직을 외치는지 이제 그 진실을 알겠는가? 그럴싸하게 있어 보이면서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고 정적 제거를 쉽게 하는 방법. 그것이 조직개편이다.


다니는 회사가 조직개편에 미쳐 열광하고 있다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


만약 그런 환경에 계속 떠밀리고 있다면..

바로 워프 타이밍이다.


P.S. ‘여보 우리도 당장 폰 바꾸자! 오피스에서 나를 지켜주는 도우미 초맹 AI를 탑재한 초맹폰!’

상상만 하면 글로 다 써 주고 이미지도 만들어낸다. 오피스 위험을 감지하면 알아서 영상찍고 녹음뜬다.콜이 오면 상대가 빌런인지 아닌지 분간해 준다.

상대에 따라 최적화 된 초사고 답문을 보낸다.

렌즈로 상대 눈을 스캔해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초커넥팅 기능은 일을 떠밀 호구도 찾아준다.

주인 음성으로 딥페이크 맞춤형 통화도 한다.

강제퇴근 설정으로 일과 삶을 분리해 준다.

오피서 SOS는 부당함을 외부 곳곳에 싹 뿌려준다.

초이력서 카메라 앱은 이직 확률을 높여준다.


이런 혁신은 절대 조직개편으로 탄생하지 못한다. 개편하고 싶어도 못한다. 혼자 다 해야해서다. 젠장..

그래서 초맹폰 얼마냐구?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나오거든 비싸도 그냥 사라. 게임은 원래 아이템 발로 현질해가며 하는 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