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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Jan 29. 2024

다음에 월급 많이 올려준대요! 진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의 다른 이름 리더십


방전되면 버려지는 배터리


"발전하고자 하면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성과는 공정한 평가로 충분히 보상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회사의 미래입니다!"


이런 외침.. 뭔가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는가? 정치인들 같다구? 맞다. 이것은 경제를 정치로 풀어내는 정경유착 스킬이다. 뉴스에서 본 것처럼 경제인과 정치인이 서로 결탁을 하는 게 아니라, 정계의 오랜 속성을 재계가 배워온 것이다. 지키지 못하는 공약을 남발하고 그 거짓말을 리더십이라는 이름으로 덧칠한다.


회사는 늘 다양한 약속을 쏟아낸다.


저 웅장한 외침의 핵심 키워드를 낱낱히 분해 해보자.


발전하고자 하면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발전" → "기회" : 발전해 가는 나, 커리어의 기회, 성장 이런 것을 떠올리지만, 저 발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발전이 아니라, 전기 만드는 '발전'.. 그 전기를 만드는 곳은..'발. 전. 소.' 그렇다. 등에 플러그를 꽂는 순간 당신은 배터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방전될 때까지 돌려 쓰는 배터리. 충전은 희망고문을 받아가며 알아서 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판이다.


배터리를 충전하면 처음에는 100%까지 완충된다. 어느 정도 쓰고 나면 배터리 충전량은 80%, 70% 점차 낮아지게 된다. 그리고 거의 방전되어 못 쓰겠다 싶으면 새로운 배터리를 찾는다.


희망고문으로 충전된 배터리는 결코 100%를 유지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은 계속 떨어지게 된다. 거의 방전되어 갈 때 즈음 회사는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마치 다 쓴 배터리 내다버리고 새로 교체하듯..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 바꿔 쓰는 거란 말을 서슴없이 붙여가면서..


성과는 공정한 평가로 충분히 보상할 것입니다!

"성과" → "공정한 평가" → "보상" : 여기가 핵심인데 전제가 아주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애초에 공정한 평가라는 게 존재할 리가 없다. 불완전한 존재인 사람이 하는 건 공정할 수가 없다.

그냥 공정해 보이려고 절차나 제도 같은 것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해 두는 것이다. 회사가 중요한 것은 공정 그 자체가 아니라, 공정해 보이는 것일 뿐이다. 결국 계산기 두들겨보고 성과를 내도 보상을 해주기 싫으면 평가를 꺾어버리면 그만이다.


성과가 명확한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성과를 평가절하 해 버리거나, 그 외의 것들로 흠을 잡는 것이다. 말 장난을 하면 된다.

"성과는 인정하지만, 동료들과 관계가 좀 아쉽다. 팀워크가 더 좋았으면 좋겠다." "성과보다도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지각이 한번 있더라.."

별 쓰잘데기 없는 잡다한 것까지 흠을 잡아 먼지털이 하는데, 안 털릴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마 예수님이 목사에게 평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분명 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이블에도 묘사된다.)


답은 정해져 있지만 일단 공정해 보이려고 들어주는 것


미세먼지 같은 흠을 찾는다. 하나 찾으면 신나고 두 개 찾으면 즐겁다. 세 개부터는 아르키메데스라도 된 거 마냥 유레카도 외칠 기세다. 그래서 기분 잡치려는 찰나, "그래도 잘하고 있고 내년은 더욱 좋아질 거야.. 힘내자." 이 지점에서 희망고문 툭 날려준다. 토닥이와 인자한 미소는 덤!


상사가 고과를 잘 써서 올려주더라도 그 윗선에서 바꾸는 일은 흔하다. 윗사람 몇 명 모여 아랫사람 줄 세우기를 한다. 체스판 말 놓듯.. 얘 올리고 쟤 내려 하면서. 내가 이룬 성과지만 숟가락 얹었던 다른 누군가에 가로채기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인사고과 결과는 늘 비밀이라는 룰을 정해 놓는다. 애초 이의제기를 사전 봉쇄하려는 수작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일은 잘했지만 인사평가는 기본을 중시한답시고 지각 몇 번 있어, 고과 B를 받은 영업팀 김대리. 일은 보통이지만 평소 센스 넘치고 상사들의 기분을 잘 맞춰주는, 고과 A 지각대장 기획팀 이대리.


딱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근데 이걸 다 공개한다면 어떨까? 팀장들부터 인사팀에 이르기까지 고과 관계자들 모두 뒷감당이 안 될 것이다. 아마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들은 반역이라고 하겠지만..


비밀이라는 미명 하에 조작질이 난무한다. 결국 진실을 말하면 불리해지기 때문에, 직원들을 배려하는 척 돌려치기 하며 포장한다. "인사고과는 연봉에 반영되고 개인 프라이버시와 연결되기 때문에 비밀로 해야 된다." 그러고도 불안해서 발설하면 징계, 인사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세우는 곳도 많다. 기본 장착 번들값이다.


만약 인사고과에 불복해 이의제기 절차를 거치더라도, '그런 경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받았다.'는 형식적인 답변에 할 말이 없어진다. 이미 비밀에 부쳐버려 남들의 고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의제기 따위는 애초에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여기에 인사고과 불복자로 찍히는 건 덤이다.


성과는 보상으로 다이렉트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평가라는 설정이 있는 것이다. 평가는 기호에 맞춰 사람을 거르는 필터 역할을 하는 동시에, 회사의 안전마진을 지키는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결국 연봉 올려주기 힘들단 결론을 듣고 나온다.


여러분이 바로 회사의 미래입니다!

"여러분" → "회사의 미래" : 표현 중 "여러분" "모두" 이렇게.. 단체나 집단을 한꺼번에 부르는 말은 애초에 나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응. 그때 그거 너 아냐." 나중에 책임 안 지려고 물타기 하는 얘기라는 것이다.


'회사의 미래'.. 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계속 바뀐다. 사람들이 물갈이되며 계속 누군가 들어오니까.. 그럼 어떻게 된다? 저 말을 들었던 사람들은 점점 과거형이 되어간다. 회사의 미래였다.. 현재였다.. 과거였다.. 그러했다.. 이렇게 과거분사까지도 내려간다. 그때 가서, 회사의 미래라 해놓고 왜 제대로 기회나 보상을 안 주냐 따질 수 있는지.. 처음부터 내게 한 말이 아닌데..


그렇다. 회사의 미래는 애초에 내 미래가 아니었던 것이다. 회사의 미래는 누구일까? 오래된 직원? 열심히 일하는 직원? 앞으로 들어올 직원? 아무도 아니다. 그건 단지 회사의 오너, 주인 것일 뿐이다.


종놈에게 미래를 맡길 만큼.. 오너는 따뜻하지 않다. 회사는 차갑다. 

회사의 거짓말과 희망고문이 여전히 계속되는 이유는, 그 미래가 나의 미래라 착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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