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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Jan 25. 2024

너도 당하고 있는 거야! 회사라이팅

세뇌 교육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현재진행형


각성을 가로막는 잠재의식 조종

 

“가스라이팅? 그거 왜 당하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하면서도 모른다. 오늘도 당하고 있다.


회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은밀하고 치밀하게 여러 루트로 사상과 신념을 계속 주입한다. 끊임없이 뇌파를 자극하고 도파민을 활성화시킨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대놓고 하자! 사상 주입

주로 CEO 메시지, 신년사, 문화 제도, 교육, 공지, 포스터, 사보 같은 것을 이용한다. 초맹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런 거 봤지? "참다운 미래가치의 혁신과 창조. 초맹! 초맹인은 미래를 내다보고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런 실체없는 소리를 계속 설파하는 것이다. 사무실 벽이나 복도에 포스터도 떡하니 붙여 놓는다. '아! 그렇지. 나는 초맹인이니까 회사의 미래 가치를 창출해야지!' 이렇게 된다.


아니라구? 물론 그렇게 의식하면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이건 식의 영역이 아니라 잠재의식의 영역이다. 똑같은걸 계속 보여주고 계속 주입하면 결국 그게 세뇌로 이어지는 거니까..


역사는 계속 그렇게 반복되어 왔다. 정치가 그랬고, 사회가 그랬고, 교육이 그랬고, 종교도 그랬고, 전쟁도 그래왔다. 그것을 경제가 이식해 온 것이다. 단지 대놓고 선동할 수는 없으니 '너희는 자랑스런 초맹인이니 이렇게 해야 돼!'라고.. 잘 보이게, 잘 들리게, 오감을 이용해 계속 주입하는 것이다.


이런 거 붙으면 사람들은 일단 몰려들고 본다.


"그 어렵던 시절. 회장님께서는 다리 아프게 걷는 사람들을 보고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하고자 비행기를 만드셨습니다." 어떤 회사는 입사하면 대놓고 이런 류의 교육도 하고 심지어 시험도 본다.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냥 돈 벌려고 한 것이다. 무릎을 탁 치며! "옮거니! 저거 돈 되겠다!" 이러면서.. 근데 꼭 저런 식으로 미화하고 포장에 감성팔이 양념을 아주 듬뿍 친다. 차가운 돈 냄새와 상업성은 철저히 배제시킨 채..


'돈 벌려고 회사 창업하셨습니다.' 이거랑 '세상을 연결시켜 문명의 발전을 위해 메신저를 만드셨습니다.' 이거랑.. 둘 중 뭐가 있어 보이는가? 별 거 없다. 그냥 이게 이유다.


듣다보면.. 이 소리가 그 소리, 그 소리는 저 소리, 저 소리는 개 소리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모두 발전적으로 합시다!"

"회사의 성장이 여러분의 성장입니다!"

"회사는 늘 직원들의 수고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모든 직원을 가족처럼 여깁니다."

"이 사원증을 목에 건 우리는 모두 자랑스러운 초맹인입니다."


회사에서 많이 듣는 단골 멘트다. 평범한 버전부터 느끼하고 오글거리는 멘트들까지 다양하다. 이게 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사상과 신념을 주입하는 것이다. 그럼 뭘 주입하는거냐고?


쉽게 비유해보자.

갑자기 어느 대궐집 배경이 나오고 김대감님이 중정 평상 앞에서 중후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시종, 노비 다 불러모아 쭉 세워놓고 말한다. "너희는 자랑스러운 김대감집 노비니라! 먹여주고 재워주니 감사한 줄 알고, 열과 성을 다해 나를 위해 일하거라!" 그냥 이 소리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회사라이팅에 돈을 쏟아 붓기 시작한다. 들어봤는가? 사보! 사내방송! 현존하는 회사라이팅의 결정체! 알파와 오메가요. 끝판왕이다! 왜 저런데다 돈 쓰는거야? 월급이나 더 주지! 다 이유가 있다. 월급 조금 올려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 좋고 효율적이니까.. 최고의 가성비템인 셈!


마치 언론사처럼 그 방법과 영향력을 복사한다. 사보 작가와 방송 스탭들로 팀을 꾸린다. 계속해서 즐거운 생활 컨텐츠를 빵빵 찍어낸다. 사보 한 장 넘겨 목차 한번 쭉 보면.. 이젠 일이 즐거워요! 늘 회사에 감사합니다! 매일 야근 힘들었지만 100억 계약 따냈어요! 함께 하는 팀워크. 회의시간이 기다려져요!


어째 좀 이상하지 않아? 곡소리 나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어. 그렇다. 다 주작이다. 사보 컨텐츠 세계관을 철저히 의심해라. 목적은 하나! 회사라이팅! 어떤 사보든 주제는 하나다. "열일해라!" 사내방송? 뭐라하든 메시지는 같다. "열일해라!"


은밀히 하자! 뇌파 주입

대놓고 하기보다는 뒤에서 이루어지는 형태이다. 전자의 사상 주입 공격이 다수를 공략하는 광역 스킬이라면, 뇌파 주입은 캐릭터 한 명씩 공략하는 근접 스킬이다. 사상 주입보다 소울 데미지가 높다.


주로 사내 앞제비와 동료 옆참새를 통해 이뤄진다. 이들은 누구냐? 인사, 재무.. 일명 경영지원 부서라 불리는 중앙 관료들을 주축으로, 현업에는 우리가 팀장님 내지는 부장님이라 부르는 소위 레벨 꽤나 있는 중간 보스들이다.


그들은 마치 기와 도를 아십니까?처럼 슬며시 다가오지..


이 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다가와 얘기한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할만 해? 여기 나름 좋은 회사야!" "힘들지? 회사 밖은 지옥이야!" 여기까지 들으면 뻘쭘하게.."아.. 네.." 하고 흘릴 거 같지만, 세뇌의 원리를 다시 곱씹어 보자.


주입식 교육의 공식은 딱 2가지!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외워지게 하던가. 아님 여러 사람이 비슷한 소리를 돌아가면서 해 주던가. 결국 반복 학습과 반복 노출이다.


좋은 회사란 얘기. 인사팀에서 듣고, 이사님, 부장님, 팀장님에게 한번 씩 듣고 나서, 옆팀 차장님한테 또 들었는데, 같이 일하는 과장님도 얘기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은 회사 같네?' 이렇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 루틴이 서너 번 반복되면 그냥 이 정도가 좋은 거라고 생각하게 되고, 삼사 년 반복되면 이젠 마음에 새기게 된다. 서서히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해 간다.


여기 좋은 회사야. 좋은 회사라고. 그렇다니까. 그냥 외워.


'나는 아직 깨어있다!' 낚이지 않겠다.. 다짐하면, 일 폭탄 투척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일말의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 다음 다시 세뇌 반복. 자고로 스킬은 여러 가지를 섞어 써야 효과적인 법. 회사라이팅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저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되는 이유다.


그럼 왜 좋다고 말할까?

어느 정도 목적이나 위치가 있는 사람들은 전제가 흔들리는 것을 싫어한다. 전제가 흔들리면 자신들이 해 온 것이 모두 부정 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자기들은 안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여러 이유들이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위선과 가식을 뿜어낸다.


이 회사에서 한몫 잡아보겠다든지, 다른 거 할게 마땅치 않다.. 갈 데는 많은데 오라는 데가 없다.. 그냥 다 귀찮다.. 등등.. 저다마의 사연과 이유들로 인해 회사에 붙어 있는 것이다. 이것을 들키기 싫고 인정하기 두려운 것이다. 일종의 회피 심리다. 그래서 진실이 뭐가 되었든 그들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저 분들은 경험이 많으니까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바로 너! 그래 거기 너 말야!


여기서 생각해야 되는 건 딱 하나다!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을 뿐, 아무도 불편한 진실은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 두 번 속으면 속은 놈이 바보! 세 번 속으면 둘 다 공범!


시야가 좁아 도저히 모르겠다면? 나랑 비슷한 위치, 비슷한 일하는 사람 몇 명 찾아서 지켜보면 된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직접 겪어보고 느끼는 게 맞는 것이다. 몸소 느낄 수 있는 자에게 정보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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